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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프리카 마치 Jan 15. 2019

18.블러드다이아몬드 시에라리온, 초중등 무상교육 실시

2018년 9월 14일 ~ 20일

AFP / 시에라리온 정부가 초중등 무상교육 프로그램을 개시하고 새 학년의 첫날인 월요일, 수도 프리타운의 어린이들이 등교했다.



-아프리카 마치의 단상-



사진의 국가, 시에라리온 하면 무엇이 떠오르는가. 나는 시에라리온 내전과 소년병, 그리고 시에라리온 내전을 배경으로 한 영화 ‘블러드 다이아몬드(Blood Diamod)’ 가 제일 먼저 떠오른다. 모두가 한결같이 극도로 부정적인 것들이다.  시에라리온 내전은 시에라리온 정부 반군 혁명연합전선(RUF)이 이웃국가인 라이베리아의 대통령 찰스 테일러의 지원을 받아 1991년에 일으킨 전쟁으로, 시에라리온을 식민 통치했던 영국 연합군의 개입으로 시에라리온 정부가 승리하며 2002년에 종식되었다. 이 내전으로 시에라리온 국민 20만 명이 사망하고, 25만 명의 여성이 유린당했으며, 7천 명의 소년병이 생겨나고, 인구의 3분의 1인 200만 명이 난민이 되는 참혹한 결과가 초래되었다. 


시에라리온 내전의 발생 요인이라 할 수 있는 ‘블러드 다이아몬드’는 아프리카의 독재자와 군벌들이 다이아몬드를 판매한 금액으로 무기를 구입하고 전쟁을 수행하는 것을 일컫는 용어이다. 그러나 실제로 다이아몬드 채굴과 생산에 관여하는 아프리카인들은 정제된 다이아몬드를 보지 못하고 하물며 그것으로 이득을 보는 것은 기대하지도 못한다. 그런 의미에서 블러드 다이아몬드는 그들의 고혈로 만들어진 다이아몬드를 뜻하기도 한다. 한편, 다이아몬드 이권 다툼과 다이아몬드 판매 수익을 통한 무기 구입, 소년병 인권 등을 다룬 영화 ‘블러드 다이아몬드’가 제기한 문제의식은 블러드 다이아몬드의 유통을 금지하기 위한 국제 협의체 ‘킴벌리 프로세스(Kimberly Process)’의 결성을 이끌어냈다. 


부정적인 내용들을 뒤로하고, 시에라리온에 대해  간략히 살펴보도록 하자. 시에라리온은 아프리카 서부 대서양 연안에 위치한 인구 약 600만 명에 불과한 소국이다. 1787년, 영국이 351명의 북아메리카 해방노예와 런던의 백인 여성 60명을 이곳에 이주시키면서 식민통치가 시작되었고,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촉발된 독립운동의 결과로  1961년에 독립했다. 주로 농업과 광공업 등 1차 산업에 의존하고 있으며, 절대빈곤층이 70%에 달하는 빈곤국가이다. 1995년 기준 15세 이상 문해율은 31.4%로 발표되었는데, 20년도 더 지난 통계자료이니 현재 문해율은 그보다 훨씬 더 높아졌을 것으로 기대된다.  최근에는 2014년 에볼라 창궐로 1천 명 이상이 사망하고, 2017년 산사태와 홍수로 무려 400여 명 (어린이 30%)이 사망하는 안타까운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아무리 봐도 시에라리온에 관해서 좋은 내용을 찾기 힘든데, 이 사진이 전하는 시에라리온 소식은 매우 반갑고 훌륭한 것이라 하겠다. 시에라리온 정부가 초등, 중등교육을 무상으로 실시하기 시작했다는 소식 말이다. 정확한 이해를 위해 우리가 흔히 떠올리는 의무교육과 무상교육의 차이를 짚고 넘어가야겠다. 의무교육은 학령아동의 완전 취학을 목표로 하기 때문에 학생에게 일체의 경제적 부담을 주지 않는 무상교육을 추구하지만, 의무교육이 곧 무상교육인 것은 아니다. 따라서 초등, 중등교육을 의무교육으로 하는 것을 넘어 무상으로 실시하는 것은 학령아동의 취학률이 매우 낮은 아프리카 국가들에서 보기 드문 현상이다. 심지어 우리나라도 2004년이 되어서야 비로소 중등교육의 무상화가 제도화되었다. 그러니 내전과 재해로 황폐화된 시에라리온에서 이런 교육정책을 펼친다는 건 믿기 힘들 만큼 놀라운 사실이다.


사실 시에라리온, 특히 수도인 프리타운은 19세기 초 ‘서아프리카의 아테네’라고 불릴 정도로 교육과 문화를 중시하는 곳이었다. 이 작고 가난한 나라에 설치된 대학이 3곳이나 된다. 그런 역사적 전통과 교육적 열망을 지닌 시에라리온이 내전과 재해, 빈곤, 인권말살 등의 문제로 인해 자신의 역량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어쩌면 사진이 보여주는 초등, 중등 무상교육도 시에라리온에서 선택받은 소수의 학생들에게만 해당되는 이야기일 것이다. 프리타운을 벗어난 시골에서는 정부가 무상교육을 실시해도 학교에 갈 엄두도 낼 수 없는 소년소녀들이 부지기수일 테니까 말이다. 게다가 내전은 끝났지만 여전히 후유증을 안고 사는 수많은 소년병 출신 청년들은 시에라리온이나 아프리카 국가 어딘가에서 방황하며 계속 살아야 할지 말아야 할지를 고민하고 있을 것이다. 


그래도 시도도 하지 않는 것보단 이것이 훨씬 낫다. 초등, 중등교육 무상화를 실천하는 시에라리온 정부의 결단을 응원한다. 더불어 앞으로는 시에라리온에 관한 좋은 소식을 더 많이 듣게 되기를 고대하겠다.



*시에라리온 소년병에 관한 이야기는 <총을 든 아이들, 소년병> (미리엄 데노브, 시대의 창), <집으로 가는 길> (이스마엘 베아, 북스코프)에서 생생하게 접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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