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례로 보는 나르시시즘의 다섯 가지 유형
나르시시즘(Narcissism, 정식 명칭은 자기애 성격장애(Narcissistic personality disorder)이라고 하면,
거울을 들여다보며 스스로에게 반한 고전 신화를 떠올리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현대 심리학에서는 이 개념을 보다 정교하게 분류한다. 그 이유는, 모든 나르시시스트가 "내가 최고야!"를 외치지는 않기 때문이다.
오히려, 어떤 나르시시스트는 "나는 아무것도 아니야... 그런데 왜 아무도 날 알아봐 주지 않는 거지?"라며 마음속으로 눈물 젖은 생각을 하고 있을 수도 있다.
심리학에서는 나르시시즘을 다섯 가지 유형으로 나눈다.
첫 번째는, 과시형(Grandiose)이다.
이는 이름처럼 자신감이 넘치고, 본인이 최고라고 믿으며, 대체로 타인의 조언은 참고용 정도로만 듣는다.
그리고 이 경우에는 회의 시간에는 늘 말이 많고, 회식 자리에선 본인의 대학 시절 얘기나 영웅담 등을 빠짐없이 꺼낸다.
두 번째는, 취약형(Vulnerable)이다.
이들은 겉으로는 조용하고 감정을 잘 드러내지 않지만, 내면엔 인정을 받고자 하는 욕구가 가득하다.
그래서 비판에 민감하고, 칭찬 한마디에 하루 기분이 좌우되기도 한다.
따라서 이들은 자주 생각한다.
"나는 왜 이렇게 외로운 걸까?"
이는, 사실은 주변에서 자신을 진심으로 알아봐 주기를 기다리고 있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세 번째는, 공생형(Communal)이다.
이들은 겉보기엔 천사 같기도 하다. 누구보다 착하고 타인을 도와주려는 마음이 가득하다.
그런데 여기서 알아야 할 점은, 이 모든 행동이 '내가 얼마나 좋은 사람인지'를 보여주기 위한 의도일 수 있다는 점이다.
그래서 "내가 다 했어, 근데 괜찮아. 난 그런 거 바라지 않으니까~"라고 말하면서, 은근히 모든 사람이 그것을 알아주길 바라는 것이다.
네 번째는, 공격형(Malignant)이다.
이는 자기애와 공격성, 조작성이 뒤섞인 유형으로, 반사회적 성격장애와 경계가 모호하다.
이러한 유형은 예로, 조직 내 권력을 이용해 타인을 지배하거나, 자신의 실패를 남 탓으로 돌리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그들은 누군가 자신을 비판하면 복수심을 키우고, 칭찬하면 그것을 권리로 여기기도 한다.
마지막 다섯 번째는, 과보상형(Compensatory)이다.
이들은 대체로 자존감이 낮고, 과거의 상처나 무시에 대한 보상 심리로 자기애적 성향을 드러낸다.
그래서 과도하게 자신을 포장하거나, SNS에서 지나치게 화려한 모습을 자랑하는 이들이 여기에 해당될 수 있다.
이와 같이 나르시시즘에도 여러 가지 유형이 존재하는데, 이 글에서는 직장과 학교 등 일상생활에서 자주 마주칠 수 있는 세 유형인 취약형, 공생형, 과보상형을 조금 더 들여다보고자 한다.
취약형 사례는 다음과 같다.
어느 날, 팀 프로젝트 발표를 앞두고 늘 불안에 떠는 동료가 있다. 발표를 시켜놓으면 의외로 말을 잘 하지만, 발표가 끝난 후엔 "아까 그 PPT 넘기기 너무 늦지 않았어? 내가 망쳤나 봐"라고 자책한다.
그래서 그에게는 피드백을 줄 때도 쉽지가 않다. 칭찬 반, 조언 반을 해도 "결국 못했다는 거네..."라고 받아들이기 일쑤이기 때문이다. 그는 결국 항상 인정에 목말라 있지만, 인정받기 위한 표현 방식은 서툰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공생형 사례는 다음과 같다.
공생형은 대체로 조직 내 '착한 사람' 역할을 맡는 경우가 많다. 회식 때마다 가장 먼저 자리를 정리하고, 후배에게도 늘 조언을 아끼지 않는다.
그런데 참 이상하게도 그 사람이 빠지면 아무도 분위기를 이끌지 못한다. 그러다 보니, 어느새 모두가 그에게 의존하게 되었고, 그는 어느 날 슬쩍 이렇게 말한다.
"나는 그냥 도와준 것뿐이야... 그런데 사람들이 너무 나한테만 기대는 거 같아서 좀 피곤해"
하지만 그들은 내심, 그 기대와 인정이 사라지면 자신도 사라지는 것 같아 두려워하기도 한다.
마지막으로 과보상형 사례는 다음과 같은데, 이 경우는 조금 더 다이내믹한 편이다.
학창 시절 별로 주목받지 못했던 경험을 가진 사람이, 사회에 나와 브랜드 옷, 최신 스마트워치, 그리고 고급 커피를 손에 든 채 "오늘도 나 좀 멋지지?"라는 눈빛으로 등장한다.
그리고 자신이 하는 일 자체보다 '내가 이렇게 성장했다는 것'을 보여주는 데 에너지를 더 쏟는다.
하지만, 그들은 종종 본인의 불안과 열등감을 덮기 위해 과한 이미지 관리에 몰두를 하게 되고, 결국 이로 인해 실제 업무에서는 허점이 생기기도 한다.
이처럼 나르시시즘은 단순한 '자기애(Self-Love)'가 아니라,
자존감을 지키기 위한 다양한 심리적 방어와 표현인 것이다. ㅡ 물론 이러한 방어와 표현이 극단적인 방향으로 치닫는다면 각 상황에 적합한 해결책을 찾아 나아가야 하지 않을까 싶다ㅡ
특히 취약형과 공생형, 과보상형은 겉으로 쉽게 드러나지 않기 때문에 오히려 더 섬세한 이해가 필요하다.
누군가는 조용한 불안 속에서 사랑받기를 원하고,
누군가는 돕는 사람이라는 타이틀 안에서 자신을 확인하며,
또 누군가는 자신의 상처를 포장된 성공으로 보상받고자 한다.
그래서 나르시시즘을 진심으로 이해하려면,
그들의 말보다 마음속 속말에 귀 기울일 필요가 있다.
"내가 이만큼 괜찮은 사람이라는 걸 알아줘."
"나 사실 혼자 버티고 있어."
사실은 이렇게 말하지 못하는 누군가가
오늘도 열심히 자기를 꾸미고, 도와주고, 웃고 있는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