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 휴, 달이 머무는 경포대

by 원 시인

관동별곡, 달이 머무는 누각 경포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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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 경포대에서 달을 가장 먼저 불러 세웠다.

“경포대에 올라
한 잔 술을 권하니
밝은 달이 와서 앉는다.”
— 「관동별곡」 중에서


경포대의 풍경은
낮보다 밤에 완성된다.
바다 위로 떠오른 달빛이
호수와 파도, 그리고 누각의 처마 끝에까지 고르게 내려앉을 때,
이곳은 더 이상 전망대가 아니라
시가 되는 자리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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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포대는 ‘크다’ 거나 ‘화려하다’는 말보다
균형이 아름다운 공간이다.
동해의 파도, 경포호의 물결,
그리고 누각에 기대 선 사람의 마음까지
셋이 나란히 같은 속도로 숨을 고른다.

정철이 이곳에서 본 것은
단순한 경치가 아니었다.
바다와 달 사이에 놓인
사람의 감정이었을 것이다.
그래서 관동별곡의 문장은
풍경 설명보다
마음의 움직임을 먼저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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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의 경포대에 서면
괜히 말을 아끼게 된다.
술 한 잔을 달에게 권하고,
대답을 기다리듯
잠시 침묵하게 된다.

관동팔경 가운데
경포대가 특별한 이유는
이곳이 보는 풍경이 아니라
함께 앉아 있는 풍경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