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아버지 김내과에서 큰 병원 가라고 하는데 어떡하니?”
어머니의 다급하면서도 떨리는 목소리가 들렸다. 정수는 뒤통수를 크게 얻어 맛은 듯 머릿속이 온통 멍했다.
“뭐라고 하는데요?”
“몰라 아침에 열이 조금 있기에 감긴 줄 알고 병원에 왔는데 감기 아닌 거 같다고 하네. 혈압도 높은 사람이 저혈압으로 떨어졌대.”
정수는 시계를 봤다. 4시가 다되어 가고 있었다.
“어머니 일단 119 불러서 대학병원 가요.”
“어디 대학병원?”
“아버지 다니시는 병원요. 나도 바로 병원으로 갈게요.”
정수는 대충 일을 마치고 급히 휴가를 내고 병원으로 출발했다.
“119 불렀어요?”
택시를 타자마자 정수는 어머니에게 전화를 걸었다.
“응 지금 가고 있어. 응급실 가야 한다고 하는데.”
“지금은 진료 시간 끝나서 응급실 밖에 안 될 거여요.”
불안해하는 어머니를 진정시키고자 정수는 에둘러 그렇게 말했다.
“아버지는 어떠세요?”
“열이 많이 나서 그런지 말이 없어.”
“누나에게는 말했어요?”
“아니, 아직 못했지.”
“아직은 말하지 마요. 내가 나중에 말할 테니까?”
정수는 마음이 불안해졌다. 의사 친구인 창수의 말로는 패혈증이 의심된다고 하며 심하면 쇼크까지 온다고 했다.
“제발, 제발.”
택시를 타고 가는 내내 정수는 혼잣말로 계속 중얼거리고 있었다. 택시 기사가 백미러로 정수를 힐끗힐끗 쳐다봤다. 택시기사도 뭔가를 눈치 챘는지 말을 하려다 머뭇거리기를 반복했다. 차들이 없는 것인지 기사 아저씨가 정수의 마음을 아는 것인지 요리조리 차들이 없는 길로 택시는 빠르게 움직이고 있었다.
병원 입구에 도착하자 들어가는 차들이 빽빽이 줄을 서 있었다. 기사 아저씨도 더는 자신이 어떻게 할 수 없는지 괜스레 창밖으로 얼굴을 내밀고 앞의 상황을 살폈다.
“아저씨 죄송한데 저 여기서 내려주세요?”
정수는 말이 끝나기도 전에 카드를 들이밀며 아저씨에게 말했다. 기사는 아무 말 없이 차를 길가로 대고 정수의 카드를 받아 빠르게 결제를 완료 했다. 정수는 택시에서 내리자마자 응급실 쪽으로 뛰기 시작했다.
‘어머니가 걱정을 많이 하고 계실 텐데 …….’
숨을 헐떡이며 응급실로 들어섰다. 앞에서 안내 요원이 정수를 제지하며 물었다.
“어떻게 오셨죠?”
“저기, 119타고 오신 할아버지 할머니 계시죠? 제가 보호 잔대요.”
정수는 숨을 헐떡이며 안내 요원의 제지를 뿌리치고 들어가려고 했다. 하지만 안내요원의 힘이 정수를 제압하고 있었다.
“선생님, 방금 구급차 타고 오신 할아버지 말씀하시는 거죠?”
“네.”
정수는 여전히 숨이 가빴다.
“들어가세요? 저기 세 번째 칸막이 침대에 계세요.”
정수는 이제야 안심이 됐는지 천천히 칸막이가 쳐져 있는 침대로 걸어갔다. 칸막이는 반쯤 열려져 있었는데 침대에는 아무도 없었다. 정수는 안내요원이 잘 못 가르쳐 준거 같아 두리번거리며 다른 침대를 살폈다.
“누구 찾으시죠?”
간호사가 정수에게 다가와 물었다.
“여기 할머니 할아버지 계셨다고 하는데 안 계셔서요.”
“아 검사 받으러 CT실 갔어요. 곧 오실 테니 기다리고 계시면 되요.”
간호사는 정수에게 의례적인 말투로 말했다. 다급한 정수와는 너무 달랐다.
“CT실에 가 봐도 되죠?”
정수는 간호사에게 말을 하며 CT실로 향했다. CT실로 향하는 복도에는 적막이 흐르고 있었다. 이미 일반 외래가 끝난 상황이라 사람들의 인적이 없었다. 저 멀리 CT실 앞에 어머니의 모습이 보였다. 어머니는 문 앞에서 서서 CT실만 바라보고 있었다.
“어머니!”
“아이고 정수야.”
어머니는 정수를 보자 눈물을 왈칵 쏟아 냈다.
