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R FAVORITE GOATS FAVORITE GOAT
“어떤 한 시대에 무대 위에 올라온 사람들은 모두 서로 연결되어 있다.
어떤 아이디어는 공기 중에 떠다닌다.
우리는 그것에 민감하게 반응하는데, 실은 우리가 그 아이디어로 만들어진 존재이기 때문이다.”
- 에머슨
2025년 7월 26일,
Ye 형의 인천 미추홀 대첩 당일,
쪄 죽을 듯 고온다습한 문학경기장, 불어 터지기 직전에 한 자리 차지하고 앉았건만, 바람 한 톨 안 불어오는 마당에 당장이고 까무러칠 것 같은 건 밖이나 안이나 매한가지였다.
운동장 한가운데, 새하얀 오름 같은 무대 위로 모락모락 피어나는 연기가 내 두피열 같았다.
어린 시절의 추억이 가득 담긴 미추홀구 문학동의 한복판에서 칸예가 랩을 한다는 이 말도 안 되는 현실만큼 비현실적인 일은 또 없을 거란 생각이 정리되기도 전에, 공연 시작 시간에 맞춰 칸예 형이 오름 위로 천천히 걸어 올라왔다.
시간 약속을 지키는 당연한 일이 반전 매력이 되는 트릭스터 예술가의 백 카탈로그 정공법이 2시간가량 멈춤 없이 이어졌다.
머리 꼭대기로부터 줄줄 쏟아지는 육수 폭탄도 막을 길 없는 올드 칸예 송의 향연 속에서 채널 캔디의 허술한 운영 통제에 깊이 감사하며 자리를 박차고 운동장 꼭대기로 뛰어 올라가 불알 둘과 광란의 파티를 즐겼다.
재탕력이 낭낭했던 만큼 지난해 고양 대첩 수준의 감동은 없었지만, 이번에도 칸예의 명성은 팬들을 믿음의 영역으로 즉시 초대, 흡사 부흥회와 같은 종교적인 파이팅을 선사했다.
Ye-zus, Amen!
유도된 떼창으로 관객들이 전율하고 경악하는 동안 영적인 무언가가 손에 잡힐 듯 어른거렸지만 구체적으로 만져지진 않았다.
"스튜디오 녹음을 할 땐 관객들이 훅과 인트로 그리고 특정 라인에 어떻게 반응할지 생각해요. 이렇게 만든 곡을 무대 위에 올리는 건 창작 과정의 궁극적인 완성입니다.”
- Ye
후드와 가죽 바지, 워크 부츠로 멋을 낸 모순과 광기의 패션 스타일은 이슈를 만들어야 생명을 얻는 자폭맨의 부정을 위한 부정의 과잉 퍼포먼스였을까.
아무튼 칸예 형도 저렇게 열심인데, 올여름 기죽지 말고 나도 파이팅 해보자고 그렇게 다짐했다.
“인간은 모두 감수성을 갖고 있으나 어떤 사람은 다른 이보다 그것이 더 강해서 그런 아이디어를 먼저 표현했을 뿐이다.
이것이 발명과 발견의 기이한 동시대성을 잘 설명해준다.
진리는 공기 중에 떠다닌다.
가장 감수성 강한 두뇌는 그것을 먼저 선언할 것이고 그러면 잠시 뒤에 모든 사람은 그것을 받아 선언한다.”
- 에머슨
올해 또 와줘서 고마워요.
진짜 사랑해요, 형!
■ 오늘 함께 듣고 싶은 노래
https://youtu.be/JwAjANmjajc?si=5Cg_ydVctm7Cg0v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