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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bstructionist Apr 07. 2019

이 회사에서 나란 존재가 퇴화되고 있다.

내가 회사에 입사한 이후 약 7개월 동안 9명이 넘게 퇴사했다.


그 중 퇴사에 적극적으로 도움을 드린 분도 있고, 이름도 외우기 전에 퇴사하신 분도 있다.

갑자기 이런 생각이 든 것은 어제 본 타로를 통해 내 생각을 조금 정리하게 되어서이다.

타로를 보기 전 궁금한 것이 무어냐 물어보셔서 “회사 그만둘까 말까”를 물어봤었다.


내가 뽑은 카드는 ‘왕’카드와 ‘힘’카드. 나머진 기억이 안나네.

그나저나 여기서 나온 왕 카드는 내가 다니는 회사에 욕심많은 왕이 한마리 있다는 거였다.

모든 걸 다 가지려고 하고 사람도 제 마음대로 하려는 왕.

나는 그곳에서 고민하고 있지만 확실하게 마음을 먹어야 그만둘 수 있을 것이라고 하였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뽑은 ‘세계’카드.

완성된 세계를 뜻한다는 카드는 내가 현재 다니는 지금 회사라는 세계를 완성=퇴사하고 싶다는 의미라고 했다.


나는 분명 지금 회사를 다니기 힘들다.

하지만 나에게는 생계를 꾸려야 하며, 당장 매달 들어가는 월세와 공과금, 핸드폰요금, 대출금, 할부금, 청약, 적금 등이 있다.

현실적인 상황에 부딪혀 현 회사에 ‘버텨나가는 것’이 맞은지 고민이 들었다.

그렇다고 이렇게 버티는 것만이 정답이라면 나는 계속해서 이 회사에 묶여있으리라는 것도.


하지만 분명히 나는 이 회사에서 나의 창의력과 의지, 열정이 퇴화하고 있었다.

나의 생각과 의견은 전혀 반영되지 않는 업무에 지쳐있었으며

애써 아이디어를 낸다 하더라도 ‘왜 그런 쓸데없는 짓을’ 한다는 주변의 눈초리에 주눅이 들었다.

얼마 전 우리 팀 막내가 난 공장이야, 난 공장이다’라고 중얼거렸다.

늘 결론은 정해져있었고, 그 결론에 맞는 데코레이션을 추가하는 것 뿐인 현재 업무에 성취감과 만족도는 전혀 없다.


점점 머리가 굳어버리는 이 기분은 20살 공장에서 일할 때 느꼈던 감정이었다.

하루종일 똑같은 일을 하며 몸은 움직이지만 머리는 사고하지 못하는 그곳에서의 6개월이 참… 지금과 닮았다.

몸은 풍요로울 수 있으나 정신과 사고가 너무나 궁핍했던 그 시절,

물론 지금이야 앉아서 일한다지만 머리는 굳어있고 잔꾀만 늘어가는 현재가 너무나 끔찍하다.


물론 이야기하면 내 의견을 받아주려 하겠지.

하지만 무적의 논리를 가진 그 분과 일을 키우고 싶어하지 않는 그 분들에게 나의 아이디어는 그저 ‘일벌림’뿐이라 말하기도 전에 체념이 된다.


그 숱한 더러운 꼴과 많은 부정적인 면보다도 내가 퇴화되는 것이 가장 두려운 나는 이기적인 걸까.

아마 내가 퇴사한다면 또 나쁜년 소리를 듣겠지만 나는 마음을 조금씩 정리하려 한다.

1년을 버틸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부디 내가 더 좋은 곳에서 행복할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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