“괜찮아요. 잘 될 거여요. 의사는 뭐라고 해요?”
“패 무시기가 의심된다고 검사부터 받아보자고 그러는데 아버지 의식이 없어. 이러다 어찌되는 거 아닌지 걱정이다.”
어머니는 불안한 얼굴로 정수에게 말했다. 정수는 창수이 말을 듣고 예상은 했지만, 병원 의사가 그렇게 말했다고 하니 더욱 걱정이 됐다.
“어머니는 괜찮으세요?”
정수는 어머니의 안색을 살피며 물었다.
“나는 괜찮지. 내가 뭔 일 있겠냐.”
어머니는 CT실과 정수를 번갈아 보며 말했다,
“일단 앉아서 기다리세요. 허리도 안 좋은 분이 왜 서서 그러고 계셔요.”
정수는 어머니를 부축하여 의자에 함께 앉았다.
“그런데 그 병이 위험한 거니?”
“아니어요. 치료만 잘 받으면 금방 낫는 대요. 창수가 그리 말했어요.”
정수는 창수의 말을 빌려 어머니를 안심시켰다.
시간은 더디게만 가는 거 같았다. 정수는 어머니를 보며 핸드폰을 만지작거리고 있었다. 드디어 문이 열리고 침대에 누운 아버지가 나타났다. 얼굴에는 산소마스크를 하고 있었다. 어머니의 몸이 반사적으로 일어났다. 정수는 어머니를 보며 깜짝 놀랐다. 어머니는 침대 옆으로 다가갔지만, 간호보조사는 아랑곳 하지 않고 어머니 곁을 지나 침대를 끌고 응급실로 향해 성큼성큼 가고 있었다. 어머니의 눈에 눈물이 다시 맺혔다. 어머니는 말없이 침대를 따라 걸음을 재촉하고 있었다. 정수는 어머니 곁에 가서 손을 잡고 응급실로 갔다.
아버지는 미동도 없이 침대에 누워 있었다. 아버지의 몸은 여전히 불덩이 같이 뜨거웠다. 간호사와 의사가 가끔씩 와서 닝겔과 맥박 등을 체크하고 갔지만 아직 결과에 대해선 아무런 말이 없었다.
“정수야 괜찮겠지?”
어머니가 넋이 나간 얼굴로 아버지를 바라본 상태에서 정수에게 말을 걸었다.
“네, 괜찮으실 거여요.”
정수는 어머니를 감싸 안으며 말했다. 커튼이 젖혀지고 젊은 의사가 들어왔다.
“한동필씨 환자 보호자 되시죠?”
“네.”
정수는 얼떨결에 일어났다.
“아드님이신가요?”
“네. 어떠신가요?”
“패혈증 같아요. 자세한 건 주치의 선생님께서 확인하고 알려 드리겠지만, 일단 입원하고 상태를 봐야 할 거 같아요. 수속 부탁드릴게요.”
“지금 옮기시는 건가요?”
“현재 병실이 없어서요. 당분간은 중환자실에서 상태 보면서 일반 병실로 옮길 예정입니다.”
젊은 의사는 다시 커튼을 치고 나갔다.
“왜 중환자실로 가는 거야? 뭔 큰일이 있는 거야?”
“아니어요. 병실이 없어서 그런다고 의사가 말하잖아요. 수속 하고 올 테니 여기 계세요. 아버지 깰 수도 있으니까요.”
정수는 수속을 핑계로 침대를 벗어나 젊은 의사를 따라 나갔다.
“선생님, 혹시 위독한 상태인가요?”
“고열이고 저혈압으로 내려가서 일단 혈압조절과 해열하는 쪽에 치료를 하고 있습니다. 의식이 회복되면 다행인데 현재는 쇼크 상태라 상태를 봐야 할 거 같습니다. 원인은 더 조직검사 결과를 봐야 하겠지만 한쪽 신장이 예전부터 재기능을 발휘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당 수치도 올라가고 여러 가지 원인이 복합적으로 작용 한 거 같습니다. 일단 신장 하나를 때어내는 수술을 진행해야 하는데 지금은 어려움이 있습니다. 향후 상태보고 이후에 수술 여부도 판단할 예정입니다.”
젊은 의사는 정수에게 고개를 꾸벅 인사하고 자리를 떴다. 정수는 한동안 멍하니 젊은 의사를 바라봤다. 머릿속에 여러 가지 생각들이 교차되어 흐르고 있었다. 아버지 걱정과 어머니, 그리고 누나와 아내까지 뭔가 쉽게 정리되는 것이 없었다. 정수는 천천히 수속 창구로 발길을 옮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