래퍼 제이콜, 켄드릭 라마, 제이지 (그리고 스눕피)
누군가 한 가지 주제의 이야기만 반복한다면
거기엔 두 가지 가능성이 있는 거라고 했다.
첫째, 그 이야기를 정말로 좋아하거나
둘째, 그 이야기밖에 할 줄 아는 게 없거나
나는 물론 후자의 분류에 속할 것이다.
그 이야기밖에 할 줄 아는 게 없는 놈,
(영화 타짜 식) 전문 용어로 갈 데까지 간 놈!
오늘은 미국 힙합 이야기를 해볼 거다.
(새삼스럽게 처음 얘기하는 척)
그중에서도 미국 힙합 현역 3 대장 썰을 통해
인생의 교훈을 억지로 한 번 뽑아내 볼까 한다.
(내가 제일 잘하는 일=억지로 분량 뽑기)
먼저 래퍼 제이콜의 이야기,
노래 길이가 무려 14분 35초에 달하는
<Note to Self>라는 곡이 있다.
제이콜의 정규 3집 앨범 마지막 트랙인데,
그는 이 곡 속에서 고마운 사람들,
특히 앨범 완성에 도움을 준 사람들을
하나하나 언급하며 감사와 사랑을 전한다.
지루하게 반복되는, 하품이 절로 나오는
잔잔한 멜로디와 비트 위에서 10분을
내리 쉬지 않고 떠들어대는 그의 능력에
놀라서 딸꾹질이 다 나올 정도이다.
노래의 초반부에서 제이콜은 말한다.
이건 영화의 엔딩 롤 크레딧과 같으니
보기 싫으면 일어나서 나가라고!
(듣기 싫으면 일어나서 꺼지라는 것)
그러고 나서 본격적으로 다양한 사람들을
노래 속으로 끌어 들여와 샤라웃을 날린다.
개인적으로 얽힌 인간관계를
이토록 멋지게 공표할 수 있다는 가능성!
그에게나 샤라웃의 피해자(?)에게나
그것은 얼마나 가슴 벅찬 일이었을까.
나를 도와주어 고맙다고!
지금의 나, 지금의 이 앨범을 있게 해 주어
너무 감사하고 사랑한다고 말이다.
좀 쩔지 않나?
다음은 래퍼 켄드릭 라마의 이야기,
현직 전 세계 최고의 래퍼로 칭송받는
래퍼 켄드릭 라마는 또래의 아픔에 공감하고,
주변의 힘든 삶을 대변하는 랩을 꾸준히
해왔는데 어쩌자고 초심마저 잃지 않는다.
그래서 그는 실로 위대한 평가를 받는다.
(아무나 퓰리처상을 받을 수 있는 건 아니라고!)
그런 그가 어떤 언론 인터뷰를 통해
'Survivor's Guilt'를 이야기한 적이 있다.
살아남은 자의 죄책감,
돈도 좀 벌고 성공했다고 깝죽거리기엔
살벌한 고향 'Compton'에서 동고동락한
어린 시절 친구들을 잊을 수가 없고,
또 그래서도 안 된다는 것.
좀 쩔지 않나?
관련하여 켄드릭 라마는 덧붙였다.
돈 좀 벌었다고 이거 사고, 저거 사며
소위 플렉스를 하는 건 아직 힘들게
살고 있는 친구들에게 큰 상처를 주는
일이라서 너무나 조심스럽다고 말이다.
자기는 그저 그들도 성공의 희망을
품을 수 있는 어떤 가능성의 모델이 되고 싶다고.
좀 쩔지 않나?
자기 성공의 공을 타인에게 돌릴 줄 아는
저 따뜻한 여유와 미친 스포츠맨십,
나의 성공에 취하지 않고 남의 안위를
우선하는 저 책임과 배려심.
그래, 이런 게 리얼 힙합 정신이지.
성공의 피라미드, 그 꼭대기로 가는
사다리 밑은 어중이떠중이로 복작대지만,
정작 꼭대기 위는 꽤나 한적하다고 했던가.
