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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bstructionist May 14. 2019

퇴사가 아닌 도피

이 회사를 다니는 8개월 동안 나는 너무 나약해졌다.

이대로 이렇게 수긍하며 다니다보면 언젠간 저들처럼 익숙해져 괜찮아지지않을까 생각했다.

'네가 생각한 게 정말 맞아?' 라고 말하는 그의 말에 나 스스로의 결정의 의심했다.

'내가 분명히 해달라고 했었는데.'라고 말하는 그의 말에 아니라고 생각하면서도 말할 수 없었다.

내 의사표현이 적어졌고, 어깨는 움츠려들었고, 마음은 작아졌고, 조금만 더 버티자는 생각만 들었다.

하루하루를 겨우겨우 버티다가 견디지 못해 퇴사 결정을 내렸다.


퇴사 결정을 내리고 카운트 다운 30일.

다시 그의 세뇌와 강요가 시작됐다.


왜 그렇게밖에 못해?

우린 이미 잘 하고 있었어.

너 왜 그렇게 변했어?

원래 그런 애 아니었잖아.

왜 자꾸 내 말에 토를 달아?

너 진짜 무서운 애다.

이것밖에 못해?

이렇게 할거면서 예전에 나한테 잘할거라고 말했다고?

너 진짜 엉망이다.

나사 어디 빠진 사람같아.

지금 네가 어떻게 한 줄 알아? 시간을 낭비한거야. 내 시간을 낭비했다고.

지금 너네 팀 엉망진창이야.

사람이 기본이 안되있네.

이게 너네 팀의 존재이유인데, 지금은 존재 이유가 없어, 알아?

왜 내가 이렇게까지 하는 줄 알아? 다 너 잘되라고 하는거야.

내가 업무 말고 다른 소리 하는 것 본적 있어?

내가 너한테 일부러 그렇게 했겠니?

...

..

.


5월이 시작되고 2주가 채 되지 않는 시간에 들은 숱한 말 중의 일부이다.

하루가 멀다하고 들려오는 소리에 꿈속에서도 그 소리를 들었다.

끔찍했다.


몸은 점점 안좋아졌고, 엄살로 하는 소리가 아닌 정말로 병원을 가야만 한다.

나는 내일 병원을 가서 진료를 받고, 진단서를 끊을 것이다.

푹 자지는 못하겠지만 내 마음 속에 존재하는 이 짐을 버려버릴 것이고, 다시 본래의 나로 돌아가야겠다.

남들이 하는 이야기에 내 의견을 내세우고, 누가 뭐라할까 전전긍긍하며 움추려있던 내가 아닌,

남들에게도 나에게도 당당한 나로 돌아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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