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Sunny Choi 메덴코 Mar 09. 2023

결국 퇴사를 한다.

상도덕이란 없는 이 거지 같은 회사에서

마음이 너덜너덜해진 상태에서 꾸역꾸역 글을 써본다. 왜 지난 6개월간 세상은 내게 등을 졌는지, 내 편을 들어주지 않는지 궁금하기도 하고 속상하고 지친 마음에 눈물을 왈칵 쏟아냈다. 감사하게도 가까운 한국인 친구들이 내 소식을 듣고 집 앞까지 달려와도 주었고, 영원한 나의 편인 남편을 옆에 두고도 갑갑한 마음과 외로운 마음이 진정이 되지 않았다. 또 왈칵 울면서 엄마가 보고 싶었다. 그냥 조건 없이, 무조건 내 편이야 줄 사람들 곁에 둘러싸이고 싶은 날이었다. 해외 생활이, 그리고 해외에서 하는 직장 생활이 오늘따라 참으로 외롭고 지친다는 마음이 든다.



며칠 전, VP와 면담을 했다. 그동안 있던 모든 일들을 털어놓았다. 나뿐만 아니라 동료들까지 모두 상사에 대한 문제점을 이야기했다. 나는 그에게 앞으로 그래서 어떻게 되는지를 물었다. 그것에 따라 내가 이 회사에 더 오래 남을지 떠날지가 결정될 것 같다고, 나는 잃을 게 없다고 솔직하게 모든 것을 이야기했다. 내 이야기를 들은 그는 내게 먼저 사과를 했다. 이러한 일들을 겪게 되어서 미안하다고, 상황을 전혀 알지 못했다고. 그리고 그는 본인이 이 상황을 반드시 고치리라고 했다. 정말 말 그대로 Fix라는 단어를 썼다. 그래서 나는 구체적으로 어떻게 고칠 건지를 되물었다. 리더십에 대한 트레이닝을 진행할 것인지, 패널티가 있을 것인지. 그러자 그는 이렇게 말했다.



"모든 것은 대화로 가능해요. 써니의 상사와, 상사의 상사와 셋이 앉아서 이야기해 볼게요. 원래 써니의 상사는 일을 잘하는 유능한 사람이에요."



나는 그 대답을 듣자마자 결국 이곳은 바뀔 것이 하나 없겠구나 싶었다. 뾰족한 대책도 보이지 않았다. 일을 잘하는 것과 피플 매니징을 하는 것은 온전히 다른 업무인데, 리더십 포지션에 있는 그도 그걸 인지 못하는 것 같았다. 그렇게 그와의 면담 끝으로 속이 시원하긴커녕 괜히 실망감으로 바뀌었다. 그리고 VP와 면담이 있던 당일, 나의 상사와 상사의 매니저는 Off-site 근무가 있다며 둘 다 출근을 하지 않았다. 둘 사이에 현 상황에 대한 이야기가 분명 오고 갔을 거라 예상했었다.



그렇게 금일 아침 갑자기 조직 업데이트에 관한 이메일이 왔고 나는 두 가지 이유로 당황스러웠다. 첫 번째로 어제까지 잘 근무하던 동료 한 명이 갑자기 해고되었다는 소식이었다. 그녀는 아직 수습 기간이었는데, 상사와 면담 중 입사 후 제대로 온보딩을 받지도 못한 채 투입된 점과 업무 체계가 부족해서 힘들다고 솔직하게 이야기를 했더니, 그건 당신 능력 부족이라며 회사에서 바로 해고를 했다. 이 소식을 들은 그 팀 동료들은 무서워서 솔직하게 의견도 못 내놓겠다며, 이 상황이 믿기지 않는다고 했다. 두 번째로 마지막 문단에 내가 3월 31일을 끝으로 퇴사를 한다는 업데이트였다. 당황스럽고 말문이 막혀 먼저 나에게 오퍼를 준 매니저에게 연락을 했다. 오퍼를 취소하신 건지, 취소가 된 건지. 그리고 둘 중 하나였던 간 내게 먼저 언지를 해주어야 하는 게 예의 아니냐고.



