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감각해진 뇌를 깨우는 방법

지혜의 주머니 채우기

by 제인 Jane



무감각해졌다는 건 아프지 않다는 말과 다르다.


그건 오히려, 너무 아파서 더는 아프지 않기 위해 감각을 꺼버린 것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뇌는 똑똑해서 고통에 반복적으로 노출될 때, 생존을 위해 반응 자체를 차단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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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복내 측 전전두피질(vmPFC), 감정을 조절하고 의미를 해석하는 이른바 '지혜의 주머니' 역할을 하는 뇌의 이 부위는, 다양한 사회적·정서적 상황을 기억하고, 그 경험들을 토대로 다시 감정을 조절할 수 있도록 돕는다.


우리가 점차 자신의 감정의 폭을 다루는 데 능숙해지는 건, 바로 이 영역의 학습 덕분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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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만약 성장 발달 시기에 정서적 학대, 무시, 지속된 공포나 방임을 경험하게 되면 어떻게 될까?


이 ‘지혜의 회로’는 제 기능을 잃게 된다.


감정을 다루는 게 아니라, 감정이란 걸 꺼버리는 것이다. 그게 바로, '무감각'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이 무감각은 흔히 '조용한 성숙'처럼 오해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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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서 표현이 적고, 혼자 있는 걸 좋아하고, 눈물도 잘 흘리지 않고, 누구에게도 마음을 쉽게 열지 않는 사람.


언뜻 보면 조용하고 사려 깊어 보이지만, 실은 감정이 마비된 상태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복내 측 전전두피질은, 정상적으로 작동하려면 충분한 감정 피드백과 안전한 관계(양육자, 선생님 등)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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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누군가 "너 지금 화났구나", "그건 속상했겠다", "괜찮아, 함께 해결하자"라고 말해주는 경험이, 뇌가 감정을 언어로 해석하고 조절할 수 있게 만든다.


하지만, 그런 피드백 없이 자란 이들은 감정을 알아차리는 데 서툴고, 표현할 언어조차 배우지 못한 채 살아간다.


그리고 세상에 내 감정을 꺼내는 일은 위협처럼 느껴진다.






그러나, 이런 무감각의 뇌를 깨우는 데 필요한 것은 억지 감정 훈련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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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히려 정서적 언어를 다시 익히고, 감정의 맥락을 천천히 되짚는 '심리적 교육'이 필요하다.


안전한 관계 속에서 나의 감정을 말로 표현하는 연습, 그 표현을 부정하거나 조롱하지 않는 사람을 통해 다시금 감정을 믿을 수 있는 감각을 되찾는 게 그것이다.






정서 조절은 능력이 아니라 관계의 산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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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복된 상처는 감정을 마비시켰지만, 반복된 공감은 다시 그 감각을 일으킨다. 그리고 그 회복의 중심에는 다시 복내 측 전전두피질이 있다.


잊고 있었던 감정을 저장하고, 새로운 의미를 부여하며, 그것을 조절할 수 있는 힘을 천천히 되찾는 과정. 그것이 무감각이 된 뇌를 깨우는 방법이다.






우리는 때로 감정을 너무 많이 느껴서, 이제는 아무것도 느끼지 못하게 된 상태에 머물러 있기도 하다.


그건 고장이 아니라 보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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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보호를 벗고 회복을 시작할 때, 우리는 감정이라는 감각을 다시 배워야 한다.


그것은 때로 무척이나 어색하고, 때로는 아프며, 또 눈물이 나는 일일 것이다.



하지만 바로 그런 시간들이, 잃어버린 나를 회복해 주는 시작이기도 하다.


우리의 뇌는 여전히 기억하고 있고, 감정은 다시 흐를 수 있다.

수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