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 대간의 그림문양을 해석하다

by 미운오리새끼 민

대간이 돌에 가까이 가자 신기하게도 물이 수로를 통해 빠져나갔다. 어느덧 물은 흔적도 없이 사라졌고 거대한 바위가 나타났다. 대간이 바위를 밀자 가벼운 솜처럼 옆으로 천천히 움직였다. 바위 밑에 안으로 들어갈 수 있는 통로가 있었다.
대간이 천천히 안으로 들어갔다. 이어서 강태석 소장과 하람 그리고 황정민 박사가 들어갔다. 통로는 매우 어두웠다. 사람이 서서 걸을 수 없을 정도로 높이는 매우 낮았고, 점점 안으로 들어갈수록 좁아졌다. 좁은 통로 탓에 답답함이 밀려왔다. 손전등 불빛도 어두워졌다. 주변의 전기를 빨아들이듯 대왕암 내부는 더 어두워졌다. 통로를 지나자 작은 석실이 나왔다.
석실 안은 가로, 세로 5m의 방이었다. 바위를 깎아 만든 내부에는 십이지신상이 양 옆으로 서 있었다. 방의 서쪽 면에는 작은 단이 설치되어 있었고, 그 뒤쪽에 커다란 대리석 상자가 놓여 있었으며, 그 위에 왕관이 놓여 있었다. 그리고 맞은편 동쪽 면에는 석관으로 된 네모난 상자가 있었다. 상자 안에는 살아생전 문무왕이 사용했던 소장품들이 놓여 있는 것 같았다. 벽에는 말을 타고 달리는 모습, 전쟁에서 승리하여 돌아오는 모습 등 문무왕이 달성한 업적들이 그림으로 기록되어 있었다. 대간이 강태석 소장을 바라봤다.

“이제 더 이상 들어오시면 안 됩니다. 그리고 내 말 잘 들으세요. 내가 영면에 들어가면 다이몬은 내가 사라진 것을 알고 자신의 부하를 시켜서 나의 은신처를 찾아 나설 겁니다. 쉽게 이곳을 찾지는 못하겠지만 그렇다고 시간이 오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이제부터 모든 운명은 소장님에게 달려 있어요. 소장님만 믿고 저는 영면에 들어갑니다. 하람, 그리고 이 부리막대 상자를 잘 보관하고 있으렴.”
대간이 하람에게 부리막대 상자 주머니를 건넸다.

“준비되셨으면 말씀해 주십시오.”
대간이 강태석 소장에게 말했다. 강태석 소장이 서쪽의 작은 단에 갖고 왔던 자료와 손전등을 올려놓았다. 그리고 안경 안에 내장된 컴퓨터를 부팅시켰다. 눈빛으로 빠르게 자료들을 찾아 화면에 올려놓았다.

“됐습니다.”
강태석 소장이 긴장된 얼굴로 말했다. 하람이 주머니에서 부리막대 상자를 꺼내 재단 위에 올려놓자 부리막대 상자는 아래 꼭짓점이 닿을 듯 말 듯 재단 위로 살짝 떠올랐다. 천천히 돌아가는 부리막대는 전보다 더 밝게 빛나고 있었다.
대간은 모든 것을 확인하고 한쪽 벽면을 살짝 눌렀다. 그러자 벽의 한쪽이 스르르 열렸다. 대간은 강태석 소장과 하람에게 눈빛으로 인사한 후 벽 안쪽으로 사라졌다. 대간이 들어가자 문은 닫혔다.
강태석 소장과 하람은 부리막대 상자를 유심히 살폈다. 아직 특별한 반응은 없었다. 다른 면에서는 서로 번갈아가며 신호를 보내고 있었지만 대간의 자리에는 여전히 하나의 십이지신 모습만 보였다.

“왜, 대간의 모습이 안보이죠?”
하람이 불안한 눈으로 물었다.
“그러게 말이다. 뭐가 잘 못 됐는지 모르겠다. 지금쯤 보여야 하는데.”
강태석 소장도 불안해졌다.
“뭐가 잘못되고 있는 건가요? 어? 진짜 몸 색깔이 변했네.”
황정민 박사가 하람의 푸르게 변한 몸을 보고 놀랐다.
“대간의 그림문양이 나타나지 않고 있어요.”
그때 천둥번개 같은 소리가 들렸다.
“이게 무슨 소리죠?”
하람이 놀라서 물었다. 강태석 소장도 가만히 소리를 듣더니 급히 말했다.

