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동팔경은 아니지만,
속초가 바다에 보낸 배려의 자리
영금정은
관동팔경의 이름표를 달고 있지 않다.
대신 속초는 이곳을 바다에 가장 가까운 마음으로 내어준다.
영금정의 이름에는 설화가 깃들어 있다.
파도가 바위에 부딪쳐 울릴 때,
그 소리가 마치 거문고(琴)를 타는 듯 맑고 길게 이어졌다고 해서
‘영금(迎琴)’
곧 거문고 소리를 맞이하는 정자라 불렸다.
이곳에 서면
눈으로 바다를 보기 전에
먼저 귀가 열린다.
찰박이는 파도는 짧은 음을 찍고,
멀리서 밀려오는 물결은 긴 현을 켠다.
바다는 연주자가 되고,
정자는 그 소리를 가만히 받아 적는 악보가 된다.
관동팔경이 ‘바라봄의 미학’이라면,
영금정은 ‘들음의 미학’이다.
그래서 이곳에는 큰 설명이 없다.
대신 바람과 파도가
하루에도 수없이 같은 곡을 연주한다.
속초는 영금정을 통해
여행자에게 서두르지 말라고 말한다.
사진을 찍지 않아도 좋고,
이름을 외우지 않아도 좋다고.
잠시 멈춰 서서
바다가 들려주는 소리만 들어도 충분하다고.
관동팔경이 길 위의 문장이라면,
영금정은 그 문장 사이에 놓인 쉼표다.
속초가 바다에 건네는 배려는
이렇게 소리로 남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