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정수가 어머니의 얼굴에 볼을 갔다 댔다.
말도 못하고, 눈도 뜰 수 없고, 몸도 마음대로 움직일 수 없는 어머니는 정수가 자신을 안고 있어도 가만히 목석처럼 있었다.
정수는 살며시 어머니를 바라보았다. 눈가에 무언가가 흘러내리고 있었다.
‘어머니가 알고 있구나.’
“사랑해요 엄마!”
‘어머니 감사했어요. 저에게 최고의 어머니셨습니다. 마지막까지 영원한 나의 보호자였어요.’
어머니의 손에 힘이 느껴진다.
여전히 어머니의 손은 따뜻하다.
정수의 볼에도 눈물이 흘러 내렸다.
“안 와도 된다고 하는데 왜 또 왔어? 나 혼자서 갈 수 있는데 …….”
어머니는 연신 걱정스런 표정으로 정수를 따라 나서며 말했다.
“괜찮대도. 이럴 때 휴가 안 쓰면 언제 써. 어차피 휴가 못 쓰면 나만 손해라구.”
정수는 어머니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
“회사에서 자주 휴가 쓴다고 뭐라 안 해?”
어머니는 매번 병원에 갈 때마다 정수에게 똑같은 질문을 했다. 정수는 같은 대답을 반복하는 것이 지겹게 느껴졌지만 어머니의 마음을 알기에 그냥 웃어 넘겼다.
“내 휴가 내가 쓴다고 하는데 누가 뭐라 해! 걱정마세요.”
“나 때문에 아범이 맨날 이 고생을 하니 …….”
“이제 그만 해요.”
정수의 목소리 톤이 한 단계 높아졌다. 어머니는 말없이 그냥 앞만 바라봤다. 정수도 앞만 보며 운전을 하고 있었다. 두 사람은 병원까지 가는 내내 말이 없었다. 정수는 갑자기 어색함이 몰려왔다. 아버지와 병원을 갈 때는 아무 말이 없어도 어색하지가 않았는데 어머니와의 긴 침묵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항상 차를 타면 그동안 있었던 일상의 일들을 병원 가는 내내 정수에게 말하던 어머니였다. 누가 궁금해 하지도 않는 옆집 이야기부터 동네 사람들 이야기, 그리고 친척들 이야기까지 어머니는 아버지에게 하지 못했던 말들을 그렇게 끊임없이 정수에게 쏟아냈었다. 그런 어머니의 이야기를 정수는 병원 가는 내내 들어 주었다. 어머니와 아버지는 하루 종일 함께 있지만 말이 없는 아버지와 어머니와의 대화는 오래 가지 않았다. 정수는 어머니의 이야기 소리를 라디오의 디제이가 들려주는 소리라 생각하면 어머니의 얘기가 재미있게 들렸다. 그리고 그런 세상사는 이야기는 별반 다르지 않았었다. 그런데 오늘은 먼 거리도 아닌 길이 어머니의 침묵 속에 한 없이 길게 느껴졌다.
병원은 항상 만원이었다. 정수는 병원에 올 때마다 환자가 정말 많다는 것에 놀라면서도 매번 적응이 안됐다. 거리를 활보하는 사람들이 어느 순간 병원으로 옮겨진 느낌이 들었다.
어머니와 정수는 진료실 맞은편 의자에 앉아 어머니의 이름이 호명되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호명 판에는 순차적으로 사람들의 이름이 진료 중으로 올라가고 있었다.
“이순녀님, 진료실로 들어오세요.”
어머니의 이름이 불려졌다. 어머니가 힘겹게 의자를 짚고 일어섰다. 정수도 일어나 진료실 문을 먼저 열고 들어갔다.
“안녕하세요? 선생님.”
어머니는 오늘도 자신보다 한참 어린 의사에게 깎듯이 90도 인사를 했다.
“어르신 여기 앉으세요. 보호자님은 옆에 앉으세요.”
의사는 가볍게 목례를 하며 웃으며 말했다.
“그동안 좀 어떠셨어요?”
의사의 문진이 시작됐다.
“머리가 어쩔 때는 지끈지끈 아프기도 하고 앉았다 일어나려면 머리가 띵하고 그래요. 그리고 …….”
어머니는 속사포처럼 자신의 아픈 부위를 하나하나 상세하게 다 말하고 있었다. 정수에게는 하지 않는 말을 의사에게는 빠짐없이 말하고 있었다.
“잠은 잘 주무세요?”
의사가 차분히 어머니의 말을 듣고 나서 다정한 표정으로 말했다.
“잠도 잘 못자요. 한두 시간 자다 깨면 그때부터 잠이 안와서 계속 뒤척여요.”
“하루에 몇 시간이나 주무세요?”
“세 네 시간 자면 그때부터는 잠이 안와요.”
“몇 시에 주무세요?”
“9시 좀 넘으면 자요. 그리고 한시 쯤 깨면 그때부터 잠이 잘 안와요.”
