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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방떼엉 Sep 08. 2020

현지의 생동은 출근길로부터

가장 로컬다운 시간대

처음으로 여행이 우리를 떠났습니다. 여행이 떠나고 나서야 알게 되었습니다.
여행이 있던 일상의 소중함을.
<아시아나 항공 광고 중>  



속살을 파헤쳐

들어선 골목


해외에 여행을 가거나 장기로 체류해있을 때 유독 눈길이 가는 시간대는, 바로 출퇴근 시간이다. 현지의 일상에 가까워지는 밀착감을 느끼기 때문이다. 인상 깊었던 장면을 꼽아보면 일본과 파리에서였다. 일본 구마모토, 골목길을 비집고 들어선 카페 2층. 정갈하게 양복을 차려입은 사람들, 교복을 입은 학생들이 뚜벅뚜벅 걸어가고 있었다. 한산한 아침, 문을 닫은 가게들 사이 오직 사람 걷는 소리만이 들렸다. 좁은 보폭으로 경쾌하게 걷는 구두굽 소리는 마치, 일본 사람 특유의 조곤조곤한 어조와도 비슷했다. 아침을 여는 그들의 발소리를 귀로 따라 걸으며, 대로변을 헤집어 구마모토의 속살에 들어선 것 같았다.


Paris, Châtelet – Les Halles


파리에 있을 때, 학교가 위치했던 라데팡스로 가기 위해서는 샤뜰레 레알역을 환승해야 했다. 샤뜰레 레알은 서울역의 분주함과 맞먹는 파리의 대표적인 환승 구간으로 유명하다. 통근 시간으로 붐비는 지하철 안은 사람들 틈새로 겨우 발 디디고 서 있을 수 있었다. 그 와중에 계단 통로에 쭈그려 앉아 책을 보는 사람들이 종종 보였다. 왠지 그 모습에 감명받아, 지하철에 탈 때마다 한국에서 가지고 온 몇 안 되는 책을 쥐고 다녔는데 한글이 적힌 생소한 표지 때문인지 몰라도 힐끔힐끔 쳐다보는 시선을 느낄 수 있었다.


Paris, Musée du Louvre

생업에 담긴

로컬스러움의 묘미


한 번은 루브르 박물관에서, 퇴근 시간인지 박물관 직원들이 일제히 박물관을 박차고 나가는 모습을 포착했다. 일이 끝나고 급한 책무가 있는 것처럼 필사적으로 뛰어 나가기 시작했다. 관람객을 앞에 두고 뛰어가는 장면이 꽤나 생소해 지인과 한참 동안 웃었던 걸로 기억한다. 근로의 의무와 ‘퇴근할 의무’를 비등하게 여기는 프랑스의 노동환경을 간접적으로나마 느꼈던 경험이었다.


먹고사는 것의 주된, 생업이야말로 현지의 삶을 가장 긴밀하게 보여주는 로컬스러움이라고 생각한다.

현지에서 일해본 적이 없기 때문에, 그나마 생업과 밀접한 출퇴근 시간을 통해 그들의 라이프스타일을 가늠해 보는 것이다. 출근길에는 어떤 커피집을 들르는지, 퇴근하고는 어떤 여가 생활로 시간을 보내는지, 저녁 식사를 위해 어디서 장을 보는지, 이런 일상의 소소한 장면 말이다.


항상 출근 시간에 서울역을 지나가는데, 마늘빵 냄새가 진동하는 치명적인 구간에서 멈춰 사 먹을지 말지 고민하다 결국 걸음을 재촉한다. 서울역이 처음인 외국인이었다면, 망설임 없이 사 먹었을 텐데 출근 시간을 제때 맞추기 위해서는 빵을 살 여유가 없다. 이렇듯, 타지의 생업과는 무관한 이방인이 되어야 타지의 풍경을 제대로 관망할 수 있게 된다.


구마모토, And Coffee Roasters

이방인에게 현지의 일터는

한 폭의 풍경   






문체적 삶, 방떼엉 

/@vingt_et_un____

@soyeongb1@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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