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동팔경의 시인들이 동해를 노래할 때,
그들이 가장 오래 서 있었을 법한 자리 중 하나가 바로 이곳이다.
낙산사 의상대는 바다 위로 해가 떠오르는 순간을 가장 먼저 만나는 절벽이다.
“해는 바다에서 솟고,
마음은 파도 위에 머문다.”
— 관동팔경을 읊던 옛 선비들의 시구에서
의상대에 서면,
해는 ‘본다’기보다 마주한다는 표현이 더 어울린다.
수평선 아래서 붉은 기운이 번질 때,
동해는 소리를 낮추고, 사람의 생각도 함께 낮아진다.
의상대의 일출은 화려하지 않다.
대신 묵직하다.
어제의 피로와 오늘의 걱정을
파도에 하나씩 내려놓게 만든다.
그래서 이곳의 일출은
사진보다 기억에 오래 남고,
감탄사보다 침묵을 먼저 부른다.
관동팔경의 풍경들이
‘경치의 극치’를 보여주었다면,
의상대는 그 경치 앞에 선
사람의 마음 상태를 보여주는 곳이다.
해가 완전히 떠오른 뒤에도
사람들은 쉽게 자리를 뜨지 않는다.
아마도,
이곳에서 맞이한 아침은
하루의 시작이 아니라
마음을 정돈하는 의식에 가깝기 때문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