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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눕피 Feb 17. 2024

칸예의 멘토는 누구일까?

프로듀서 'No I.D. 노 아이디'의 사랑 그리고 철학




칸예 멘토(칸멘)


칸예의 정신적 지주 혹은 샘플링 선생, 대부호 제이지에게 싫은 소리 하며 덤비는 유일무이 프로듀서, 빛나는 90년대 붐뱁 비트의 시그니처, 시카고 불알친구 커먼의 음악 단짝 그리고 센스 형마냥 적이 없는 위대한 예술가이자 세상 모든 래퍼가 존경하는 고고한 철학자,


그의 이름은 Dion Wilson aka No I.D.



Kanye & No I.D.




그는 내 멘토 No I.D.와 친구였지.

No I.D.가 말했어.

어이, 칸예랑 붙어먹고 싶으면 칸예한테 말해.

네 랩 스타일이 마음에 든다고!

- Kanye West <Last Call> 중에서



창의적 목표 없이 단지 자본의 논리를 따르며 기계적으로 음악을 만드는 행위를 극도로 지양하는 프로듀서 No I.D.,


그는 하나의 앨범을 제작하며 단순히 '음악'을 넘어 '아티스트의 인생'에 관해 진지한 이야기를 깊이 있게 나누길 좋아한다.


그의 사람에 대한 깊은 관심과 사랑은 진심이어서, 그는 힙합 프로듀싱의 밑바탕에 이른바 '인간다움'을 깔아 넣는다.




<No I.D.>는 그의 본명 Dion 디온을 거꾸로 쓴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 만들어진 이름이 그의 성정과 참 잘 어울린다. 쩝.





Michael


2024년, '제66회 그래미 어워즈'의 '베스트 랩 앨범상'을 수상한 킬러 마이크의 <Michael>(2023)을 진두지휘 프로듀싱하는 동안, 킬러 마이크의 아픈 데를 쿡쿡 찌르고 위로하기를 반복,


그래, 좋아! 더 꺼내봐!


마음속 깊은 곳의 이야기,


숨기고 있는 진실을 어서 말해보라고!



서던 가스펠의 영향으로 가득한 앨범 <Michael> - 던젼 패밀리 '킬러 마이크'의 첫 솔로 앨범이다. 흑인 침례 교회에서 하나님의 말씀을 이해하려 애쓰던 9살 소년의 이야기.



미국 힙합 씬의 '오은영(Dr.Oh)'다운 대화 심리 상담 속 프로듀서 '노 아이디'의 질문 공습에 래퍼 '킬러 마이크'는 엉엉 울며 무너져 버린다.



내가 정말
말하고 싶지 않은
유일한 이야기,
내게 상처가 되는 것,

그건 엄마였어요.

우리 엄마의 죽음,
우리 할머니의 죽음.



그리고 그렇게 앨범의 수록곡 <Motherless>가 탄생하고, 전곡을 아우르는 '사랑'이라는 앨범 테마가 확정된다.


사랑, 너무 막연한 이야기인데?


그렇다면 역시 '킬러 마이크' 본인의 직접 소개를 의역, 편집해 조금 더 풀어보는 게 좋겠군요.


음, 뭐 대충 이 정도로 정리할 수 있겠습니다.



세상 모든 여자를 사랑하는
세상 모든 남자의 책임감




R.E.S.P.E.C.T


공개 인터뷰를 꺼리는 상당히 내향적인 성격과 미친 겸손의 미덕으로, 언제나 자신을 낮추어 말하며 뒤로 숨곤 하는 그는 그러한 태도 덕에 베일에 싸인 신비주의의 컨셉을 수십 년 넘게 잘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사람의 진심을 끌어내는 탁월한 대화 능력과 따뜻하고 진실 어린 마음을 지니고 있는 덕분인지 세상 모든 래퍼들이 존경하는 프로듀서이자 세상 모든 프로듀서들이 인정하는 세상 최고의 힙합 제작자로서 널리 인정받는다.



제이 지의 멘토로 잘 알려진 Jaz-O(왼쪽) 그리고 No I.D.(가운데)




Sampling


커먼의 <I Used to Love H.E.R>, 칸예의 <Heartless> 그리고 제이지의 <D.O.A>, 이렇게 그의 대표곡 단 세 개만 간단히 소개하더라도 그가 미국 힙합 씬에 끼친 영향력의 깊이와 트렌드의 범위를 상상해 볼 수 있을 것이다.


무엇보다 'No I.D.'는 커리어 내내 샘플 드리븐 힙합의 정수를 보여줘 왔는데, 이것은 하우스 뮤직의 도시 '시카고'에서 나고 자라며 '하우스 뮤직' 메이커로서 음악 커리어를 시작한 그가 뒤늦게 힙합 음악에 눈을 뜨고 뉴욕으로 건너가 만난 '벅와일드'나 '큐팁' 같은 프로듀서의 초기 샘플링 교육으로부터 받은 영향이 상당했고,


그로 인해 불붙은 막대한 양의 음반 수집과 디깅 그리고 끝없는 학습의 노력이 누적되어 발현된 자연스러운 결과물이었다고 볼 수 있겠다.



'No I.D.'가 힙합에 빠지게 된 계기가 된 노래, 에릭 비&라킴의 'Paid in Full' - 데니스 에드워즈의 'Don't Look Any Further'를 샘플링했다.



