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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눕피 Feb 02. 2020

매주 싱글 앨범을 발매해 부자가 된 래퍼 'Russ'

유아독존 밉상 래퍼의 근거 있는 자신감 그리고 마력



성공 못해? 왜 못해? 난 해!

오늘의 콘텐츠는 <스눕피의 화요 힙합 음악 추천>과는 조금 결을 달리합니다. 같은 듯하면서 또 다르기도 한데요, 모르겠어요. 아무튼 다릅니다. 오늘은 조금 더 '개인의 성장(성공)'이라는 관점에서 한 래퍼를 들여다보려고 합니다. 최대한 간추려 볼게요.


오늘 소개하고 싶은 아티스트는 미국 힙합 씬의 '유아독존'의 아이콘, 27살의 백인 래퍼 Russ입니다.


다른 사람들이 왜 자기를 싫어하는 건지 그 이유를 본인만 모르고 있는 사람이 있습니다. 자기만의 세계에 완전히 갇혀있는 사람이죠. Russ를 보고 있으면 또래와의 공감 능력이 떨어지는 천재 소년의 지독한 외로움을 보는 듯합니다. 그는 자신감이 지나치게 충만합니다. 그래서 개인의 의지와 노력만으로 인생에서 누구나 성공을 거둘 수 있다는 단순한 인생의 법칙을 모르고 있는 사람들이 답답해 환장할 노릇인 듯 보입니다. 누가 그걸 몰라서...


Russ (이미지 출처: YourWikis.com)




난 걔들이 틀렸다는 걸 증명한 거라구요. 내 음악적 성공은 우연이 아니라 계획된 것이구요. 왜냐하면 나는 내가 하는 일을 무지하게 믿었거든요.

-밉상 Russ 선생님-



적어도 제게 Russ의 전 앨범은 '거를 타선이 없는' 명품 야구 구단의 탄탄한 플레이어 구색을 떠오르게 합니다. 또한 한 번 열면 순식간에 바닥을 보게 만드는 해태 제과의 홈런볼을 떠오르게도 합니다. 보통 래퍼들의 앨범은 전체 수록곡을 몇 번 플레이하고는 시간이 지나면 마음에 드는 수록곡 몇 개를 골라 듣는 안타까운 수준에 머무르게 되는데, Russ의 앨범은 전체 앨범을 통으로 플레이하게 하는 묘한 매력이 있습니다. 흡인력이 상당하다고 할까요. 그는 에너지 넘치는 독특한 목소리로 비트에 착 달라붙어 맛깔나게 단어를 나열합니다. 래퍼 에미넴이 그를 힙합의 세계로 인도한 것은 물론 랩 스타일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고 하는데, 그래서인지 그의 랩 스타일은 트렌디한 최신 힙합보다는 클래식 힙합 스타일에 더 가까우며 또 잘 어울립니다. 또 독특한 억양 때문인지 이국적인 냄새를 풍기기도 합니다. 미국에서 태어나 자랐어도 계통의 영향(이탈리아)이라는 게 있는 걸지도 모르겠습니다(제가 잘 모르는 부분입니다).




사람들은 내 메시지, 그리고 말하는 방식이 그냥 병신 같대요. 그렇다면 그 병신 같은 걸로 도대체 어떻게 성공하는 건데요?

-밉돌이 Russ 선생님-




그의 삶을 지탱하고 커리어를 끌고 나가는 기반은 '자신감'과 '자존심'입니다. 그것들이 너무 지나쳐서 탈이죠. 그는 아주 일부의 예외적인 인물들(제이콜, 에미넴, 닙시 허슬, 제이지 등)을 제외하고는 동시대 래퍼들이나 선배 래퍼들의 존재를 별로 인정하고 싶지 않아 합니다. 인터뷰를 보면 '사회생활'을 위해 억지로 몇 명을 설정해 인정한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습니다. 그는 한 술 더 떠 자기를 '레전드'라고 참칭합니다. 자기는 곡도 혼자 다 쓰고 믹싱, 마스터링, 엔지니어링을 스스로 완결해 데뷔 앨범을 낸 유일한 래퍼이기 때문에 '레전드'라는 수식어가 그저 '디폴트'라고 주장합니다.


