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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bstructionist Sep 19. 2024

오랜만에 작성하는 나의 최근 직장 생활

아직도 미디어(예술) 쪽은 참 돈도 짜고 이상한 사람도 많다는 것

정말 오랜만에 작성하는 나의 직장생활 적응기

최근 근속한 회사는 영상 콘텐츠를 제작한 회사이다.

이 말을(브런치를) 쓰기 시작했다는 것은.. 놀랍게도 이번에도 퇴사를 했기 때문이다..ㅋㅋㅋㅋㅋ

이정도면 솔직히 내가 직장생활 적응에 문제가 있나 고민을 했었지만 (하지만 놀랍게도 정신과 상담을 받아보니 적응 장애가 맞았다)

뭐 어쨌든 이왕 이렇게 된거, 나의 이직 일대기를 짧게 정리해보자면 다음과 같다.


10년 전, MBC에서는 계약종료

9년 전, 대학병원에서는 야근 탈출

8년 전, 디자인 회사에서는 급여 밀림

7년 전, 외국계 회사에서는 회사가 망함

6년 전, 여행사에서는 또라이를 만남

5년 전, 과일회사에서는 복지,급여 불만족 등 

4년 전부터, 사람은 너~무 좋았으나 일이 너무 빡셈


거의 1년 걸쳐서 한 번씩 이직을 하다가 겨우 찾은 나의 거처(?)라고 생각했던 현 직장도 알고보니 완전하게 딱 맞는 나의 직장은 아니었다 ㅠ

사실 요즘 시대에 평생 직장이 어디있겠냐만은

사실 회사를 8번 이상 이직을 하는 마당에 이직이라는 것은 솔직히 좀 귀찮고, 겨우 적응한 곳을 떠나야하는 그런, 아쉬운 부분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직을 결정한 이유는 참 여러가지가 있지만, 가장 결정적인 이유는 놀랍게도 '건강'이었다. 

대부분의 미디어쪽 계열 업무가 다 그렇다지만, 마감은 짧고, 전체 비용은 큰 것 같은데 건당으로 따져보면 걍 인건비 수준이고, 그냥 캐시카우용으로 굴리기 때문에 경력 높은 전문가를 많이 쓰기에는 좀 그런 특징들이 있다. 

무엇보다 내가 처음 입사했을 당시 이 회사는 그렇게 큰 회사가 아니었다.

처음 면접보러 갔을 때만 해도 회사에 간판도 없어서 '나 사기당하는거 아냐? 이거 멀쩡한 회사 맞아?'라는 생각으로 찾아갔더란다.

그런 의미에서 정말 열심히 회사 정보를 뒤지고, 뒤지고, 또 뒤진 끝에 '괜찮은 것 같은데 한 3개월만 다녀보고 결정하자!'라는 결론을 내렸는데, 가장 먼저 입사했을 때 보이는 인원은 10명 남짓? 되는 회사였고, 사무실도 그렇게 크지 않았는데 심지어 사무공간 옆에 스튜디오까지 같이 붙어있는 그런 회사였다.

심지어 사무실은 다른 지역에 하나가 더 있어서 내 사수되시는 분은 나랑 한 사무실에서 근무를 하지 않는 ㅋㅋㅋㅋㅋ 진짜 요상한 구조의 회사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회사 근무에서 크게 불만? 이랄까 어려움?이 없었던 건 일단 계시는 분들이 모두 상당히 친절했고(난 이걸 상당히 이상하게 생각했다), 공공의 적(대표)이 있었기 때문인지 갑작스레 발생한 업무 등에 대해 한 사람만 욕하고, 나머지는 의외로 똘똘 뭉쳐서 일을 해결하는 그런 구조를 가지고 있었다.

그렇게 이 회사의 친절함에 익숙해져갈때즈음, 야근을 시작하게 됐고, 한두번의 야근이 아닌 지긋지긋한 야근이 시작되었다.


내가 회사 규모도 잘 키우고, 일을 굉장히 잘 불리는 스타일인데,

그것도 그럴 것이 내가 지금까지 일했던 회사들은 대부분 내가 근무하던 중에 상당히 잘 회사 규모를 키웠고, 순이익은 모르겠으나 매출은 상당히 상승시킨 전력이 있다.

이것은 내 커리어의 상당한 장점으로 이 장점을 어필하여 지금까지 성공적으로 이직을 진행한 이력이 있다.

하지만 이렇게 '일이 잘 달라붙는' 내 장점에는 치명적인 단점이 있으니 바로 일이 많아질수록 내 업무가 그만큼 늘어난다는 것에 있다!

당연한 상관관계이지만, 지금까지는 항상 그러했고, 그 결과가 어떠하든(이직이든 퇴사든) 나는 나름대로는 회사에 쓸만한 인재로서 역할을 했다.