“검사결과는 크게 나쁘지 않아요. 유지는 잘하고 계신 거 같은데 수면제 좀 처방해 드릴 테니 너무 잠이 안 온다 싶으면 좀 드시고 주무세요.”
“수면제 먹고 자면 안 좋다 하던데 괜찮아요?”
“괜찮아요. 잠 못 주무시는 것보다는 나아요. 드시다가 잘 주무시면 드시지 않으셔도 되요.”
의사와 어머니는 주거니 받거니 하며 상태를 체크하고 있었다. 정수는 어느 때 자신이 끼어야 할지 계속 타이밍을 잡고 있었다.
“3개월 후에 오시면 되요 그때 다시 한 번 검사해 볼게요.”
“머리 아프신 건 괜찮은 건가요?”
정수는 기회를 놓치지 않고 의사에게 말을 건넸다.
“네 아직까지는 특이사항은 없는 거 같아요. 일단 상황보고 다음에 오실 때까지 지속적으로 그런 증상이 있으시면 그때 MRI찍어 보는 걸로 할게요.”
의사는 여전히 웃는 얼굴로 정수를 위로하고 있었다.
“어머니 다 괜찮으니 너무 걱정 마시고 운동 열심히 하세요.”
의사는 어머니 앞으로 얼굴을 내밀며 힘주어 말했다.
“매일 매일 걷는 운동해요. 자식들 걱정 안 시켜 주려고. 죽을 때까지 건강하게 살다 가야 하는데 자꾸 아파서 걱정이네요.”
어머니가 땅이 꺼져 갈 듯 말끝을 흐리며 말했다. 정수는 어머니의 타령이 시작된 것을 알았다.
“어머니 잘 하고 계시네요. 지금처럼만 유지하시면 되요.”
“열심히 운동을 해도 계속 아프니까 속상해요.”
어머니의 얼굴이 곧 울음이라도 터트릴 듯 찌푸려졌다. 정수는 이미 의자에서 일어났지만 어머니는 여전히 자신의 말을 이어갔다.
“약 처방 해 드렸으니 좀 지켜봐요.”
의사는 어머니에게 다가가며 타이르듯 말했다.
“어머니 이제 일어나요.”
정수는 어머니를 부축하여 의자에서 일으켰다. 어머니는 말을 다 못 마친 것이 아쉬운 지 주저주저 하며 일어났다. 어머니는 말없이 다시 90도 인사를 하고 진료실을 나왔다.
간호사가 검사일정과 처방전을 확인하며 물었다.
“3개월 후면 5월 4일 수요일 이시간대로 해드리면 되나요? 검사는 당일 날 진료시간 두 시간 전에 하시면 되요.”
“어머니 약 집에 몇 개나 있어요?”
“일주일치 남았는데.”
“네 그럼 그날 해주세요.”
간호사는 진료 안내서에 검사 날짜와 진료 날짜를 적어주었다.
“수납하고 가시면 되요.”
정수는 간호사가 준 쪽지를 받아들고 수납창구로 갔다. 은행 대기 창구 보다 번호표가 더 길어 보였다. 키오스크 창구는 한산했지만 정수는 처다 보지도 않고 있었다.
어머니와 정수는 의자에 앉아서 자신의 번호가 오길 기다렸다.
“다시 회사 들어가니?”
어머니가 정수를 보며 말했다.
“아뇨 퇴근해야죠.”
정수는 번호표시가 바뀌는 곳을 응시하며 건조하게 말했다.
“회사 안 들어가도 돼.”
어머니는 그래도 걱정이 되는지 또 물었다.
“휴가 냈는데 왜 들어가요. 어머니 댁 갔다가 약속 있어요.”
정수는 다시 짜증이 오르는 것을 참으며 말했다.
“안 늦어?”
“아직 퇴근시간 아니잖아요. 시간 충분해요.”
여전히 정수는 앞을 응시하며 어머니에게 말했다. 정수의 번호가 호출되었다. 정수는 반사적으로 일어나서 창구로 걸어갔다. 정수는 창구 직원에게 번호표와 메모지를 보여 줬다.
“환자분 성함하고 생년월일이요?”
“이순녀, 401122요.”
기계적인 창구직원의 물음에 정수도 기계적으로 대답을 했다. 정수는 왜 이런 걸 물어보는지, 이미 그 진료 안내서에 다 쓰여 있음에도 형식적으로 확인하는 절차가 짜증이 났다.
“다음번 진료와 검사 비까지 다 계산해 드릴까요?”
“네.”
정수는 진료비 영수증과 처방전을 들고 어머니에게로 왔다. 어머니는 힘겹게 일어나 정수의 손을 잡았다. 두 사람은 병원을 빠져 나와 주차장으로 갔다.
“애들은 잘 있니?”
차가 움직이자 어머니가 물었다.
“네.”
정수는 여전히 시큰둥하게 대답을 했다.
“소진이 고3인데 괜찮아?”
