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부. 대체될 수 없는 인간의 마음
심리학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알고 있을 테지만, 인간의 뇌는 세상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는다. 뇌는 항상 경험과 기억 등을 바탕으로 해석하고, 연결하고, 또 의미를 부여한다. 이것은 정보 처리의 부산물이 아닌, ‘살아남기 위한 하나의 전략’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그 의미를 가장 자주 만들어내는 장치가 바로 ‘일’이다.
그렇기 때문에, 일은 인간이 매일 수행하는 ‘의미 생성 실험’인 셈이다. 하루의 일과를 마치며 “오늘도 뭐라도 했다.”라는 감각은, ‘나’라는 존재에 대한 안도감이다. 이는 신경과학적으로도 입증된다. 전전두피질(prefrontal cortex)은 목표를 설정하고, 보상 예측 시스템은 그 목표가 달성될 때 쾌감을 준다. 이 과정은 반복될수록, ‘의미 있는 행위는, 곧 긍정적인 보상이다.’라는 연결을 강화한다. 즉, 인간은 일을 하면서 의미 회로를 훈련한다는 의미가 된다.
AI는 효율적으로 일하지만, 그 결과를 ‘의미’로 인식하지는 않는다. 왜냐하면 AI의 결괏값 출력은, 맥락에서 분리된 결과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인간의 일은 맥락 속에 존재한다. 누군가를 돕거나, 문제를 해결하거나, 또는 자신을 성장시키는, 이러한 맥락이 바로 의미의 근원이다.
그렇다면,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일을 통해 지치게 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일이 많아서가 아니라, 그 일의 의미 회로가 끊어졌기 때문이다. 쉽게 말해, 의미를 잃어버린 것이다. 우리는 노력과 가치, 성취와 정체성이 연결되지 않을 때 인간은 일을 ‘노동’으로만 느끼게 된다. 그래서 쉽게 지치고 때로는 너무나도 일이 하기 싫어지는 것이다. 하지만, 같은 일이라도 ‘이 일이 나에게 어떤 의미를 갖는가?’를 되묻는 순간, 뇌는 다시 의미의 경로를 복원할 수 있게 된다. 그때의 일은, 우리에게 의무가 아니라 '경험'이 된다.
결국, 우리가 일하는 이유는 단 하나다. 일을 통해 ‘나는 누구인가’를 말하기 위해서이다. 그 대답은 나아가 우리를 의미 있는 삶으로 계속해서 이끌어 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