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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호림 Jun 05. 2023

내가 브런치에 글을 썼던 이유

epilogue / 에필로그

그간 기피하던 노안 안경알로 바꾸니 정말 세상이 밝다. 어지러워서 못 쓸지 알았는데 진즉에 바꿀걸… ㅎ 그래서 결단이란 빠르면 빠를수록 좋은 법이다. 브런치 작가가 되면서 지금껏 비공개 SNS에 글을 쓰면 꼭 브런치에 같이 올렸다. 초기엔 브런치란 곳이 뭔가 대단해 보여서 네이버나 다음 포털의 내 인물정보란 홈피가 브런치로 되어있을 정도다.


하지만 내가 왜? 무슨 이유로 브런치에 충성을 다 하고 있는 건가?


사실 첨 브런치 작가가 되었을 땐 작가 등단을 한 냥 좋아도 했었다. 사람들이 브런치작가가 되는 것이 굉장히 어렵다 이야기들을 했지만 난 단 한 번에 글로 브런치 작가 승인을 받았으니.


이게 그리 어려운 건가?


라며 우쭐거림을 동반한 기고만장한 착각을 했고 특히 내게도 글 쓰는 재주가 있구나~라는 생각도 했었다. 물론 방송기사를 주로 썼고 몇 년 전까지도 라디오 작가 겸 라디오 디제이로 방송활동을 했으니 이유 있는 착각이지만 사실상 그것들은 글 쓰는 재주라기보단 그냥 업무로 규정했어야 했다. 근데 다 떠나서...


브런치 스토리에 글을 적는 이유가 솔직했어야 했다.


이 브런치란 곳은 글 쓰는 능력이 되면 책을 무료로 출판할 수 있다기에 개인적인 욕심으로 자서전을 한번 출간하고 싶어 시작한 일이라고 인정하고 솔직히 접근했어야 한다는 말이다. 근데 이걸 건강할 때는 잘 모르다가 내가 뇌경색이라는 중병이 걸려 재활병원에 입원해 있는 참 열악한 상황 속에서 알게 되었다.


뭐... 옛말에 늦었다고 생각될 때가 가장 빠른 때고 뭐고.... 불라 불라...


난 이 말을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 란 말과 함께 제일 싫어하는데, (이게 말이지 실패했다 재기에 꼭 성공한 사람들만이 쓰는 말 같아서) 이제는 브런치스토리에 절필까지 선언했지만 다시 한번 작가 등단 프로젝트에 응모를 해보려 한다. 이유? 이젠 좀 솔직해질 수 있기도 하고 또...


옛말에 늦었다고 생각될 때가 가장 빠른 때라고 하더라, 풉


병을 앓기 전엔 세상 수없이 많은 출간 작가와 등단작가 사이에 끼려고 왜 그리 헛된 짓을 했던가? 라며 이런 글들을 아침마다 하루도 빠지지 않고 써대는 내가 정말 한심해 보였었다. 하지만 이렇게 중병으로 투병을 하고 보니 이 모든 게 쓸데없는 짓이 아닌 내가 세상에 태어나 나란 사람에 대한 흔적을 남기는 아주 성스러운 일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만일 내 어머니가 친형이 울고 불고 생떼를 부렸어도 산부인과에 가서 나를 지워버렸다면 어차피 나란 사람은 이 세상에 태어나지도 못한 거 아닌가? 그런 생각들이 들자 지금은 진짜 아픈데 꼭 정상인 것 같고 아프지 않았던 과거의 내 지난날들이 오히려 부정적이며 시니컬한 게 꼭 아픈 사람이 아니었나 라는 생각도 해본다. 꼭 성경나오는


고난의 유익


이란 말을 이제야 비로소 아주 조금은 이해할 수가 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게 말이지, 6개월 전 내게 주어진 고난 같던 뇌경색이란 중병이 어찌 보면 나에게 비극이 아니라 희극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 지금, 이렇게 떨리는 두 손이라도 타이핑을 하며 나의 생각들을 다시 글로 쓸 수 있음에 진정한 감사함을 느끼면서 이 브런치 북을 마무리한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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