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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bstructionist May 03. 2019

3번의 미팅과 퇴사 결정

오늘은 정말로 긴 하루였다.

아니, 이번 주는 참으로 길고도 길었다.

4일밖에 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억겁의 시간처럼 느껴졌던 이유는 자꾸만 나에게 정해진 답을 강요하는 고용주 때문이었다.


나는 근로자의 날에는 휴식을 취하고 싶었다.

그래서 나는 근로자의 날은 원래 쉬는 날이 아니냐며 쉬고 싶다고 의견을 표명했고, 그 날 1차 면담을 했다.

고용주는 내게 딴짓을 하는 시간을 합친다면 근무를 며칠 빼먹은 것과 같다고 하였다.

나는 그저 일반적으로 업무에 방해되는 시간을 압축시켜 근무를 하라는 것으로 이해하고 흘려들었다.


그리고 나에게 법정 휴무일에 쉬고 싶은 마음은 이해되지만 이는 회사의 선택사항이라고 했다.

대부분의 회사는 일을 한다고 하며 업무가 많이 밀린 현 상황에서 꼭 쉬어야겠냐며 근무를 강요했다.

하지만 마지막엔 꼭 네 선택을 존중한다며 마무리지었다. 그리고 업무를 일찍 끝내고 회식을 진행한다고 하였다.

나는 당연히 근무하지 않겠다고 하였고, 3번 권한 회식 자리에 참여하지 않았다.


일이 많고 적음을 떠나, 나는 마음이 이미 떠나 있었다.

근무 시간 중에 계속 딴짓을 했고, 그런 만큼 일은 쌓여만 갔다.

최선을 다해 근무를 하지 않았기에 업무의 성과는 나타나지 않았다.

이 상황에서 고용주는 내게 2차 면담을 했다.


2차 면담에서 고용주와 소통을 하지 않고 보고가 이뤄지지 않는 것이 큰 잘못이며 업무가 진행되지 않는다고 나를 다그쳤다.

그리고 회의를 진행 후 해당 내용을 바탕으로 다음날 아침에 다시 미팅을 하자고 하였다.


그리고 다음날인 오늘 아침 고용주는 나에게 왜 회의 내용에 대해 보고하지 않았냐고 물어보며 다른 부분들도 다 잘못되지 않았냐고 나를 다그쳤다.

나는 보고한 부분들에 대해 정정하였지만, 그때마다 고용주는 자신이 말하는 것은 그것만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고 하였다.

A를 말하며 이것이 잘못되었다고 말하면, 나는 이를 A가 아니고 B라고 정정한다. 그러면 고용주는 사실 A가 문제가 아닌 AB, AC, AD가 다 문젠데 A만 얘기한 것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내가 내용을 정정할 때마다 ‘왜 그렇게 핑계대기 바쁘냐’라고 말한다.

나는 핑계를 대는 것이 아닌 잘못된 정보를 정정한 것인데도 불구하고.


나를 보고 나사가 빠진 것 같다, 이상해진 것 같다고 말하는 고용주를 보고 결심했다.

퇴사해야겠다.


일을 해도 나를 존중해주는 사람과 하고 싶다.

나의 일을 이해하고, 무엇이 문제인지 아는 사람들과 일하고 싶다.

무엇인가 잘못되었다고 말을 할 때 그 내용에 대해 기초부터 설명하지 않아도 되는 곳에서 일하고 싶다.

내가 하는 일을 하찮게 여기지 않는, 누구든 와서 처리할 수 있는 것이라 치부하지 않는 곳에서 일하고 싶다.

내가 말하는 것을 ‘어차피 수용되지 않을 것’이라며 미리 퇴짜를 놓는 것이 아닌 내 말에 귀 기울여 주는 곳에서 일하고 싶다.

새로운 아이디어를 냈을 때 ‘말하지 마, 일만 늘어나’라고 하는 것이 아닌 곳에서 회의를 하고 생동력 있게 일하고 싶다.


나는 3차 면담에서 퇴사를 하겠다고 전달했다.

그리고 내가 퇴사를 말하자 주변 사람들이 내가 그만두면 힘들어진다며 퇴사를 만류했다.

그 작자가 너무나 이기적이고 뻔뻔하게 느껴졌다.

그러자 그 양반은 내게 내가 업무시간에 딴짓을 하고 있는 것을 알고 있다고 하였다.

그렇게 정확히 확신할 수가 없는데.

알 수 있는 방법은 하나뿐이었다.

CCTV.


소름이 돋았다.

내 일거수일투족을 지켜봤다니.

...

시발


그리고 결심했다.

너를 반드시 후회하게 만들어 줄 거라고.

사람을 도구 취급하는 당신에게

자신이 무조건 옳고 나를 그 행위의 부분으로 억지로 끼워 맞추던 당신에게

내 짓밟힌 자존감을 위로하기 위해서라도 최선을 다해 이 사업장을 신고하고, 사실을 터트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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