“네, 뭐 알아서 잘 하고 있겠죠.”
정수는 남일 얘기하듯 말하고 있었다.
“엊그제 아장아장 걸어 다니더니만 벌써 대학 간다고 저리 커버렸으니.”
어머니는 창밖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정수도 가만히 앞만 주시하고 있었다. 정수는 그런 말을 할 때마다 마음이 무거워졌다. 어머니의 병은 정수의 아이들과 누나의 아이들을 다 키우느라 생긴 병이었다. 10년 넘게 아이 넷을 업어 키운 허리는 이제 더 이상 아이를 업기에는 너무 휘어진 허리가 되어 있었다. 어머니는 막내 손주를 업어서 키우지 못한 것을 항상 미안해했다. 막내 손주가 업어 달라고 할 때마다 어머니는 막내 손주에게 타이르듯 말했다.
“할머니 허리가 아파서 이제는 못 업어.”
“그럼 앉아서 업어줘.”
어머니는 그럴 때마다 앉은 자리에서 막내 손주를 업고 그리고 잠을 재웠다. 철모른 아이는 그렇게 할머니의 굽은 등 위에 얼굴을 묻고 잠이 들었었다.
한강 다리위로 노을이 붉게 드리워지고 있었다. 아직 퇴근 시간대가 아닌 대도 다리위에 차들이 느리게 움직이고 있었다. 다리위에서 바라보는 한강의 노을은 언제나 아름다웠다. 모두 그 노을을 붙잡고 싶은 건지 차는 그렇게 느리게 다리를 천천히 지나고 있었다.
“다음부터는 내가 혼자 다닐 테니 아범 이제 오지 마.”
“…….”
정수는 아무 말 없이 노을을 바라보았다.
“아버지도 병원 모시고 다니고 나까지 다니느라 네가 너무 힘들어.”
어머니는 녹음기를 틀어 놓듯 반복적인 말을 쏟아 냈다.
“내가 알아서 잘 조절하고 있으니 너무 걱정 안하셔도 되요.”
정수는 이제는 체념하듯 말했다. 하루 이틀 오며가며 하는 레퍼토리가 아니었다. 정수는 이렇게 혼잡한 거리를 80이 넘은 노인이 혼자 다니기에는 쉽지 않은 거리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그렇다고 어머니는 택시를 타고 다니지도 않았다.
‘지하철 타면 공짠데 왜 비싼 돈 들여가며 택시 타고 다니나?’
어머니는 지금껏 허투루 돈을 쓴 적이 없었다. 자식들이 주는 용돈도 한푼 두푼 모아서 손주에게 쥐어 주었다. 이제는 두 자녀 모두 살만큼 사니 두 분 맛난 거 맛있게 먹고 사시라고 해도 공염불에 그쳤다.
‘고기도 먹어본 놈이 먹는다고 돈도 써본 사람이 쓰는 거야.’
정수의 머릿속에 일전에 친구 놈이 했던 말이 갑자기 떠올랐다. 정수는 피식 입가에 헛웃음이 나왔다. 돈이 있어도 맛난 거 먹기도, 그렇다고 두 분이서 여행은 이제는 엄감생신이었다. 그래도 예전에는 정수나 정수의 누나인 수현이가 모시고 여행도 같이 가고 했는데 언제부터인가 아예 같이 가는 것을 꺼려했다. 그 이유를 나중에 알았는데, 여행을 가도 걸어 다니는 게 힘들어서 가는 것을 주저하였던 것이다. 그 이후로 두 분의 일과는 하루 종일 TV를 보거나 아파트 주변을 산책하는 게 유일한 하루 일과가 되어 있었다.
퇴근 시간 무렵이 다되어서 어머니 댁에 도착을 했다. 정수는 선배와 약속시간에 늦을 것을 생각하니 마음이 급해졌다.
“저 갈게요.”
정수는 어머니를 거실까지 모셔다 드리고 약을 책장에 놓으며 말했다.
“밥 먹고 가야지?”
어머니는 집에 들어오자마자 저녁 준비를 하러 주방으로 달려갔다.
“약속 있다고 했잖아요.”
“밥은 먹고 가야지.”
어머니는 서두르며 말했다.
“이 시간에 만나는데 당연히 저녁 먹죠.”
정수는 이미 현관에서 신발을 신고 있었다.
“밖에 나가서 먹는다고?”
거실에 앉아있던 아버지가 한마디 거들었다. 어머니는 그제야 주방에서 나와 현관에서 아쉬운 목소리로 한미다 했다.
“금방 되는데 …….”
“늦었어요. 가야 해요.”
정수가 늦었다는 핑계로 어머니를 몰아붙였다.
“그래, 고생 많았다. 어서 가.”
“가라 그럼.”
아버지는 여전히 소파에 앉아서 정수를 배웅하고 있었다. 어머니는 현관문을 열고 정수가 엘리베이터를 탈 때까지 지켜보고 있었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