그러자 그녀는 내게 할 말이 없다며 이렇게 말하는 것이 아닌가.


"오늘 갑자기 지시가 내려왔어요. 써니 팀 이동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인턴을 뽑으라고 하더군요. 안 그래도 제가 오늘 써니에게 직접 말하겠다고 전달했는데, 갑자기 전체 이메일이 간 것을 보고 깜짝 놀랐어요. 부당한 상황인 거 알아요. 저도 화가 나는데 제가 어떻게 도움을 줄 수 있을지 모르겠어요. 너무 미안해요."


너무나 무례한 이 상황을 받아들이기가 어려웠다. 당연히 나의 상사와 그녀의 상사가 힘을 합쳐 오퍼를 취소했다는 것을 알고 있다. 하지만 나는 오퍼가 취소된 것이 화가 난 것이 아니라, 내게 말 없이 나의 퇴사 소식을 공지했다는 것을 납득하기 어려웠다. 내가 회사와 협의한 내용으로는 '3월 20일까지 새로운 부서 이동이 결정되지 않을 경우, 3월 31일에 서로 합의하에 계약을 종료합니다.'라고 적혀 있어서 사실상 20일까지는 나의 퇴사 여부를 전체에 공지하지 않아야 했다. 그리고 오퍼가 취소된 부분에 있어 내게 공지는 했어야 했다. 그러고 나서 이메일을 보냈어했다. 나를 그냥 대놓고 무시하는 것과 같은 이 상황에 몹시 분노했고 서글펐다.


친구들이 상황을 듣고 우리 집 근처로 달려와주었다. 내 상황을 듣고 같이 분노해 주었고, 이런 쓰레기 같은 조직에서 나오는 것을 축하한다고 했다. 더 이상 좋게 끝낼 생각을 하지 말고 나도 그냥 무책임하게 나오라고 했다. 여전히 마음에 걸렸다. 내가 해온 프로젝트를 잘 마무리하고 싶었고, 너무 나쁜 인연으로 끝내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금주 일요일에 상사와, 상사의 상사와 함께 출장을 가서 일주일 동안 근무할 생각을 하니 속이 울렁거렸고 내 시간과 감정이 너무나 아깝다는 생각을 했다. 나도 나 자신을 보호하고 이기적으로 굴어야겠다는 생각뿐이었다.



그리고 집에 오자마자 상사의 상사에게 이메일을 썼다.


사실 온 감정을 모두 실어 그녀와 이 모든 것에 대해 싸우고 싶은 마음도 있었지만, 덴마크 회사인 만큼 덴마크스럽게 대처해 주기로 했다. 팩트들을 모두 넣었고 결국 당신이 자초한 일 때문에 나는 정신적, 육체적 스트레스가 심해서 Sick leave를 내겠다고 말이다. 덴마크는 법적으로 최대 6개월까지 유급 병가를 낼 수 있으며, 정신적 스트레스를 굉장히 심각하게 받아들이기에 회사 측에서도 어찌할 바가 없다. 결국 이렇게 나쁘게 끝이 나는 것 자체 대한 스트레스가 정말 몸을 아프게 만들었다. 힘이 없어서 눈물도 나오지 않다가 결국 진정이 되고 나서 속이 상했는지 엉엉 울어버렸다.


덴마크인 친구들은 노동청에 전화해서 상담을 받아보라고 했다. 분명 법적으로 갈 수 있는 문제라고 차라리 이렇게 된 거 끝까지 싸워보라 했지만, 이미 너덜너덜해진 내 정신 상태는 그저 이 상황을 이제는 조용히 끝내고 편히 잠시라도 쉬고 싶다는 생각뿐이다. 하지만 회사에서 병가에 대해 문제를 삼을 경우엔 정말 노동청과 함께 법적 싸움을 하려고 한다. 거기까지는 가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과 함께, 길고 길었던 하루를 마친다.


참 외롭고 고단했던 지난 6개월이었다.

얼마나 더 좋은 날들이 내게 오려는지 궁금하고, 기다려진다.

무사히 3월이 지나가길.







매거진의 이전글 첫 덴마크 회사 생활의 결말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