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의 부산스러운 일기
선선한 날씨와 더불어 부산스러운 마음 탓에, 이번 주에는 운동을 4번이나 했습니다. 두 번의 러닝과, 두 번의 요가를요. 새로운 동네인 효창동으로 이사를 갔고, 수납 가구가 없어 아직 짐이 널브러진 채로 두고 있어요. 이제야 막 러닝에 재미를 붙였는데, 요 며칠 발목을 삐끗한 것 같더니 정형외과에서는 척추 분리증이라 하더군요. 그 덕분에 척추에 15만원이나 하는 주사를 맞고 왔지 뭡니까. 어째 운동을 하면 할수록 몸이 더 안 좋아지는 것 같은 이상한 기분이 들지만요. 그건 제가 아마 자세를 잘못 쓰는 까닭일 수도 있겠지요.
또, 이직을 준비하고 있고 몇 차례의 면접이 있었어요. 이사와 이직 준비 모두 6월 안에 일어나고 있는 일들이라, 적응할 시간이 필요할 것 같아요. 요가를 하고 돌아오는 길에 숙대 굴다리에서 아는 교회 동생을 마주쳤어요. 그간 얼굴을 보지 못해 근황을 얘기하는데, 이렇게 묻더군요. “아니 언니 몇 주 동안 그 많은 일들이 일어난 거예요?”
좀 더 어렸을 땐 삶 속에 다양한 에피소드가 가득하길 바랬어요. 근데 지금은 소소한 재미보다, 이 소소함을 유지시켜주는 안정적인 기반, 가령 일이라던지 지속적인 관계를 더 중요하게 여기는 것 같아요. 그래서 면접을 보러 다니고, 이사를 하는 일상의 균열을 일으키는 변화들이 그리 달갑게 느껴지지만은 않습니다.
저는 경험주의 인간인데요, ‘어떤 경험은 다음 경험으로 이어지게 하는 디딤돌’ 이란 생각으로, 경험을 소비하는 편이에요. 그래서 늘 새로운 것, 도전은 경험해볼 만한 가치가 있다고 맹신하는 편입니다만. 요 근래 안정을 지향하는 마음과 더불어, 찾아온 변화들에 피로감을 느끼는 것 같습니다. 이렇게 변화에 취약한 사람이 되어버렸나? 아님, 변화에 탄력적이지 못한 사람이 되었나, 라는 고민도 하게 되었어요.
상황도 마음도 요동칠 때는 더욱이나 본질을 붙잡아야겠지요. 아, 나는 글을 쓰는 걸 좋아하는 사람이구나. 나는 이런 글들에 매료됐었지, 하면서 제가 지닌 정체성을 상기시키는 방식으로요. 한 개인이 어떤 행동 양식을 통해 일관성을 나타내는 것, 바로 정체성이라 생각합니다. 변화하는 상황과 급변하는 시대에, 내 일관성은 무엇인지-고민하게 되는 밤입니다. 저는 여전히나 글이 좋구요, 글로 저를 표현하고 싶은 사람입니다. 더불어 감각적인 글을 쓰고 싶어 하는 사람이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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