Russ & Joe Budden (이미지 출처: lipstickalley.com)


왜 주변에 그런 사람들 꼭 있잖아요. "그 사람 되게 괜찮지 않아?"라고 물어보면 기다렸다는 듯이 "아, 난 별로야."라고 말하는 사람들이요. '저 사람'의 경우에도 '이 사람'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죠. 누구든 일단 '별로'라고 말하고 보는 사람들이 있어요. 그런데 '그런 사람들'의 공통적 특징은 자기 자신에 대해서는 굉장히 관대하다는 점이죠. 하지만 이러한 이기적인 특질은 개인의 성공을 앞당기는 핵심 요인이 되기도 하는 것 같습니다.

또 한 가지 흥미로운 부분은 보통 저런 특질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은 주변에 무심하기 일쑤인데, Russ는 그 누구보다 힙합 씬과 래퍼들의 커리어, 소셜 마케팅 등을 꼼꼼히 관찰하고 분석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늘 본심과는 반대로 아무렇게나 내던지는 투박한 표현이 문제인 거죠.



Rap is the new sermon, rappers are the preachers
랩은 또 다른 설교야, 래퍼는 목사지.

Rappers are the doctors and the teachers, the world needs us
래퍼는 의사고 선생이지, 세상이 우릴 원한다고.

-Russ <Outlaw> 중에서-




근거 있는 자신감: 건방지고 거만하게

래퍼 스윙스는 언젠가 어떤 강의를 통해 "자신을 믿는데 왜 근거가 있어야 되느냐"라고 일견 맞는 말을 했습니다. 하지만 래퍼 Russ의 주장에 따르면 그는 충분한 근거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는 진정한 '인디' 뮤지션으로 프로듀싱, 믹싱, 마스터링, 엔지니어링을 모두 자기 혼자 처리한다고 '스스로' 밝힌 바 있습니다. 그러면서 힙합 데뷔 앨범 역사 상 나처럼 모든 작업을 홀로 완결한 인간이 또 있으면 나와보라고 악을 씁니다. 또한 그는 '자기'에 대한 믿음과 '팬'과의 신뢰 관계를 자기의 유일한 성공 비결로 꼽고 있습니다. 그 이외의 것들, 예컨대 피처링이나 음반사의 마케팅 등은 부수적이거나 불필요한 것이라고 말합니다.



People say I'm cocky, people say I'm arrogant
사람들은 내가 건방지대, 사람들은 내가 거만하대.

I think lack of confidence is very un-American
내가 볼 땐 자신감 부족은 전혀 미국스럽지 않아.

-Russ <Outlaw> 중에서-




그는 나폴레온 힐의 저작부터 <시크릿>, <연금술사>등의 자기계발서로부터 많은 영향을 받았다는 사실을 여러 차례 밝히기도 했는데, 이러한 배경이 개인의 상상력과 의지력만을 믿고 세상사를 돌파해 나가려는 적극적인 태도를 불러오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또한 그가 다른 래퍼들을 평가하며 'Brand Equity'라는 표현을 굉장히 자연스럽게 사용하는 걸 보면서 저는 그가 브랜딩/마케팅의 관점에서 힙합 씬을 바라보고 있다는 점이 흥미로웠습니다. 사실 개개인도 하나의 고유한 브랜드이니까요. 그는 원대하게 꿈꾸고 철저히 분석하는 일종의 '공부하는' 아티스트인 것입니다.




Fobes의 2018년 12월 기사, '1년에 180억을 버는 힙합 스타'라는 표현이 인상적이다.




관점을 틀다: <월간 윤종신>보다 더 지독한 <주간 Russ>

Russ는 시실리아계 백인입니다. 주지하듯이 미국 힙합 씬에서의 명백한 디메릿의 조건이죠. 또한 앞서 언급했듯 그는 소속사나 동료 래퍼들의 도움을 받지도 않았어요. 14살 때부터 친구와 함께 '구글링'을 통해 '음악 제작'을 배우고 끝없는 연습을 통해 홀로 실력을 다져나갔을 뿐입니다.

그는 2011년에 Tunecore라는 음원 배포 사이트에 자신의 노래를 업로드하며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내기 시작합니다.


Russ는 2011년 12월 앨범 <Velvet>을 시작으로 2014년까지 11개의 앨범을 만들어 연달아 무료로 공개했습니다. 이름하여 Russ의 '11 Projects'입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그가 들인 노력에 비해 '11 projects'는 제대로 주목받지 못합니다. 3년 동안 작업실에 틀어 박혀 애를 썼으나, 현실 세계의 좌표는 여전히 가난을 벗어나지 못한 인디 뮤지션에 머물렀고, 그의 소셜 팔로워는 4,000여 명에 불과했습니다.




