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작 리뷰]영화 '보통의 가족', 평범함을 넘어선 이야기"
'보통'이라는 말은 여러 가지 의미를 가지고 있다. 일반적으로는 특별하지 않고, 널리 통용되며, 평범한 상태를 의미한다. 예를 들어, 노태우 씨는 '보통 사람'이라는 말로 자신을 어필하며, 특별히 뛰어나거나 부족하지 않은 일반적인 사람임을 강조했다. 그는 위기 때마다 이 말을 사용해 대중의 신뢰를 얻었고, 결국 대통령의 자리까지 올랐다.
또한, 보통은 일상적이고 규칙적인 상태를 나타내기도 한다. 예를 들어, '보통의 날씨'라고 말하면 계절에 따라 예상되는 일반적인 날씨 수준을 의미한다.
2024년 10월 16일, 영화 <보통의 가족>이 개봉했다. 개봉 전부터 한국 최고의 연기파 배우인 김희애, 설경구, 장동건과 세계적 프랜차이즈 영화인 <어벤져스> 시리즈에 출연한 수현이 캐스팅되어 큰 관심을 받았다. 또한, 과거 한석규와 심은하 주연의 <8월의 크리스마스>를 연출한 허진호 감독의 작품으로 관객들 기대가 컸다. 이를 증명하 듯 10월 19일 기준 네이버 관람객 평점 8.35,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 관람객 통합전산망 기준 21만 명을 기록, 국내 박스오피스 1위에 등극하며 순항 중이다.
영화는 네델란드의 작가 헤르만 코흐의 소설 <더 디너> 를 원작으로 '보통의 가족' 처럼 보이는 이들의 이면의 이중성을 거침없이 폭로한 작품이다. 내용은 두 형제 부부가 자녀들의 범죄를 은폐하려는 과정에서 벌어지는 갈등과 심리 변화를 통해 사회적 메시지를 전달하고있다.
하지만 필자는 영화를 관람하고 연출자인 허진호 감독의 '보통'의 기준이 궁금해졌다. 그 이유는 내가 평소 느낀 '보통'이란 단어의 의미와 허감독이 영상에서 보여주려 했던 '보통'이란 단어가 주는 의미가 상당한 괴리감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영화 속 범죄를 저지른 주인공 자녀들의 비상식적인 행동과 언행은 마치 과거 류승완 감독이 연출한 '베테랑' 1편의 배우 유아인이 연기한 안하무인 부르주아 '조태오'의 어린 시절로 보였다.
절대 보통이라 할수 없는 영화속 상류층 자제들의 모습을 '보통' 으로 표현한 허감독이 영화를 통해 말하고 싶었던 것은 무엇인지? 정말 '보통의 가족' 을 말하고 싶었던 것일까?
물론, 소통 부재의 자녀교육과 가족간의 무관심을 보통이 아닌 상류층 아이들에게 투영시켜, 보는 이로하여금 동질감을 끌어내서 이러한 사회적 문제를 꼬집어 말하고 싶었던 감독의 의도 때문일수도 있겠다. 하지만 이 작품을 끝까지 보고 느낀점은 자식 문제 앞에서는 법도, 원칙도, 도덕적 신념도 심지어 이성까지도 모두 잃어가는 부모의 모습을 통해 인간의 모순적, 이중적 모습이 느껴졌을 뿐인데 굳이 이 시대의 수험생 아이들의 모습을 인성에 문제있는 이중인격으로 연출한 점은 영화 속 아이들이 이 시대 수험생 전부를 대변하는 건 아니지만 두아이의 학부영으로 상당히 불쾌했다. 물론 내가 지금 말하고자 하는 것은 영화가 재밌다, 재미없다를 이야기 하는 것은 아니다.
영화가 끝나니 오후 11시가 넘어 자정을 향했다. 금요일 오후, 누군가는 영화를 보며 신나는 주말로 이어지는 심야의 초입이겠지만, 오늘도 늦은 시간까지 편의점 음식으로 끼니를 때우며 학원에서 코피 터져가며 열심히 공부하는 정말 '보통'의 아이들에겐 입시 전쟁이 끝나는 그 날까지 이런 주말 따위는 그저 어제와 다름없는 보통의 날일 것이다.
집으로 가는 길, 학원가에 진입하자 수업을 끝낸 수험생들이 시내 버스를 타려고 긴 줄을 서 있다. 시간 상 이마저 놓치면 한달 용돈에 타격을 주는 택시를 타야 하거나 집까지 걸어가야하는 상황일게다. 도로 한켠에서는 학원 앞에 차를 대놓고 좋은 자리에서 아이들을 픽컵(pick-up) 하려 전쟁을 벌이는 '보통의 부모' 들의 주차전을 펼치고있다. 이 모습을 보자니 영화 '보통의 가족' 이 보여준 '보통'의 의미가 더욱 씁쓸하다.
사전 정보 없이 '보통의 가족' 이야기로 착각하고 영화를 관람했다가 자극적이고 극단적인 결말로 막을 내린 이 영화의 제목은 사실 '보통의 가족'이 아닌 '찜찜한 가족' 이라 했어야 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