'노 아이디'는 지난 2017년 발매한 제이지의 13번째 정규 앨범 <4:44>의 전곡을 프로듀싱하기도 했는데,


앨범을 준비하며 대부호가 현재 즐겨 듣는 플레이리스트무엇인지 궁금해했고, 이후 제이지가 전달한 음악 목록으로부터 그의 삶과 생각, 취향을 분석하고, 샘플 추출해 앨범을 완성하기도 했다.




제가 샘플링한 노래의
사운드를 사랑해요.

- No I.D. 왈



개인적으로 너무너무너무너무너무 좋아하는 앨범, 제 생일이 4월 4일이거든요. 촤하하!




칸예 선생(예쌤)


그리고 그런 그로부터 힙합 샘플링의 기법을 전수받고, 음악인으로서의 태도를 배우고, 나아가 남자의 인생에 관해 한 수 배운 인물이 바로 '카니예 웨스트'였다.


서로 친분이 있던 칸예의 엄마(칸맘)와 노 아이디의 엄마(노맘)의 관계 덕에 둘은 연결될 수 있었고,


당시 십 대 중반에 불과했던 '칸예'는 '노 아이디'의 작업실에 놀러 가 음악을 배웠다.


더욱이 '노 아이디'는 '칸예'의 형아, 아빠, 삼촌의 역할까지도 함께 수행하며 그에게 '인생'에 대해 매우 진지하게 가르쳤다고도 전해진다. 쩝.



Donda & Kanye



이후 No I.D.는 칸예의 커리어 초창기에 매니저 역할을 수행하며 그를 음악인 및 사업가들과 긴밀히 이어 주는 그의 시드 투자자로서 활약했고,


칸예의 엄마 '돈다 웨스트'가 사망한 2007년 이후에는 그에게 다가가 그를 위로하고 힘을 북돋우며 위대한 앨범 제작을 함께했는데,


그렇게 탄생한 작품이 미국 힙합 씬은 물론 팝 뮤직의 트렌드를 완전히 바꾼 혁명적 작품인 <808s & Heartbreak>(2008)이다.



"칸예가 하와이로 오라고 해서 결국 2년 반을 머물렀어요. 하와이에 있으면 할 일이 없거든요. 그래서 더 많은 협업을 하게 됐고, 그 기간 동안 아주 놀라운 노래가 많이 나왔어요.



정직함, 연약성 그리고 고통
이것들은 늘 트렌드를 넘어서요.

- No I.D. 왈




노 아이디


'No I.D'의 말과 생각을 졸졸 따라가다 보면,


큰 그림을 그리며 세상을 통찰하는 그의 단단한 인생 철학과 처세의 기술 그리고 무엇보다 성공의 이유를 정말 감사히도 이해할 수 있게 된다.


그래서 그게 뭐냐고요?


그가 힘주어 강조하는 것은 (참으로 진부하겠지만서도) 다름 아닌 인간에 대한 사랑, 겸손의 태도 그리고 끝없는 학습의 자세다. 쩝.



미국 힙합 씬의 3대 천왕, 드레이크, 제이 콜 그리고 켄드릭 라마, 노 아이디가 강조하는 사랑, 겸손, 학습에 미친 리얼 지존들이다.



예컨대 그는 한 분야에 능통하게 되더라도 매 십 년마다 다시 한 번씩 자세를 고쳐 먹으며 새로운 시도를 꼭 해야 한다고 말하면서,


무언가를 증명하기 위해서가 아닌, 그저 좋은 결과를 얻기 위해 노력하는 자세만이 개인의 '커리어'를 얻을 수 있는 최고의 길이라고 주장한다.


또한 요즘 음악을 이야기하며 그것들이 말하는 많은 돈, 좋은 차, 더 많은 물질을 향한 욕망은 사실 '크리에이티브'와 아무런 연관이 없다고 주장하고,


따라서 나를 팔아 더 많은 돈을 벌겠다는 자세보다는 내가 하는 일을 잘하고, 마땅히 받아야 할 것을 받을 수 있는 일에 집중하는 삶을 살아가겠다고 이야기했다.



저메인 듀프리, 노 아이디 그리고 놀란 제이지(놀란지)



그는 쓸데없이 자기를 드러내며 떠벌리지 않았고, 언제나 겸손한 자세를 견지하며,


따뜻한 마음과 최고의 실력이라는 조금도 덧붙일 것 없는 인생 필승의 완벽 조합과 함께,


G.O.O.D. Music의 사장, 데프 잼 레코드의 최고 A&R 담당자 그리고 캐피톨 뮤직 그룹의 부사장으로 일했다.


그리고 어느 날 이런 말을 남겼다.


칸예 웨스트와의 관계를 회상하면서.


인생의 법칙이죠.

당신이 주면, 당신이 받는 거요.

제가 받은 것이 놀랍진 않았어요.

그가 제게 그렇게 준다는 것에

모두가 놀랐죠.

그냥 우주의 에너지일 뿐이에요.

세상 모든 것은 있는 그대로입니다.

사람들에게 무언가를 주어야 할
이유가 없을 때에도 저는 줍니다.

저는 그에게 베풀었고,
그 어떤 것도 바라지 않았어요.



제길슨, 완벽하군!




[그리고 오늘의 추천 노래]

'노 아이디'의 프로듀싱, 그 참맛을 느껴보세요. 되게 맛있다. 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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