제가 2월에 곡을 하나 썼어요, 그런데 그 곡을 이번 2월에 못 내면 내년 2월을 기다려야 되는 거예요. 그래서 생각했죠. 만약 1곡짜리 싱글 앨범을 매주 내면 어떨까?

만일 당신이 히트곡 하나를 터뜨린 아티스트라고 해봐요. 그런데 충분한 노래가 없으면 당신의 곡이 더 듣고 싶은 사람은 당신의 팬이 될 가능성조차 못 가지는 거라구요.

-Russ-





금전적 보상과 팬들의 주목을 바라는 성공에 대한 집념으로 Russ는 새로운 결심을 합니다. 매주 싱글곡 하나씩을 발표하기로 결정한 것이죠. 그리고 즉시 실행에 옮깁니다. 그것도 무려 3년에 가까운 시간을 말이죠. 매주 사운드클라운드 플랫폼 위에 그는 곡을 차곡차곡 쌓기 시작했고, 그중 몇 곡은 대중의 귀에 꽂혀 들어가 메가 히트곡이 됩니다. 하지만 그는 흔들리지 않고 매주 또 다른 곡을 하나하나 쌓아갑니다. 그리고 그것들은 이전에 무료로 공개한 바 있는 11개의 무료 앨범 속 음원들과 합쳐져 막대한 물량 공세의 힘을 보여주었습니다. 몇 개의 히트곡이 이전 곡에 대한 관심을 지속적으로 부르며 선순환하는 식이었습니다.



문학동네 시인선을 떠오르게 하는 Russ의 싱글 앨범 커버



가수 윤종신은 Talks at Google톡스 앳 구글 강연을 통해 '아카이빙'의 위력을 이야기한 바 있습니다. 매월 한 곡씩 음원을 내는 [월간 윤종신] 프로젝트의 성공 비결을 두고 그는 콘텐츠가 쌓이는 것, 그 자체의 위력을 이야기했습니다. 어느 순간부터 곡의 히트와는 상관없이 꾸준히 무언가를 하고 있는 상태와 [월간 윤종신]이라는 브랜드에 대한 관심이 자기를 어필하는 커다란 성공 요소의 하나가 되었다는 것입니다.


전설의 건축가 '르 코르뷔지에' 전시에서 본 인상적인 문구가 생각났어요.


Russ는 또한 신예 래퍼들에게 콘서트 투어의 중요성을 설파하며 관객수에 상관없이 꾸준히 투어를 돌며 팬 베이스를 확고히 다져나갈 것을 강조합니다. 30명, 50명, 200명의 관객에 머무르던 작은 투어에서 오직 자신의 팬으로만 경기장을 꽉 채우는 현재로 변화한 모습을 증명하면서 말이죠.


그는 노래를 매주 꾸준히, 성실히 쌓았습니다. 그리고 관객수에 개의치 않고 꾸준히, 성실히 투어를 돌며 팬 베이스를 두툼히 쌓았습니다. 성공의 이면에는 늘 기본적 성실성이 뒷받침되는 듯합니다.



"지난 2년 반 동안, 사운드클라우드에 매주 한 곡씩 싱글을 발표했습니다."





입이 근질근질한 남자

Russ는 힙합 씬을 둘러싼 '이해할 수 없는' 현상들에 대해 입을 엽니다. 그리고 욕을 사서 먹습니다. Russ의 꽁무니를 따라다니는 키워드는 다름 아닌 'Hate'와 'Hater'입니다. 물론 사람들이 그에게 호의적인 인상을 갖지 못하는 것은 그의 지나친 자신감과 바닥을 기는 공감 능력 때문이기도 하지만, 많은 경우애는 그의 고언 때문이기도 합니다.




"많은 래퍼들이 마약 남용을 미화하고 있어. 하나도 멋없어. 약 때문에 사람들이 망가진다고. 철 좀 들어라.




거대 힙합 미디어 그룹이 인기에 영합하기 위해 짤방 계정을 운영하는 10대들의 입김에 휘둘리는 것, 랩도 한 번 안 해본 치들이 주절주절 힙합 씬에 대해서 지나치게 논하는 행태, 마약 소비를 찬양하고 그것을 트렌디한 스타일로 상정해 힙합의 본질을 왜곡하고 10대들을 현혹하는 요즘 래퍼들의 무분별함 등에 대해 자신의 의견을 가감 없이 던지는 것이죠.


