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철 입술 관리법
엄마가 우리 딸 셋에게 늘 하셨던 말씀이 하나 있다.
"자고로 여자는 입술하고 손이 고와야 해."
옛날 분이시라 '여자'라고 딱 한정 지어 말씀하셨다. 엄마에게서 흘러나오는 정겨운 잔소리 속에는 당신 딸 셋이 예쁘게 자랐으면 하는 바람이 담겨있었다. 그러나 자라면서 이것이 비단 여성에게만 국한된 말이 아니라는 생각이 점점 고개를 들었다. 나 역시 한 살 두 살 나이를 먹으면서 사람을 만나면 입술과 손을 보게 되었기 때문이다. 성별에 무관하게. 언제부터인가 상대가 평소 자기 자신을 얼마나 잘 관리하는지, 그 여부를 사람의 손과 손톱, 그리고 입술을 보며 가늠하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하게 되었다.
남자를 만날 때, 의도치 않게 상대방의 입술과 손을 예의주시하게 되었다. 남편을 사회에서 처음 만났을 때 그의 손과 입술이 눈에 들어왔다. 남편은 하얗고 기다란 손가락을 가지고 있었다. 반면 왼손에 있는 엄지 손가락은 안쓰러운 정도로 짜리 뭉툭했다. 뭔가 비율이 맞지 않았다. 내 시선을 의식한 그는 겸연쩍은 듯 멋쩍은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이게 예술하는 사람 손이래요. 주변에서 예술하는 사람들이 손가락이 이렇다고 하시더라고요. 하하"
"아, 네."
이제껏 몰랐다. 예술하는 사람들의 손가락이 그렇게 짧고 뭉툭한지.
"정말 왼손과 오른손이 많이 다르네요. 신기하네요."
뭉툭한 손가락과 달리 그의 입술은 촉촉했다. 보통 남자들이 입술 관리를 잘 안 해서 잘 부르트거나 겨울철이면 트기 마련인데 그는 정갈했다. 그런 모습이 보기 좋았다. 스스로를 잘 관리하는 거 같았다. 굳이 이런 점이 아니더라도 대화와 생각이 잘 통했기에 스스럼없이 지냈다. 나보다 나이가 한참 연하라는 걸 알고 있었기에 그는 내게 회사 동료나 남자 사람 친구, 딱 그 정도의 존재였다.
서로 알고 지난 지 몇 달이 지나 떡볶이를 먹으며 그에게서 뜻밖의 고백을 받고, 당혹스러운 시기를 거친 후 우린 연상연하커플로 거듭났다. 결혼을 염두한 만남이 아니었으나 어느덧 결혼하고 함께 한 지 5년 차가 되었다.
한데 혼인을 하고 나니 그 남자가 달라졌다. 그 짜리 뭉툭한 예술가다운 손은 변함없건만, 촉촉한 입술이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 걸핏하면 입술이 텄다. 특히 환절기와 겨울이 되면 그의 입술 상태가 심상치 않았다.
"자기야, 입술 또 텄어. 립밤 안 발라?"
"어? 어디 갔더라? 차에 놨는데..."
평소 물건을 너무 잘 잃어버려서 그가 잃어버린 립밤이 몇 개인지 셀 수 없다.
보통 겨울철이 되면 우리 남편처럼 이렇게 입술이 트는 사람들이 많다. 나는 남편 입술을 연애 시절 때로 되돌리기 위해 방법을 모색하기로 했다. 더불어 예전부터 내가 행하고 있는 관리법까지 싹 다 끌어보아 남편의 입술을 관리해 주기로 마음먹었다.
환절기나 겨울철 잘 트는 입술 관리법은 이러하다.
