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 휴, 관동팔경의 고성 청간정에 서면

by 원 시인

관동팔경의 고성 청간정에 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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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간정은 관동팔경 가운데서도
바다를 내려다보는 곳이 아니라,
바다와 눈높이를 맞추는 정자다.

관동팔경을 노래한 고전 속에서 청간정은
“맑은 물과 푸른 바다가 서로 비추고,
바람과 구름이 쉬어 가는 자리”로 그려진다.
(정철의 『관동별곡』을 비롯한 관동 기행 시들은
청간정의 풍경을 ‘머무름’과 ‘관조’의 공간으로 반복해 호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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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간정에 오르면
먼저 소나무의 그늘이 바다를 가른다.
그다음에야 수평선이 열린다.
이 순서가 중요하다.
관동의 풍경은 늘 자연이 먼저, 인간의 시선은 나중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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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물결은 말이 없고,
누각에 선 사람만 마음이 분주하다.”
— 관동을 노래한 옛 글의 뜻을 빌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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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간정의 바다는 화려하지 않다.
일출도, 노을도 과장하지 않는다.
그저 잠잠하게, 오래 바라보게 한다.
그래서 이곳은 ‘찍는 곳’이 아니라
머무는 곳이다.


관동팔경이 단순한 절경 목록이 아니라
자연을 대하는 태도라면,
청간정은 그 첫 문장에 해당한다.

바다를 소유하지 않고
바다 앞에서 자리를 낮추는 법을 가르쳐 주는 곳.
강원 바다의 시작은,
이처럼 조용하다.


그리고 같은 소나무숲이지만

올라갈 때 못 본

소나무에 반하게 된다.

청간정에서 내려오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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