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빚이 아주 많습니다.
하지만 갚을 생각은 전혀 없습니다.
아마도 이 빚은 저의 네 명의 아이들이 적당하게 나누어서 그대로 물려받게 될 것 같습니다.
죽을 때 까지 갚지 않겠다는 얘기입니다.
옛날에는 이른바 ‘달라돈’이라는 살인적인 사설 금융 상품이 존재 했었습니다.
실제로 이 달라돈 때문에 자살을 결심한 사람들도 많았으니 ‘살인적’이라는 말이 그렇게 과장된 것은 아닐 것입니다.
이것은 모두, 전화 한 통화 클릭 몇 번이면 간단하게 대출을 받을 수 있는 지금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엄청난 이자율 때문에 생겨난 일이었습니다.
당시 달라돈이라 불리는 이 사채 시스템의 월 이자율은 10부, 즉 월 10% 정도였는데 연간으로 환산하면 120%에 육박하는 어마 어마한 금리였습니다.
심지어 제 때 이 돈을 상환 하지 않으면 연체 이자에 복리의 마법까지 일어나 단 1년 만에 처음에 빌린 돈의 3배 까지도 불어나게 되는 그런 어마 무시한 구조였습니다.
신체 포기 각서는 옵션이었고 말입니다.
“달라돈이라도 얻어서 해결해 줄 테니 학비는 걱정 하지 말거라.”
그 옛날 어머니에게 들었던 이 말은 자식을 위해서는 정말로 목숨까지도 걸어 보겠다는 그런 피맺힌 다짐이었던 것입니다.
만약 이런 시절에, 그러니까 금리가 하늘 높은 줄 모르게 높았던 상황에 은행 대출로 레버리지를 일으켜서 집을 사겠다는 생각은 결코 올바른 전략이 아니었을 것입니다.
‘절대로 빚지면 안 된다.’는 어른들의 말씀이 진리였던 그런 시절이었다는 얘기입니다.
하지만 세상은 달라졌고, 지금은 은행에 돈을 맡기면 오히려 보관료를 내야할지도 모른다는 얘기가 심심치 않게 나오는 이른바 ‘마이너스 금리’의 시대가 도래 했습니다.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돈의 가치는 점점 더 줄어들고 있고 돈을 빌리는 금융 비용은 점점 더 저렴해 지고 있는 것입니다.
여기서 이해해야 할 중요한 개념은 내가 은행에 모아 놓은 돈도 그 가치가 줄어들지만 은행에서 나에게 빌려 준 돈 역시 그 가치가 줄어들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제가 은행에서 빌린 돈을 절대로 갚지 않겠다고 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1억 원이라는 빌린 돈은 지금은 아주 큰돈이겠지만 저의 네 명의 아이 중 하나가 갚게 될 30년 후의 1억 원은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몇 개월 정도만 뛰어도 갚을 수 있는 그런 작은 돈이 될 수도 있는 것입니다.
하지만 제가 빚과 함께 물려줄 집은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그 가치가 점점 더 높아질 것입니다.
지금이야 집과 함께 빚도 물려받게 되어 별 이득이 없어 보이겠지만 시간이 지나면 우리 아이들에게도 이른바 ‘남는 장사’가 될 거라는 얘기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집을 사는 것을 두려워하는 이유는 가격 하락의 공포 때문일 것입니다.
하지만 집을 비싸게 산다는 것은 그렇게 걱정할 일은 아닙니다.
지금 현재의 시점에서는 남들과 비교해서 비싸게 산 것일 수는 있겠지만 10년 후, 20년 후 이렇게 먼 미래의 집값과 비교하면 그리 비싼 것이 아닐 가능성이 높기 때문입니다.
집값 하락의 걱정은 남들과 비교했을 때 비싸게 산 것이 아닐까 하는 것 보다는 만약에 집값이 하락하게 되더라도 다시 회복하거나 더 오를 때 까지의 오랜 시간을 버텨낼 수 있는가에 맞추는 것이 훨씬 더 합리적입니다.
‘실 거주용 집’이란 시세 차익의 목적 보다는 ‘주거’의 목적이 더 우선시 되기 때문에 오른다 한들 마음대로 팔수도 없고 반대로 내린다 한들 당장에 손실이 확정되는 것은 아닙니다.
즉 우리 가족들이 살기 좋은 집이라면 집값이 하락한다 하더라도 대출 이자를 감당할 수만 있다면 별 문제가 안된다는 예기입니다.
1년 후, 10년 후에 집값이 지금보다 더 오를지, 아니면 폭락을 해서 반토막이 날지는 그 누구도 알 수 없습니다.
하지만 자본주의 시스템이 정상적으로 가동된다는 전제 하에서는 100년 후의 집값이 지금 보다 훨씬 더 높을 것이라는 것은 제 전 재산과 오른편 손모가지를 걸 수 있을 정도로 확실합니다.
집을 산 후, 집값이 하락하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자녀에게 물려 주세요.
시간이 지나면 자동으로 쓰레기로 분리 수거 될 빚과 함께요.
그래서 결론은...
'보다 가치가 증가하게 될 것을
소유 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