1. 입술 클렌징
입술도 깔끔히 클렌징을 해야 한다. 대강 비누로 씻거나 물로 씻고 마는 경우가 있는데, 요즘처럼 립 케어 제품을 쓰거나 립스틱을 사용하는 여자분은 외부에서 입술에 달라붙는 미세 먼지와 오염물을 결코 가볍게 여겨서는 안 된다. 세안 시, 입술에 립 앤 아이 리무버 클렌징 혹은 오일 클렌저나 폼 클렌징을 입술에 도포한 후 화장솜이나 손으로 입술 주름 사이사이를 깔끔하게 지워주고 물로 마무리해야 한다. 입술 화장을 한 경우에는 세안을 꼼꼼하게 하지 않으면 색소가 그대로 입술에 착색되어 입술을 건조하게 만든다. 그러므로 신경 써서 클렌징해야 한다.
2. 입술 각질 제거 - 녹차 티백 팩
피부도 각질 제거를 해주듯 입술도 정기적인 각질 제거를 해주면 좋다. 녹차 티백을 따뜻한 물에 우려낸 뒤에 젖은 녹차 티백을 입술 위에 올려놓는다. 10분에서 15분 정도 유지하다가, 면봉으로 입술을 문지르면 입술에 있는 각질을 제거할 수 있다. 이렇게 하면 녹차 팩에 있는 영양분도 입술에 공급해 주니 1석 2조이다. 보름이나 한 달에 한 번 정도 주기를 정해서 꾸준히 해주면 좋다. 물론 입술이 너무 예민해서 건드리고 싶지 않은 사람은 하지 않아도 된다.
3. 꿀팩하기
꿀이 가지고 있는 영양분과 보습력은 기대 이상이다. 주 1회나 보름에 한 번 정도 입술 위에 꿀을 골고루 펴 바른다. 그런 뒤 랩으로 입술을 씌워준다. 10분에서 15분 정도 기다렸다가 미지근한 물로 씻어내면 탁월한 보습 효과를 누릴 수 있다.
4. 입술 관리 습관
평소에 입술을 괴롭히지 않도록 한다. 자주 위 혹은 아래 입술을 깨문다거나 입술에 침을 묻혀서 건조하게 하고 손으로 만지는 등 이러한 여러 행위를 삼간다. 모두 입술에 해롭다. 또한 환절기나 겨울에 립 케어 제품을 바르는 습관을 들이는 게 좋다. 입술도 피부의 일환이다. 피부처럼 보습을 관리해 주어야 한다.
5. 체내 수분 부족 막기
입술이 트는 이유 중 또 하나 주요한 원인은 바로 체내 수분 부족이라는 사실을 아는가?
우리 몸에 수분이 부족하면 혀가 마르고 입술이 바짝 타들어간다. 이것이 입술이 트는 현상으로 이어진다. 따라서 내가 앞서 브런치에 연재했듯이 하루 물 2ml 마시기를 의식적으로 행하도록 하자.
이 다섯 가지 방법을 꾸준히 몸소 행한다면 입술이 쉽게 트지 않을 것이다. 우리 남편은 피부가 원래 약한 편이라 물을 많이 마시는데도 불구하고 날씨가 건조해지면서 입술이 쉽게 영향받는다. 남편의 경우, 체질적으로 잘 트니 평소 입술 케어가 더욱 중요하다. 꿀팩도 보름에 한 번씩 하면 좋고(이것도 내가 해줘야 하지만) 365일 립 케어 제품을 늘 가지고 다니며 수시로 발라주면 좋다. 정말이지 립 케어 제품만 꾸준히 잘 발라줘도 심하게 트지 않는다.
많은 이들이 입술도 피부이고 연약한 부위라는 사실을 망각한 채 살아간다. 입술에 조금만 신경 써주면 이미지도 더 선명하고 깔끔해진다. 오늘부터 항상 얼굴과 함께 입술 클렌징도 하고, 가끔 팩도 해주자. 지금처럼 추운 겨울에는 립 케어 제품은 항상 소지하고 수시로 덧발라준다. 조그만 입술도 소중한 내 몸의 일부이니까.
To be continued on Sunday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