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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oeulsoop Dec 17. 2021

여름 숲을 닮은
대학생 자원봉사단(2)

MZ세대 산림치유지도사가 들려주는 자연감성 라이프스타일 이야기

자원봉사단에서

학생으로 다시 돌아가는 시간


같이 숲에서 활동하면서 봉사단의 모습을 보고 있으면 바쁜 와중에도 나 또한 그들의 멘토이자 선생님이 되어주고 싶은 마음이 커진다. 2주간의 봉사 일정이 끝나갈 무렵에 다 같이 모여서 맛있는 간식을 먹으며 대화를 나누는 시간을 갖는다. 활동 후기를 나누는 시간이지만 각자의 기억과 고민, 미래에 대해 이야기하는 시간이기도 하다. 활기찬 모습과 함께 청소년들의 든든한 선생님이었던 봉사단의 모습에서 사회에 나가기 전에 걱정 많은 대학생들이 된다. 진지한 얼굴과 함께 차분하게 경험과 고민을 털어놓는 그들의 모습을 바라보고 있으면 그 시절의 내 모습이 저절로 떠오른다. 나도 대학교를 졸업하고 직장인이 된 지 몇 년 되지 않았기 때문에 그들의 고민과 걱정이 생생하게 느껴졌다. 성인이 되어 누리는 자유 안에 선택의 책임이 더 크게 느껴지는 걸 시간이 지나면서 알게 되었다는 그들의 이야기는 내 이야기이기도 했다.



잘 모르니까 청춘이다


대학생이 될 때까지 부모님을 실망시키지 않기 위해 부모님의 바람대로 살았다고 말한 봉사단원들이 꽤 많았다. 어떤 경험이든 일반화를 할 순 없지만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20살이 넘어 성인이 되었음에도 여전히 어린아이처럼 보이는 자신의 모습이 부족하게 느껴졌다고 했다. 그리고 그런 점들을 스스로 변화시키는 것이 어렵게만 느껴졌다고 털어놓았다. 그렇게 생각했던 자신이 봉사단으로 숲에 와서 청소년들의 멘토가 되어 활동한 과정에서 새로운 자신을 발견한 기분이라고 했다. 그들은 처음으로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직접 선택하고 결정해서 무언가 해냈다는 사실에 밝은 미소를 띠었다. 이를 통해 자신의 선택에 용기와 자신감을 가지겠다는 말을 담담하게 꺼냈다. 그들의 또렷한 눈빛을 보며 내 가슴도 두근거렸다. 언젠가부터 성취감을 느끼면 산다는 것에 대해 무기력함을 느끼던 내게 그 부분은 크게 다가왔다. 고정적인 일을 하다 보면 무뎌지는 감각들이 있다, 그런 감각들을 다시 되살아나는 기분이 들었다.


또, 자신을 남들과 비교하면서 자신의 능력과 장점을 숨기며 소극적이던 자신의 모습을 이야기하는 봉사단원들이 있었다. 늘 특별한 사람이 되는 것을 꿈꾸지만 현실의 벽을 느낀 경험 안에서 자신을 잃어버렸다고 했다. 10대에 예체능으로 대학 진학을 준비하면서 고민했던 학생들의 이야기가 기억에 많이 남았다. 스스로가 만든 벽을 넘지 못하고 꿈을 현실과 타협하면서 멈추게 된 이야기. 듣기에 아쉽지만 이해할 수 있는 이야기들. 그렇지만 청소년들에게 자신의 경험을 담은 조언을 해주는 멘토링 프로그램이 변화를 가져다준 것일까. 비슷한 고민을 갖고 있는 청소년들과 함께 자신의 경험과 꿈에 대해 공유하는 시간에서 잃어버렸던 자신을 찾은 느낌이 들었다고 했다. 직업으로서의 꿈이 아닌 인생의 꿈은 누구나 꿀 수 있다. 모르는 것을 알기 위한 시간이 바로 청춘이다. 난 오히려 자신이 원한다면 다른 꿈을 꿀 수 있는 그들의 특별한 재능이 부럽기도 했다. 이제는 봉사단이라는 이름으로 꿈을 찾아 숲에 왔지만 봉사단이 끝나고 나서는 든든하게 자라는 나무들처럼 더 큰 꿈을 꾸는 사람이 되길 바랬다.


특히, 가장 기억에 남는 봉사단원은 사람들 앞에 나서서 말을 하는 것에 수줍음이 많았던 한 여학생이다. 프로그램을 하다 보면 직원들도 다수의 사람들 앞에 나서서 의사소통을 하는 것이 필수적이기 때문에 그것이 어려웠던 그녀가 그 과정에서 얼마나 힘들었을지 저절로 상상이 됐다. 요즘 책이나 유튜브 영상 등을 보면 사람이 스스로 무언가를 극복하는 것을 쉽게 이야기한다. 하지만 그것은 전혀 쉬운 부분이 아니다. 누구도 시키지 않은 자신과의 싸움을 계속하는 과정이다. 수줍음을 억누르면서 차분하게 말했던 그녀는 봉사활동이 끝나갈 무렵에 표현을 전보다 능숙하게 하는 사람이 되었다. 자기 마음속 목소리를 듣는 시간을 통해 조금씩 나아지는 자신을 본 것이다. 처음에는 답답했던 마음이 조금씩 발전하는 자신의 모습을 통해 큰 힘을 얻었다고 했다.



여름 숲이 주는 메시지


누군가 '남을 위해 봉사함으로써 자기 역량을 알 수 있다.'라고 했다. 돈이나 직업 등 내 인생을 분류할 수 있는 무분별한 기준과 정보가 넘쳐나는 시대에 자기 자신을 있는 그대로 마주하는 기회를 갖기 어렵다. 단순히 숲에서 하는 봉사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나를 찾아 떠나온 여행과 같다. 자기만의 기준이 없어서 주변 환경에 쉽게 휩쓸리고 그 안에서 방황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들은 숲 속에서 자신만의 도전을 했던 그들은 그 속에서 스스로 납득하고 만족할 수 있는 자신만의 기준을 찾았을까. 마지막 날에는 아쉬운 작별을 하는 순간까지 각자의 역할에 충실했다. 앞서 말했듯이 여름에는 쉽게 몸과 마음이 지치는 시기다. 하지만 내게는 이런 시간을 통해 그저 주어진 환경에 지쳐있기보다 주체적인 선택과 실천을 통해 적극적으로 나의 삶을 사는 것에 대한 중요성을 느낀다. 숲과 사람을 통해 또 하나를 배우는 순간이었다.


봉사단 일정이 마무리되면 바쁜 성수기도 조금은 여유가 생긴다. 활기가 가득한 한 여름 숲을 바라보니 청춘은 여름을 닮았다. 숲은 우리에게 삶은 계속 변화하고 환경에 적응하면서 살아가야 한다는 것을 알려준다. 숲은 사람들에게 직접적으로 무언가를 말해주지 않지만 그 속에서 자신을 되돌아볼 기회를 만들어준다. 바쁜 날이면 모두가 잠든 시간에 밖으로 나와 하늘을 바라본다. 반짝이는 별들이 눈으로 쏟아지던 그날의 밤하늘을 기억하며 여름의 추억을 회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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