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나는 사업제안을 받은 고객사에 B2B컨설팅 제안발표를 하러 간다.
이번 경우에는 내가 하고 있는 사업에서 어느정도 인정을 받아서, 상대방 회사에서 컨설팅을 진행해달라고 요청을 받고 하게 되는 것이다.
지난 나의 커리어를 생각했을 때, 예전에 B2B컨설팅을 수주하기 위해서 빨빨 거리면서 다니던 시절과 비교하면 많이 성장했구나 초청도 받고 이런 생각을 한다.
상대방에게 지식을 팔아서 수입을 올릴 수 있는 사업중의 정점은 컨설팅 비즈니스이다.
보스턴 컨설팅, 맥킨지 등 전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전략 컨설팅 업체들은 가장 똑똑한 사람들이 모여서 의뢰한 회사의 문제를 해결하고 전략을 짜준다.
고등학교 동창 중에 굉장히 똑똑했고, 서울대 경영학과를 입학한 친구는 회사생활을 잠시 한 이후에 미국MBA(경영전문대학원)에 들어갔고, 졸업하자마자 보스턴 컨설팅으로 입사했다.
이런 똑똑한 친구들이 고객사의 문제를 진단하고 전세계의 사례를 분석해서 A to Z솔루션을 제안하는 것이다.
사실 보스턴 컨설팅 같은 회사는 아무 회사나 의뢰할 수도 없다.
한 사람을 한 명 고용하는데 클라이언트사(고객사)가 1억원을 내야 하는 것이다. M/M이라고 표기해서 한 사람이(1Man) 한 달 일한다(1 Month)는 기준으로 1M/M은 1억원이었다.
쉽게 말해, 보스턴 컨설팅 직원 한 명이 와서 한 달간 분석 후 결과보고를 쓰게 되면 약 1억원을 지급해야 한다. (2019년 내가 창업하기 전 삼성 다니던 시절의 수준이니, 지금은 더 올랐을 것 같다)
경쟁 보험사 한 곳이 10M/M의 사업을 보스턴 컨설팅에 맡긴 것을 봤다. 10억원이다. 5명이 투입되어 2개월간 바싹 분석 후 결과보고를 하면 10억원을 내야 하는 사업인 것이다.
이 정도 고가의 컨설팅은 보스턴 컨설팅 같이 전세계 업계 최고 정점의 회사만 가능하다.
그리고 워낙 비용이 비싸니까 삼성, LG같은 대기업들만 의뢰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내가 영국에서 보험계리로 석사유학을 마치고, 3년간 새로운 경험을 하고자 삼일회계법인을 다닌 경험이 있다.
이때 내가 소속한 곳이 컨설팅을 하는 곳이었다.
삼일회계법인은 회계감사만 할 것 같지만 회계감사는 기본이고, 그것을 기반으로 세금과 관련된 업무, M&A를 위한 딜 업무, 마지막으로 종합적으로 회계감사에 기반한 컨설팅 영역까지 진행하고 있었다.
그런데 내가 삼일회계법인 다닐 때 나에게 컨설팅 영역은 흑역사였다.
나는 삼일회계법인에서 회계사들의 영역이 아닌 보험계리사로서 보험계리를 기반으로 한 컨설팅을 주로 했다. (보험계리라고 하면 보험상품을 만들기 위한 고도의 보험료 계산과정, 고객이 낸 보험료로 준비금을 쌓는 정밀한 계산과정으로 이해하면 된다.)
왜 흑역사라고 표현하면, 컨설팅 제안을 발표할 때마다 번번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그래도 국내 4대 회계법인에서 가장 최고로 인정받고 이 안에 회계사만 3,000명 넘게 있는 최고의 전문 직장인만큼 삼일회계법인이라는 이름으로 컨설팅을 하면 당연히 수주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런데 가장 큰 문제가 하나 있었다.
삼일회계법인의 회계사들은 능력이 있고 매우 똑똑했는데, 당시의 나를 비롯해서 보험계리사들은 역량이 부족했다.
결국 고객사들도 아무리 삼일회계법인이라고 해도 보험계리사들의 역량이 부족하니 보험계리 컨설팅을 잘 안 맡겼다.
‘실력이 부족했던 것이다. ’
3년의 삼일회계법인 기간을 복기하면서 내가 내린 결론이었다.
당시 나는 보험업계 연차4~6년차 수준이었다. 대기업으로 치면 이제 막 대리를 달 수준이다.
당시의 나도 아직 무르익지 않았고, 옆의 동료들도 제대로 된 컨설팅을 하기에는 역량이 부족했다.
우리는 모두 실력이 부족했다.
실력이 부족한 사람은 컨설팅을 의뢰 받을 수도 없고, 설령 받더라도 아주 날카로운 경험에 근거한 뾰족한 해답을 찾을 수가 없다는 것을 뼈저리게 배웠다.
그래서, 당시 삼일회계법인에서 우리 팀이 컨설팅을 하는 경우에는 자체적으로 수주해서 얻은 사업을 처리하는 경우는 드물었고, 옆의 회계사들 본부에서 받은 일을 부수적으로 돕는 경우가 많았다. 그렇게라도 먹고 살아야 하니까.
개인이, 자영업자가 튼튼하게 일어서는 방법도 결국 컨설팅이다.
본인이 레버리지를 일으킬 수 있는 수준에서 자본금을 일으켜서 가게를 차리고 운영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그런데 경쟁이 너무 치열하다.
식료품 가게, 청과물 가게, 치킨 가게 등.
그리고 투입한 자본만큼 회전이 잘 안된다. 그래서 먹고살기 빠듯하고 돈 벌기 어렵다라는 말이 계속 나오는 것이다.
튼튼하게 일어선다는 표현을 했는데, 어떻게든 살아가는 것이 아니고 개인 수준에서도 컨설팅을 할 수 있는 사람이 되어서 큰 자본이 없이도 현금흐름을 창출하고 부담없는 비즈니스를 하게 되는 것이다.
유튜브, 인스타에서 끊임없이 나오는 무자본 창업, 강의, 컨설팅 노하우를 준다는 것이 어떻게 보면 개인 레벨에서 할 수 있는 컨설팅 비즈니스를 말하는 것이다.
책 백만장자 메신저의 브랜든 버처드 역시 궁극적으로 개인 레벨에서 추가 고용없이 극대화된 이익을 얻는 방법이 컨설팅을 할 수 있는 사람이 되라는 것이다.
내가 내 생각과 경험을 팔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이 부분에 집중한다.
내 고객은 처음에 단 한 명이다. 이 단 한 명의 고객을 목표로 한다. 한 명의 유료고객이 생기면 분명히 두 번째 고객이 생긴다. 그렇게 세 명, 네 명이 생긴다.
애기가 한 발, 두 발 걷듯이 해야 한다. 유료고객은 물밀듯이 한 번에 와락 들어올 수 없다.
그리고, 고객 대상을 개인으로 해야 한다. 오늘 내가 대기업에 컨설팅 제안발표를 하러 가듯이 처음부터 기업같은 곳을 고객사로 목표로 하면 안된다.
앞에서 내가 깨진 사례를 언급했지만 B2B컨설팅은 여러모로 가장 어려운 사업이기 때문이다.
실력을 키우자.
뾰족하게 내 분야에서, 내 지식에서, 내가 가진 경험의 영역에서 실력을 키워야 한다.
그렇게 실력을 키워야 생각을 팔고 지식을 팔 수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