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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눕피 Jul 28. 2019

우울과 불안을 극복한 래퍼 '빅션'의 이야기

"Single Again", 결국 답은 나 자신에게 있다.


저는 이 세상이 요만큼이나마 끝내 아름다운 건 많은 사람들이 자신이 겪은 개인적인 고민과 아픔의 경험 그리고 그것을 극복하기 위해 자기가 몸소 들인 지난했던 노력의 과정과 결과를 다른 이들을 위해 친절히 공유하며 위로의 말씀을 끝없이 건네 온 인간의 역사 때문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그러한 건강한 생각과 마음이 축적되어 세상은 조금씩이나마 밝게 제 빛을 내 온 것이 아닌가 싶은 겁니다. 이제는 세상이 많이 바뀌어 그러한 생각과 감정을 담아낸 결과물이 비단 일기, 문학, 음악 등의 고전적인 도구를 통해 사람들에게 전달되는 일에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유튜브, 트위터, 인스타그램 등 다양한 소셜 플랫폼 위에서 시시각각으로 세상 밖으로 터져 나오고 있습니다.


오늘은 미국 래퍼 Big Sean빅션에 관한 이야기를 한번 짧게 해 볼까 합니다. 미국의 정상급 래퍼 빅션이 우울증과 불안 등의 개인적 시련을 극복하고 이틀 전인 7월 26일 새로운 싱글 앨범을 하나 발표했는데요, 소셜 플랫폼 속 그의 관련 멘트와 음악이 제게 꽤 깊은 울림을 주었습니다. 그래서 여러분들께 관련 내용을 '공유'하지 않고는 못 배길 것 같아서 노트북 앞에 부지런히 앉게 되었어요.


17살 때부터 우울증과 불안 등의 정신적 문제로 고생했다는 래퍼 빅션, 그는 명상이나 약물 복용 등 개인적인 노력으로도 해결되지 않는 정신 질환으로 인해 2018년에는 자신의 콘서트 투어를 취소하고 이후 대부분의 활동을 중지하기도 했습니다. 올해 3월, 그는 자신의 생일을 맞이해 인스타그램에 3개의 영상을 업로드했었는데, 영상의 내용은 역시 자신의 과거와 현재 상태에 대한 주저리주저리였습니다.



빅션과 고야드, 그리고 벤츠의 조합


 

I just feel lost and I don't know how I got there.


“작년(2018년) 제 생일 전후의 시기는 저한테 좋으면서 동시에 험난한 시기였어요. 무언가가 줄곧 저의 에너지와 연결되지 않는 듯한 기분이 들었죠. 나 자신이 아닌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는데, 왜 그런지도 알 수가 없었어요.


그래서 내가 하던 모든 것들로부터 벗어났어요. 왜냐하면 뭔가 그 중간에서 길을 잃은 듯한 기분이 들어서였어요. 그리고 치료를 시작했어요. 최고의 영적 치료사들과 얘기할 수 있어서 축복이었습니다. 그러다가 뭔가 내가 확실히 놓치고 있는 게 하나 있다는 걸 알게 됐어요. 어떤 '명확함'을 놓치고 있었습니다. 내 주변 사람, 내가 하는 일들 심지어 음악에 대한 어떤 명확한 감각이요.


행복과 기쁨, 삶의 탈출구였던 음악이 어느 순간 제게 짐처럼, 일처럼 느껴졌어요. 또 좋지 않은 인간 관계도 많았어요. 심지어 엄마와의 관계도 좋지 않았어요. 그런데 그것들이 전부 나 자신으로부터 시작된다는 걸 깨달았고, 그래서 나 자신을 분석해야만 했어요. 누굴 탓할 게 아니라, 나를 돌아봐야 했던 거죠.


그리고 스스로 무엇이든 시작해보기로 했어요. 스카이다이빙처럼 내가 할 거라곤 전혀 생각조차 않던 일들이요. 스스로 재밌겠다 싶은 건 그냥 하기로 했어요.


이제 완벽히 나 자신을 재발견했고, 완전히 새로운 에너지를 찾았어요. 다른 사람이 아니라 나 자신에게 집중해서요. 그리고 다시 곡 작업을 시작했어요. 다시 음악이 재밌어지기 시작했어요. 현재는 내 인생 최고의 음악을 만들고 있어요.”



“도대체 이런 일개 미국 래퍼의 개인사 따위 알아서 어디에 써먹겠다는 거야?”라는 핀잔을 받기 딱 좋을 만큼 쓸모라고는 찾아보기 힘든 정보에 진지하게 관심을 두고 고개를 끄덕이는 저는 ‘나무위키’스러운 인간입니다. 하지만 이러한 삶의 태도가 적어도 저에게는 꽤 괜찮고 심지어 재미있더라고요. 변태처럼 억지로 누군가의 일상을 스토킹하는 것도 아니고, 그들이 먼저 관심 좀 가져달라며 만천하에 노출하는 개인의 이야기들이 많잖아요. 그 속에서 교훈을 하나 찾아내 붙들고 내 삶의 양분으로 그것을 활용하는 것도 꽤 괜찮지 않습니까(공짠데......)?

