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션의 <Tiny Desk Concert>와 스토리텔링 단상
세상살이의 임무는 대부분 표면적인 부름과 질문으로 이뤄져 있는 것 같다.
함정인가?
그렇기에 누군가 꼭 필요한 정보만을 담은 단순하고 기초적인 답변을 제때 던지며 그 삶의 기조를 일관한다면, 그것은 대체로 간단하고 깔끔한 인생을 보장할 테지만, 거기에 인간적 매력을 더 더하고 싶다면 기왕 내놓을 답변에 아무래도 약간의 이야기를 더하면 좋을 것이다.
그래서 이 바쁜 세상살이에서의 스토리텔링이란 조금은 번거롭고 귀찮아도 마음 잡고 작정하거나 따로 선택하는 일에 가깝고, 감사하게 주어진 기회를 기왕이면 잘 살리는 일이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든다.
왜냐하면 편집하거나 순서를 뒤섞지 않고 그때그때의 내 생각을 직설하며 정직하게 다음 걸음으로 나아가도 우리는 별문제 없이 (그것도 너무나 충분히) 잘 살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남의 대가와 인정만 바라면서 살면 <나만의 이야기>가 설 자리가 없어진다고 나는 생각한다.
왜냐하면 나란 사람은 내가 좋아하는 것의 역사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바로 이 지점이 나의 애정이 담긴 이야기를 세상밖으로 꾸준히 내보내야 하는, 우리 모두가 크리에이터가 돼야 하는 가장 확실한 이유라고 나는 생각한다.
며칠 전에 NPR Music 유튜브 채널의 <Tiny Desk Concert>에 미국의 래퍼 '빅션 Big Sean'이 나왔는데, 25분 동안 14곡의 핵심 파트를 잘 편집해 잘라 들려주면서 중간중간 자기 사정을 스토리텔링하는 것이 너무 좋았다.
따로 떠들지 않았으면 최소 몇 곡은 더 들려줄 수 있었을 시간에 그는 굳이 안 해도 될 이야기를 꺼냈고, 그것은 그의 찰진 랩에 아주 인간적인 매력을 더해줬다.
예를 들면 그는 이런 식으로 앨범 제작과 관련한 비하인드 스토리와 그것의 교훈을 들려준다거나
"두 번째 앨범을 발매하고 스트레스를 엄청 받았어요. 첫 앨범만큼 잘 되질 않았거든요.
사람들이 그러더라구요. 소포모어 슬럼프가 확실히 와버렸구나. 그런 말들이 저를 미치게 했어요. 그런데 덕분에 저는 틀어박혀서 제 최고의 앨범 중 하나인 3집 앨범을 만들 수 있었죠.
그러니까 제가 하고 싶은 말은 사람들이 어떤 모습의 당신을 원하든 또 그들이 당신을 뭐라고 생각하든 당신을 저주하지 못하게 하라는 겁니다.
당신이 정상에 있든 바닥에 있든 당신이 가야만 하는 길은 언제나 있는 법이고, 무엇이든 경험하면 성장하기 마련입니다."
또 래퍼로서의 정체성 형성에 관해 이야기하다가는 불쑥 아래와 같이 동료들에게 감동의 샤라웃을 날리기도 했다.
"저를 모르고 계실 어떤 분들을 위해 말씀드리자면, 저는 블로그 믹스테이프 시대의 래퍼입니다.
블로그를 통해 세상에 나온 사람이고, 감사하게도 칸예와 계약할 수 있었죠.
그땐 정말로 오가닉하게 팬 베이스를 만들어야 했어요. 플레이리스트라든가 스트리밍 같은 개념도 없었거든요. 힘든 시간이었어요.
그건 그렇고 블로그 시절의 동료들, 친구들, 그리고 여전히 힙합하며 사는 래퍼들에게 샤라웃을 날려봅니다."
나는 개인적으로 래퍼 '빅션'을 너무 좋아해서, 나의 오랜 구독자 분들이라면 포스트 그 자체나 글 말미의 노래 추천 속에 그의 지분이 상당 부분을 차지한다는 걸 잘 알고 계실 텐데,
그래서 이번 <타이니 데스크 콘서트>의 빅션 편은 내게 더욱 더 커다란 감동으로 다가왔다.
형, 오랜만에 무한 반복하고 싶은 영상 만들어줘서 고마워요!
마지막으로, 이건 좀 위험하고도 주제넘은 방구석 여포식 발언인데, 그래미 수상만 빼면 세상에서 제일 잘 나가는 현대 힙합의 아이콘 '트래비스 스캇' 형은 빅션 형이나 제이콜 형으로부터 '서사'를 좀 배워보면 어떨까 싶다.
당장의 기분을 고양하는 트렌디함도 참 좋지만, 여운이 남는 메시지만큼 오래도록 짜릿한 것은 없으니까 말이다.
[오늘의 추천 영상]
https://youtu.be/tPgSPOykA0M?si=WcdXPoOTKrH9SPEc
[그땐 참 열심히 썼는데 오늘 공유하려니
되게 부끄럽고 엄청 쑥스러운 추천 포스트]
https://brunch.co.kr/@0to1hunnit/19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