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기억으로 남고 싶었어?
생각해본 적 없는 질문을 받고 한참을 고민했어. 행여나 입 밖으로 내고 나면 정말 그렇게 될 것만 같아서. 말에는 힘이 있다고들 하잖아. 그 힘을 발휘하는 순간이 있다면 그게 지금일까 싶더란 말이지.
고마웠던 사람? 아니, 뻔한 건 별로.
미안했던 사람? 아니, 그런 신파도 별로.
사랑했던 사람? 글쎄, 과연 그랬을까 싶고.
예쁜 사람.
초여름 같이 반짝반짝 빛나서 자꾸만 눈이 갔던 사람.
영원한 여름을 지켜주고 싶었던 사람.
진심을 다해 말하지 않는 게 좋았을까. 바라게 되어버려서. 분명 그렇게 기억할 거야,라고 너를 모르는 이가 내 대신 확신 반 염원 반을 담은 말로 나를 다독였어. 그게 위안이 되더라. 헛된 희망은 질색인데, 라고 말하면서도 후회하지 않기로 했어.
여름이 왔으니 찬란한 여름에 헌정한 시를 읽어야지. 소넷 18번이 좋겠어. 셰익스피어 가라사대, 그대의 영원한 여름은 퇴색되지 않으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