각설하겠습니다. 아무튼 저렇게 올 3월 인스타그램 비디오 포스팅을 통해 과거와 현재의 자신의 정신 상태에 대해 열심히 떠들었던 래퍼 빅션이 이틀 전인 7월 26일, 싱글곡 'Single Again'을 발표했습니다. 그야말로 따끈따끈한 신곡입니다. 빅션은 이 곡을 발표하기 몇 시간 전에 자신의 트위터 계정을 통해 노래와 관련한 자신의 생각을 담담하게 풀어놓았는데, 그것이 또 제 가슴을 뜨겁게 했습니다. 저는 필사가 취미인 사람인지라 굳이 또 그 트윗 내용을 무려 양지 S노트에 옮겨 적었습니다(싸고 좋아요). 참 한가한 사람이죠.



래퍼의 트윗 메시지를 양지 S노트에 필사하는 한가하기 짝이 없는 남자


내용이 좀 긴데요, 정리하면 "너 자신의 가슴에 귀 기울이고, 네 스스로에게 집중하면 자신으로부터 발하는 행복과 기쁨 속에 아름다움이 있을 것이다'라는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자신의 이 행복 찾기 여정을 여러분과 함께 나누고 싶다는 멘트로 트윗을 마무리 짓습니다. 그러니까 빅션의 이번 싱글 곡 'Single Again'은 자신의 우울과 불안의 과거를 청산하고 최상의 컨디션 속에서 음악에 다시 집중하는 래퍼 빅션의 커리어 전환이라는 측면에서 의미 깊은 곡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에 더해 이번 노래가 더욱 재미있는 점은 빅션의 전 여자 친구인 Jhene Aiko가 피처링에 참여했다는 점입니다. 전 여자 친구와 함께 부른 곡의 제목이 'Single Again'이라니, 참 재미있는 상황입니다.


빅션과 즈네 아이코 (출처: Pagesix.com)



Big Sean - Single Again(Feat. Jhene Aiko, Ty Dollar $ign)



I'm single again (Single again)

난 다시 싱글이야
Told 'em we'll be better off friend.

우린 친구인 게 더 나을 거라고 전해
Maybe I should just focus on me (On me)

난 내게 집중해야 할 것 같아
And slow down, don't rush romance

쉬어가려고 해, 연애도 서두르지 않고.
Blaming you is just so easy (Woah)

남 탓하는 건 참 쉽지
But maybe the problem's me

그런데 문제는 '나'라구
I'm single again (Single again)

난 다시 싱글이야
Guess that's just the way it's gon' be (Gon' be)

그렇게 됐어야 하는 것 같더라
Maybe I should spend this time on me (On me)

나한테 시간을 쓰려고 해
Maybe I should spend this cash on me (On me)

나한테 돈도 쓰려고 해



이 곡에서 빅션이 사용한 'Single'이란 표현은 한국식으로 말해 여자 친구가 없는 'Solo'의 개념을 강조하고 싶어서 사용했다기보다는 하나의 '개인'으로서 '단독'하며 인생을 잘 살아가고자 하는 빅션이라는 래퍼의 의지 발현 쪽에 더 가까운 상태라고 할 수 있을 겁니다. 나의 우울하고 불안한 정신 상태의 근본적인 원인은 결국 '나'에게 있었고, '남'을 탓하고 '상황'을 탓하기보다 '나' 자신에게 조금 더 깊이 집중하여 '나'를 더 사랑하면서 '나'에게 즐거움과 기쁨을 주자는 것이겠죠.


솔직히 말해 저는 정서적으로 '기복'이 별로 없는 편에 속하는 사람인지라 우울증을 앓고 있거나 불안 증세에 시달리는 사람들의 그 고통스러운 감정을 감히 헤아릴 수 없습니다. 그래서 함부로 그들의 정신적인 상태나 기분 등에 대해 이렇다 저렇다 이야기하지 않으려고 하고, 어떤 사람들의 극단적인 선택에 대해서도 최대한 그 극한의 상황을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편입니다. 그런데 요즈음 TV를 틀어보면 '공황 장애'를 앓고 있거나 앓았던 이력을 실실 대며 이야기하는 어떤 연예인들이 눈에 자꾸 밟히더군요.


"어, 너도 공황이야?"

"저 공황 장애 앓았었어요. 형도요? 약 뭐 드세요?"


참, 볼 때마다 느끼지만 누군가는 '공황 장애' 때문에 절박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을 텐데, 늘 저급하다는 생각이 들곤 합니다.


잠깐 다른 길로 샜는데, 다시 돌아와서 글을 마무리짓겠습니다. 사랑하는 연인을 떠나보낸 상실의 감정이나 정신적이거나 육체적인 고통으로부터 벗어난 자유와 기쁨의 감각은 예술인들에게 있어서 일종의 '필요악'과 같은 게 아닐까 싶습니다. 뒤따르는 개인적인 고통을 생각하면 '악'이지만, 그러한 경험들을 통해 예술적으로 승화하는 '작품'이 탄생한다는 측면에서 본다면 간절하고 절실하게 '필요'한 상황인 거라고 생각합니다. 어쨌든 래퍼 빅션에게는 여러모로 좋은 일이 된 듯합니다. 얼마 안 있어 발매될 것으로 보이는 빅션의 다음 정규 앨범이 기대됩니다. 우선 저도 오늘부터는 조금 더 '나'를 사랑하고, '나'를 면밀히 돌아보면서 정신 건강 좀 챙겨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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