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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헤이조이스 Jun 14. 2023

가장 인간적인 경제학을 공부하는 시간

헤이조이스 Back to School 시리즈 첫 번째, 행동경제학의 매력

“1+1, 할인 혜택”
“주말이 지나면 비싸져요.”
“첫 달 무료 구독”

이번 주만 해도, 우리의 선택을 유도하는 수많은 문구를 보셨을 거예요! 어떤 문구는 마음에 쏙 들어 홀린 듯이 클릭하기도, 다른 표현은 '흠, 별로.'라고 생각하며 건너뛰기도 해요. 결국 뜯어보면 같은 말인데도, 왜 우린 다른 선택을 할까요? 오늘의 뉴스레터는 매력 넘치는 행동경제학의 세계를 소개해요!


인간은 대체 왜 이럴까? 


일을 하다 보면 크고 작은 고민에 마주하게 되죠. 그런데 유독 소비자나 유저에 대한 고민은 답을 내기가 더 어렵게 느껴져요. 할인 프로모션을 만들 때, '50% 할인'이 좋을지, '1+1'이 좋을지를 고민하게 되고, '오늘 사면 더 저렴해요'라는 문구와 '내일이면 비싸져요'라는 문구 사이에서 갈팡질팡하죠. 심지어는 저 선택지는 결국 같은 말이잖아요! (웃음) 서비스 기획이나 상품을 만들 때도 비슷한 지점에서 고민을 하게 되고요. CTA 버튼을 무슨 색깔로 할지, 무슨 문구를 넣을지를요.


이런 문제에서 답을 찾기 어려운 이유는, 모든 선택에 '사람'의 감정과 마음이 관여하기 때문이에요. 만약 사람이 합리적이기만 하다면, '50% 할인'과 '1+1' 사이에서 고민하지 않아도 되겠죠. 하지만 인간은 비합리적이고, 그래서 선택을 설계하는 건 그만큼 더 복잡해져요.


이런 고민이 있을 때, 여러분은 어떻게 하시나요? 옆의 동료에게 물어보는 일도 많을 거예요. ("헤조님, 50% 할인이 더 끌리나요? 아니면 1+1?") 그런데 솔직히 물어보면서도 석연찮고, 대답도 늘 사람에 따라 달라서 찜찜한 기분이 들어요. 좀 더 명확한 근거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죠.



비합리적인 인간을 이해하는, 합리적인 방법


"인간에 가장 가까운 경제학." 행동경제학을 소개할 때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표현이에요. 섣불리 판단하고 편향에 자주 빠지는 우리의 진짜 모습을 보여주는 학문이기 때문이죠.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대니얼 카너먼의 <생각에 관한 생각>, 리처드 세일러의 <넛지> 등이 세계적인 베스트셀러에 오르면서 '비합리적 인간'은 우리에게도 친숙한 개념이 됐는데요. 재미있는 건, 이 비합리성이 예측 가능하다는 거예요. 인간은 고전 경제학의 전제처럼 합리적인 존재가 아니지만, 예측 가능한 방식으로 비합리적인 존재라는 거죠.


“인간은 비이성적인 존재이긴 하지만 다행히 그러한 특성은 예측 가능하다. 즉, 우리의 비이성적인 행동은 같은 방식으로 거듭 반복된다. 소비자로서 행동을 하든, 사업가로서 행동을 하든, 정책 입안자로서 행동을 하든, 우리의 행동이 얼마나 비이성적인 특성을 띠는지 예측할 수 있다면, 의사결정을 더 좋은 방향으로 이끌어나감으로써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을 것이다. (...) 인간의 비이성적인 행동은 충동적이거나 맥락 없이 이루어지는 일이 아니다. 오히려 그것은 체계적이며, 거듭 반복되는 것으로 볼 때 예측 가능하다.” -댄 애리얼리, <상식 밖의 경제학>(PREDICTABLY IRRATIONAL) 중에서.



행동경제학, 현대 경제학에서 가장 오해가 많은 주제


프레이밍, 손실 회피, 제한적 합리성, 심리적 회계, 소유 효과까지. 행동경제학의 용어들은 한 번쯤 들어본 말이거나 직관적이라 의미를 유추해 보기도 쉽죠. '스키폴공항 남자화장실 변기에 그려진 파리'처럼, 몇몇 사례는 너무나 많이 회자되어 식상한 느낌마저 들고요. 친숙한 이미지 탓에 행동경제학을 얄팍한 속임수나 기법처럼 생각하는 사람도 있어요.


하지만 행동경제학은 지난 수십 년간 실험과 연구로 데이터를 쌓아 올린 끝에 정부 정책에서부터 기업들의 마케팅 메시지까지, 우리의 건강과 안전의 문제에서부터 개인적인 동기부여의 기술에까지 폭넓고 심원한 영향을 미치고 있어요. 특히 인간의 선택과 의사결정 행위가 대부분 온라인에서 일어나는 지금은, 온라인상의 선택 설계가 뜨거운 화두이고요.



알고 보면, 우리는 모두 선택의 설계자들!


행동경제학의 핵심은 사람들의 주의력을 특정한 방향으로 사용하게 만드는 건데요. 사실 우리 모두는 이런 행동 설계에 당하기만(?) 하는 사람들이 아니라, 각자의 영역에서 선택을 설계하는 사람들이기도 해요. <넛지> 저자들의 설명처럼요.


“현실에서도 알고 보면 많은 사람들이 선택 설계자이며, 또 이런 사실을 정작 본인은 모른다. (...) 어떤 의사가 자기 환자에게 선택할 수 있는 여러 치료법을 제시했다면, 그 또한 선택 설계자다. 회사에서 신입 직원이 다양한 직원 복지 혜택을 선택해서 기입하는 서식지나 웹페이지를 만드는 사람도 선택 설계자다. 투표 때 사용하는 기표지를 디자인하는 사람도 선택 설계자다. 편의점이나 식품점 매대에 상품을 배열하는 사람도 마찬가지다. 자녀에게 교육과 관련된 다양한 선택을 설명하는 부모 역시 선택 설계자다. 영업 사원도 선택 설계자다(그런데 영업 사원들은 자기가 선택 설계자임을 알고 있다).” -리처드 세일러(탈러), 캐스 선스타인, <넛지(Nudge)> 중에서.


매일 행동경제학의 영향 아래 살아가는 우리가 자유롭고 행복하려면, 그 힘을 이해하고 이용할 수 있어야겠죠. 어떻게하면 '비합리적 인간'이라는 한계 안에서도 합리적인 선택을 하고, 선택에 개입해 사람들의 행동을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이끌어낼 수 있을까요? 편향으로 인한 치명적인 결과는 피하고, 고객이나 회사 구성원들의 만족감을 끌어올리려면 어떤 방법들을 이용해야 할까요? 궁금한 멤버라면, 이번 헤이조이스 여름 학기를 기대해주세요.






*헤이조이스 뉴스레터에 먼저 실린 글이에요. 헤이조이스가 만난 사람들의 이야기, 뉴스레터로 누구보다 빨리 받아볼 수 있어요. 여기서 구독 신청하면, 수요일 아침에 찾아갈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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