“대왕암의 문이 닫히는 소리야. 빨리 여기서 나가야 해! 내가 대간이 영면하면 문이 닫힐 수 있다는 생각을 미처 못 했구나.”
강태석 소장과 황정민 박사는 자료들을 재빨리 가방에 집어넣었다. 하람도 부리막대 상자를 주머니에 넣었다. 셋은 좁은 통로를 지나서 바위 입구까지 나왔다. 문은 어느새 절반 정도 닫혀 있었다.
“빨리 나와요!”

황정민 박사가 먼저 나가서 말했다. 강태석 소장까지 나왔을 때는 문이 4분의 1까지 닫혔다. 마지막으로 하람이 나와야 하는데 너무 좁아서 나올 수가 없었다.
“소장님, 좀 꺼내 주세요!”
하람이 손을 내밀었지만 힘들었다. 문은 점점 닫혀갔다. 하람이 부리막대 상자 주머니를 밖으로 던졌다.
“하람아, 빨리 나와!”
강태석 소장의 목소리가 다급했다. 문은 이제 거의 닫혀갔다. 하람의 얼굴도 보이지 않았다. 들어오지 않던 바닷물도 예사롭지 않게 움직이고 있었다. 그의 얼굴이 사색이 되었다.
‘하람이 없으면 대간도 못 구해.’

강태석 소장과 황정민 박사가 닫히는 바위를 최대한 막아 보았지만 대간이 솜처럼 움직였던 바위는 미동도 없었다.
“안 돼! 이러지 마! 이러면 모든 게 끝난다고.”
강태석 소장이 울부짖으며 말했다. 하지만 이미 문은 닫혀 버린 후였다. 물도 수로를 통해 들어오고 있었다. 그는 바위에 털썩 주저앉았다. 부리막대 상자도 물에 잠기고 있었다.
“내가 다 망쳤어. 모든 게 끝났어. 대왕암 내부를 보려 했던 내 욕심이 이런 화를 부른 거야.”
강태석 소장이 바위에 분풀이라도 하듯 바위를 치며 말했다. 그때 그의 앞에 부리막대 상자 주머니가 들어왔다. 그리고 그것을 쥐고 있는 사람의 얼굴을 봤다. 하람이 앞에 있었다.
“아니? 너! 어떻게 나왔니?”
강태석 소장이 놀란 얼굴로 물었다.
“저는 몸을 변화시킬 수 있어요. 지금은 연기로 변해서 나왔어요. 어서 빨리 대간을 꺼내야죠?”
하람이 주머니에서 부리막대 상자를 꺼내며 말했다.
“알았다. 여기는 물이 차올라서 작업하기 불편하니 보트로 가자.”
셋은 보트에 탔다. 하람이 부리막대 상자를 테이블 위에 올려놓자 부리막대 상자는 지상에 떠서 천천히 돌았다.
“대간의 그림이 보여요!”
하람이 부리막대 상자에서 대간의 면을 보며 말했다. 강태석 소장도 부리막대 상자를 유심히 살폈다. 정말 보였다. 갑자기 가슴이 뛰었다. 옆에서 보고 있던 황정민 박사도 부리막대를 보며 말했다.
“소장님 예측이 맞았네요.”
“빨리 시작해요.”
하람의 마음이 급해졌다.
“그래, 알았다.”
강태석 소장은 귀신에 홀린 듯 멍하니 부리막대 상자를 바라보다가 하람의 말에 서둘러 자료들을 주변에 펼쳤다. 그는 부리막대 상자에 나와 있는 그림문양을 영상으로 찍었다. 그리고 안경에 내장된 컴퓨터로 전송했다. 그는 컴퓨터에 저장된 세계 각국의 그림문양 해석 내용과 일치하는 자료가 있는지 살폈다. 또한 갖고 온 자료 중에서도 유사한 그림문양 해석이 있는지 찾았다.
“황 박사, 부리막대 그림문양 중 일치하는 게 있는지 확인해줘.”
그녀가 유사 검색기로 그림 자료들과 방금 전 촬영한 자료들을 비교했다.
“제가 도울 일은 없을까요?”
하람이 조급하고 불안한 마음으로 말했다.
“그럼, 부리막대 상자 면에서 혹시 추가적인 신호가 있는지 확인해 주렴.”
강태석 소장이 내용들을 조합하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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