하긴 실력과 품격을 두루 갖춰
정상을 찍는다는 게 어디 그리 쉬울까!
마지막 세 번째는 래퍼 제이지의 이야기,
세계에서 가장 돈이 많은 래퍼 제이지는
그의 노래 <The Story of O.J.>에서
다음과 같이 노래했다.
"V12 엔진이 탑재된
고급 차란 고급 차는
다 샀었지.
그때로 다시
돌아갈 수 있으면
좋을 텐데 말이야.
뉴욕의 Dumbo(지역명)가
비싸지기 전에 20억 정도면
건물 하날 살 수 있었을 테니까.
아, 거기가 지금 한 300억 해!"
"경제적 자유, 내 유일한 희망이었어.
배부르게 살다가 거지꼴로 죽긴 졸라 싫어.
10억 주고 예술 작품을 하나 샀어.
2년 뒤에 고놈이 한 20억쯤 하더라?
몇 년 뒤엔 80억 정도 하더라고.
우리 애들한테 물려줄 생각하니까
너무 기대돼."
제이지는 자산화의 중요성에 대해
이렇게 랩을 통해 설파한 바 있다.
욕도 많이 먹었다.
결국 이기심이라고!
하지만 그게 무엇이 됐든
자산화의 마인드셋을 경유해
누적되는 가치, 배가되는 가치의
참맛을 느껴본 이들은 종국에는
다 비슷한 교훈을 내놓는다.
그것이 돈이 됐든 콘텐츠가 됐든!
하지만 여기에선 조금 딴지를 걸고 싶다.
저기 저 제이지 형처럼 자산화에 성공해
포만감으로 그득한 여유 있는 사람들도
사실은 소비와 낭비를 통해 세상 없는
행복을 느껴봤기에 뒤를 돌아보며
또 앞을 제시할 수도 있는 것일 테니까.
특정한 행복과 기쁨의 감정도 시기를 놓치면
다신 날 찾아오지 않을 거란 걸 알기에
'소비'라는 것은 참 애틋하면서도
꼭 필요한 것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하지만 어디 내가 제이지 형이나
각양각색 경제 유튜버 형들 말에
딴지 걸면서 아는 체할 짬밥인가.
눈치나 살살 보면서 분위기를
살짝 콘텐츠 쪽으로 바꿔야지.
조 풀리지라는 작가가 쓴
<에픽 콘텐츠 마케팅>이라는 책이 있다.
개인적으로 상당히 재밌게 읽은 책인데
거기에서 저자는 콘텐츠를 '자산'으로
생각하는 마인드셋을 갖출 것을
자신에 찬 어조로 강요(?)했다.
한번 잘 만들어 놓은 콘텐츠는
담배 연기처럼 스르륵 사라지는 게
아니라 담배 냄새처럼 곁을 떠나지
않고 우릴 지켜줄 거란 말이었다.
(담배 드립 죄송합니다)
또 어떤 작가는 블로그 글쓰기를 무려
빌딩을 올리는 일에 비유하기도 했다.
블로그를 만들어 '당신'이라는 브랜드로
건물을 짓는다는 생각을 하라는 것인데,
평생 직장이 없어진 이 시대 환경 속에서
그것이 든든한 노후 자산이 될 거란다.
솔직히 자본주의 사회에서
잘 먹고 잘 사는 삶에 대한
모범 담안이란 대충 정해져 있다.
하지만 돈이든 콘텐츠든간에
결국은 균형점의 문제로 귀결하는 듯하다.
부지런히 경계를 찾고 균형을 맞추느라
쓸데없이 바쁜 우리의 매일이 증명하듯이!
아무튼 무엇이든 남겨 먹겠다는
고집스러운 생각만이 능사가 아니란 걸
내 마음속에서만은 영원히 잊고 싶지 않다.
어딘가 좀 아쉽지만
오늘의 힙합 이야기는
여기에서 일단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