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 휴, 바다로 향한 강원의 마지막 쉼표 죽서루

by 원 시인

바다로 향한 강원의 마지막 쉼표, 죽서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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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서루는 바다 위에 서 있지 않습니다.
그러나 이곳은, 바다로 가는 모든 강원의 이야기를 정리해 주는 자리입니다.
강물이 지나가고, 바람이 머물고, 시간이 눕는 곳.
그래서 강원 휴 바다편의 마지막은 바다보다 조금 안쪽에 있는 이 누각이어야 했습니다.

죽서루 아래로 흐르는 오십천은 곧 동해로 향합니다.
이 누각에 서면 파도는 보이지 않지만,
파도로 향하는 마음은 또렷이 느껴집니다.
강과 바다 사이, 그 경계에 죽서루는 조용히 앉아 있습니다.


돌에 남은 시간, 용문바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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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서루 곁의 용문바위에는 이야기가 새겨져 있습니다.
전설에 따르면, 신라의 왕이었던 문무왕이 용이 되어
이 강을 지나 바다로 향했고,
그 순간 바위를 뚫고 나갔다고 합니다.

그래서 이 바위에는 통과의 흔적이 남아 있습니다.
머무르지 않고, 멈추지 않고,
자기 자리를 찾아 떠나는 존재의 흔적.

죽서루는 그 떠남을 배웅하는 자리였습니다.


누각 안에서 배우는 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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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서루 안에 서면,
기둥과 기둥 사이로 풍경이 나뉘어 들어옵니다.
하나의 풍경을 독점하지 않게 설계된 공간.
이곳은 감상보다 절제를 먼저 가르칩니다.

그래서 죽서루는 크지 않아도 깊습니다.
높지 않아도 멀리 보입니다.
여기서는 감탄보다 고개를 끄덕이게 됩니다.


강원 바다를 정리하는 방식


강원 바다는 늘 시원하고, 거칠고, 솔직합니다.
하지만 그 바다를 온전히 마주하려면
이처럼 한 걸음 물러난 자리도 필요합니다.

죽서루는 말합니다.

바다를 다 보려 하지 말고
바다로 가는 길을 이해하라고.


그래서 강원 휴 바다편의 마지막은
파도가 아니라 강물 위 누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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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척 죽서루는
강원이 바다를 대하는 태도를 보여주는 곳입니다.

서두르지 않고,
앞서지 않고,
다만 조용히 보내주는 마음.

강원 바다는
이 누각을 지나
비로소 바다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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