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0만 관객 돌파한 '소방관', 정치적 논란을 뛰어넘은 감동의 힘
곽경택 감독의 신작 영화 '소방관'이 지난 2024년 12월 4일 개봉했다. 이 영화는 2001년 서울 서대문구 홍제동에서 발생한 실제 방화 사건을 모티브로 하여, 화재를 진압하기 위해 사투를 벌이는 소방관들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곽경택 감독의 5년 만의 신작으로, 2020년에 촬영을 마쳤지만 코로나19 팬데믹과 배우 곽도원의 음주운전 사건으로 인해 개봉이 지연되었다.
많은 소방관의 생명을 앗아간 홍제동 화재 사건은 실제로 2001년 3월 4일 오전 3시 47분에 발생했다. 이 사건은 다세대주택에 방화로 인해 발생한 연립건물의 화재가 크게 번지면서 생긴 건물 붕괴 사고였다. 이 사고로 인해 소방관 6명이 순직하고 3명이 부상을 입는 큰 비극이 발생했다.
영화는 소방관들이 급박하게 변하는 화재 현장에서 목숨을 걸고 인명 구조 시 발생할 수 있는 순간적 판단과 그 판단으로 인해 발생될 수 있는 고뇌와 정신적 트라우마까지 그리고 있다. 특히 소방도로에 주차되어 있는 불법 주정차 차량들로 인해 화재 진압 과정 중 큰 어려움이 발생했던 과거 소방관 선배들의 에피소드를 자세히 스크린에 그려냈다.
영화속에 그려진 소방관들의 애로사항은 2017년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 사고 이후, 소방차의 긴급 출동 시 불법 주정차 차량에 대한 강제처분 권한이 강화되었고, 이에 따라 소방차는 불법 주정차 차량을 밀어내거나 창문을 깨고 진입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러니 2017년 전에는 소방관들이 소방도로의 주정차 차량 때문에 화재 현장에 가까이 진입하지 못해 무거운 산소통과 화재 진압, 인명 구조 장비를 체결하고 직접 화재 현장까지 짧지 않은 거리를 뛰어가야 했던 것이다.
주요 출연진으로는 배우 곽도원이 화재 진압팀을 이끄는 반장 역으로, 마동석의 범죄도시3에서 메인 빌런 중 한 명인 이준혁, 그리고 주원, 유재명, 이유영 등이 함께 소방관 화재 진압팀 동료로 출연했다. 곽경택 감독은 이 영화에 대해 "소방관 희생에 바치는 헌사"라고 말했다. 필자 역시 영화를 보는 내내 소방관들의 노고와 희생에 감사함을 느끼는 시간이 되었는데, 개인적으로 오랜 시간 소방관으로 근무하고 있는 손윗처남이 생각나 눈물이 나기도 했다. 그의 아내 역시 현직 소방관으로 지금까지 소방관으로 헌신하는 부부를 생각하니 영화에 더 몰입되었다.
곽경택 감독은 2001년 3월 31일 개봉하여 818만 관객을 동원하며 한국 영화사에 큰 획을 그은 영화 친구를 연출한 이후 슬럼프에 빠지기도 했다. 하지만 영화 친구가 개봉한 2001년 3월에 발생한 비극적인 화재 사건을 2024년에 영화화하면서 현재 누적 관객 수 150만 6,573명(12월 14일 기준), 개봉 8일 만에 100만 관객 돌파하며 11일 연속 박스오피스 1위를 유지하며 흥행 감독으로서의 면모를 다시보여줬다. 이는 9년 만에 속편을 개봉한 베테랑2 이후 백만 관객을 돌파한 첫 한국 영화가 되며, 곽경택 감독의 연출이 다시금 흥행 감독으로서 도약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
관객들의 반응 또한 뜨겁다. CGV 골든에그지수 93%를 기록하며 "인생 최고의 영화", "연기, 연출, 스토리 삼박자가 모두 완벽" 하다는 관객 호평을 받고 있다. 그러나 영화의 흥행은 여러 논란과 맞물려 쉽게 이어지지 못했다. 개봉 초기에는 영화가 좋은 반응을 얻어 100만 관객 돌파를 목전에 두었지만, 곽경택 감독의 동생인 곽규택 국민의힘 의원이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표결에 불참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소방관을 '내란 영화'라고 비판하는 목소리까지 나오며 관객들의 외면을 받았다. 여기에는 주연 배우 곽도원의 음주운전 사건도 변수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곽경택 감독은 동생(국민의힘 곽규택 의원)의 표결 불참 행동에 실망감을 피력하며 정치적 문제와 영화의 예술성을 분리해서 봐야 한다고 강조했고 현재 영화 소방관은 이러한 정치적 리스크들을 극복하고 흥행을 이어가고 있다. 마지막으로 영화 속 화재 현장이 꼭 현 시국과 닮아 있어 씁쓸함을 더했다. 영화를 영화로서 보지 못하고 정치적인 이슈와 결부시키는 내 모습을 보며 얼마전 엉뚱하고 무모했던 계엄 발령 사건의 트라우마가 생긴 듯 하다.
여기서부터는 스포일러가 될 수 있습니다.
영화속 빌런, 방화자는 오로지 본인 도박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화재보험금을 수령하려고 동네 건달과 작당하고 어머니의 가게 건물에 불을 지르는 패륜을 저질었다. 이 모습은 흡사 국가 운영이 내 맘대로 되지 않는다고 국민을 위해 존속된다해도 과언이 아닌 국가에 무책임하게 비상 계엄령 발령한 윤 대통령의 모습과 달라보이지 않았다.
방화로 활활 불타고 있는 건물에 한시라도 빨리 진입해서 화재 진압을 하도록 도와야 하지만 소방도로에 불법 주정차된 차량들로 인해 화재 현장에 살수차의 접근조차 못 하게 만드는 차량들은 꼭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표결에 참여하지 않은 여당 의원들의 모습으로 보였다.
마지막으로 희생과 고통을 감수하면서 악전고투하며 화재 진압을 했던 소방관의 모습은 한 겨울 한파를 이겨내며 대한민국의 민주화를 위해 시위에 참여해 대통령 탄핵 소추안을 이끌어낸 대한민국의 모든 국민들로 보였던 건 비단 나만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