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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한량 Jan 04. 2021

어떤 만남


인간의 세상처럼 어둡고 우리의 상실만큼이나 검었던* 시간.


그녀는 언제나 가장 큰 소리로 웃었으되 꿈에서는 언제나 혼자였다. 많은 사람들과 많은 말을 나누었지만 정작 중요한 말은 늘 목구멍에 걸려 나오지 않았다. 빛을 찾고 있었다. 흔들릴지언정 꺼지지 않는, 단 하나의 불빛.    


너는 항상 사람의 눈을 똑바로 쳐다봐.  


그녀의 눈을 똑바로 응시하며 그가 말했다. 그의 단단한 눈빛에는 어떤 힘이 있었다. 그 힘은 순식간에 그녀의 살갗을 뚫고 들어와 뱃속 깊숙이 자리한 덩어리를 그러쥐고 배 밖으로 뜯어냈다. 붉디 붉은 그녀의 자아는 그 어느 때보다 강하게 뛰고 있었다. 정신이 아득한 중에도 그녀는 그의 눈빛을 놓치지 않기 위해 필사적이었다.


어디로 향하는지 알 수 없었지만 어디론가 향하고 있었다. 그는 그녀에게 구원이자 더 깊은 나락으로의 추락이었다. 추락해야지만 비상할 수 있는 기묘한 인간 세계의 법칙 때문에.


*Edith Sitwell - Still Falls the Rain "Dark as the world of men, black as our lo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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