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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한량 May 19. 2020

사라져가는, 영원할 기억

내 마음이 너의 마음에 닿았다


너란 사람은 참 이상하지. 너와 함께 있을 때면, 시끄러운 내 심장소리에도 너의 목소리만이 공간을 가득 채우는 듯 해. 가장 깊숙한 곳에서 시작된 심장의 파동이 온몸으로 밀려들어가 너를 향하고, 살갗에 닿은 공기까지도 내 몸의 일부인 것처럼 느껴지곤 하지. 온몸의 감각이 하나의 존재만을 의식하는 건 사실 엄청난 에너지를 소모하는 일이잖아. 그런데 이상하게도 너와 헤어지고 나면 긴 휴식에서 벗어난 것 같은 기분이 들어.  


마음과 마음이 연결된다는 것은 참 이상해. 누군가와는 온몸을 잔뜩 밀착하고 있어도 벽에 기댄 것과 다를 바 없이 맞닿은 표면의 촉각밖에 느껴지는 게 없는데, 너와는 같은 공간을 공유하고 있는 것만으로도 작디작은 세포 하나까지 너를 향해 반응하는 게 말이야. 마치 나를 이루는 그 작은 세포들이 너라는 커다란 파도를 만나 바다를 향해 가는 것 같아. 그저 표류하는 것 같지만, 어쩌면 중력과 같은 거대한 힘이 나를, 우리를 이끌고 있는 게 아닐까 생각이 들 때가 있어.


오늘도 너를 유영해. 네 안에서 나는 여름을 맞이하고 꿈을 만나고 긴 휴식에 몸을 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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