약을 얼마나 더 빨아야 네가 졸라 병신인 걸 깨달을 거냐고?



But you definitely postin' drugs as a marketing game
넌 떠 보려고 인스타그램에 약 사진 올리는 거잖아.
You targeting fame, you can fool the youth, but not me
유명세를 위해, 애들은 속일 수 있어도 난 못 속여.
You raisin' the next generation of addicts on IG
넌 인스타그램에서 마약 중독 꿈나무들이나 키우고 있는 거라고.
I promise you, that's not a very promisin' youth
장담하는데 그거 애들 장래 망치는 거야.
You hate the truth, that's why the truth is botherin' you
팩트는 싫겠지, 팩트가 널 폭행하니까.
I know, your drugs get more likes than your music does
약 사진이 음악보다 '좋아요' 받기 좋다는 거 알아.
That's why you post more drugs than your own music, huh?
그러니까 음악보다 약을 더 많이 포스팅하는 거 아니야?

Postin' drugs all the time, don't fall for it
맨날 약 포스팅하는 거, 거기에 속지 마.
Postin' guns all the time, don't fall for it
맨날 총 포스팅하는 거, 거기에 속지 마.
Postin' money all the time, don't fall for it
맨날 돈 포스팅하는 거, 거기에 속지 마.
Don't fall for it
제발 속지 마.

Russ의  <Don't Fall for It>


어떤가요? Russ의 메시지에서 어떤 울림이 느껴지시나요? 세상에는 속는 자와 속이는 자만 있다고들 말하지만, 사실은 '속이는 자를 잡아내는 자'와 '속는 자를 보호하는 자'가 있기에 이 세상은 끝내 살만한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래퍼 Russ처럼 말이죠.




다 네 머릿속에 들어 있다니까!


2019년, Russ는 책을 하나 발간합니다. 책의 제목은 'IT'S ALL IN YOUR HEAD'인데, 목차는 자신이 발표한 곡의 제목으로 구성했습니다. 아직 읽어보진 않았지만 2주 만에 완성했다는 걸 보면 평소의 진지한 고민과 생각을 편하게 늘어놓은 책이 아닐까 싶습니다. 말하면 현실이 된다, 망설이지 말라, 목적을 가지고 움직여라 등 자기계발서의 기본적인 테마를 차용하고 있구요.



저는 다른 사람들이 제게 왕관을 씌워주길 기다리는 거, 그거 거부합니다. 당신이 뭔데 감히?

-Russ-




메이저 레이블의 도움 없이 '10억' 스트리밍을 달성하고, 포브스 선정 '30 under 30'에 이름을 올린 자수성가의 아이콘 Russ, 그의 말마따나 모든 건 다 우리의 머릿속에 숨어들어있는 건지 모르겠습니다. 자신의 잠재력을 믿고 자신의 머릿속에 쌓여있는 '용기'나 '실행' 등의 키워드를 적절히 꺼내쓸 수 있는 건 온전히 개인의 몫이겠죠. 저는 오늘도 '힙합'으로부터 이 세상을 살아가는 지혜를 배웁니다.


I been sayin' I was rich since I was broke (yeah, yeah)
내가 거지였을 때부터 난 부자라고 말해왔어.
It's a state of mind, you gotta know (yeah, yeah)
그저 마음의 상태란 걸 알아야 돼.
That it's gonna happen fo' sho (mmm)
분명 부자가 될 거라구.
Had to take my time, take it slow (yeah)
천천히 시간을 들이고, 서두르지 않아야지.

Yeah, It's all in yo' head
모두 네 머릿속에 있어.
It's all in yo' head
모두 네 머릿속에.
It's all in yo' head
전부 네 머릿속에 있어.

Russ의 <Since I Was Broke>



[덧붙이며]
구독자 선생님들, 늘 감사합니다!



참으로 의미 없는 추천곡입니다. 감히 전곡을 추천드립니다.



[내용 참고]
GaryVee TV Russ 편(2017.11.10)

Breakfast Club Radio Russ 편(2018.09.11)

Joe Budden TV Season2 Episode8 Russ 편(2019.07.01)
TIDAL, Rap Radar: Russ 편(2019.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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