그 역할에 너무 충실한 탓이었을까, 무엇보다 이 회사만큼 나를 잘 써먹는 회사가 없을 정도로 무지하게 나에게 일을 많이 주기도 했다.

보통 나는 일을 100만큼 있을 경우, 해당 일을 9~18 중에 끝내는 것이 아닌, 1-2시간 일찍 업무를 끝내고 개인 용무나, 퇴근 준비 등을 하는 편이었다. 그런데 이노므 회사는! 빨리 끝냈더니 너무 잘한다면서 일을 더 주는 것이었다! 아니! 빨리 끝냈다고 일 더주는게 어딨어?!

심지어! 그렇게 일을 빨리 끝냈더니 대표가 일을 더 받아와! 세상에!

내가 일을 남들보다 2배 빨리 하는 것도 아니다. 1.2~1.5배 정도 빨리한다고 (나는)생각하는데, 거기에 한 가지 일이 더 주어진다면, 자연스럽게(?) 야근이 딸려와버리고야 말았다.

그렇게 시작된 눈덩이로 인해 1개 프로젝트가 3개, 10개, 30개가 되어버렸고, 순식간에 불어나버린 업무 탓에 사수가 퇴사를 했다^^... 그리고 나는 갑자기 졸지에 <파트장>이 되어버렸다.

내가 일 관리는 많이 해봤는데, 지금까지 놀랍게도 사람 관리는 해 본 적이 없었다.

그리고 사람 관리가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도....

뭐가 어찌됐든, 나는 정말 빠른 시간 내에 파트장으로서 회사에서 '핵심 인력'으로 자리잡았고, 그렇게 30개 이상으로 불어난 일을 처리하고, 사람을 뽑고, 관리하고, 면담하고, 지냈더란다.

하지만 앞서 말했듯 눈덩이처럼 불어난 일을 처리하기 위해서는 항상 손이 모자랐고, 특히 내 손과 시간이 모자랐다. 안그래도 바빠죽겠는데 면담을 1시간 이상씩 하고 나고, 족족 들어오는 민원들을 처리하고 나면 자리에 돌아와 업무를 시작하는 시간은 보통 18시였다. 남들 업무 마무리하는 시간에 그때부터 업무를 시작하는 것이었다.

바쁠 때 내 평균 근로 시간은 주52시간을 훌쩍넘은 80~120시간(주말 포함)에 달했고, 나는 무려 "대상포진"에 걸리고야 말았다.


내가 회사를 다니며 얻은 질병은 여러 가지가 있는데, 그 중 가장 대표적인 것은 당뇨이고, 부차적으로는 치질, 그 외 약해진 면역력으로 인해 일시적으로 나타난 감기 및 대상포진 등이 있다.

나를 가장 충격에 빠트린 건 다름이 아닌 대상포진이었다.

왜냐면 당뇨나 치질은 뭐가 어찌됐든 나의 지금까지의 식습관과 게으른 버릇들로 인한 산물이 분명했기 때문이지만, 대상포진이라니. 대상포진이라니!!!!

할머니와 할아버지들에게 듣던 대상포진을 실제로 듣자 나는 패닉에 빠졌다.

몸을 갈아서 일을 한다더니.

내가 그 꼴을 하고 있었네.


회사를 다니며 얻는 것은 참 좋았다.

빠르게 오르는 연봉, 나름 먼저 배려해주며 pc 등의 기자재도 먼저 바꿔주는 배려, 프로젝트를 완료할때마다 차오르는 성취감 등

솔직히 재밌었다.

어느 순간 재밌지 않았지만, 진짜 재밌어서 회사 다니는 맛이 났다.


재미가 없어진 건 아마 그때부터였을 것이다.

새벽에 퇴근하고, 밤마다 프로젝트나 관리하는 직원 걱정에 잠에서 깨고, 휴가나 주말에도 프로젝트 폴더에 들어가 경과를 살피면서 나 자신이 피로도에 찌들었을 때.

특히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하는 것은 진짜 너무 힘들었고, 피로한 정신으로 직원들 면담하는건 더 힘들었다.

나는 굉장히 스스로를 긍적적인 인간으로 평가하는 편인데, 어느 순간 굉장히 매사에 부정적이면서 신경질적으로 응대하는 나를 발견했을 때, 순간 내가 너무 초라해보였다.

'나 되게 멋진 사람이었는데. 왜 이렇게 변했지?'라고 생각이 들고,

야근을 하면서 우는(ㅋㅋㅋㅋ 심지어 몰래 울다가 걸림) 나를 발견하고 진짜 현타가 현타가 어마어마하게 몰려왔더란다.


그리고 2023년 8월경, 처음으로 퇴사를 입밖으로 꺼냈다.

돌아오는 말은 '너 왜 이렇게 이기적이야? 지금 나가면 이거 일 처리 누가 다 하라는거야?'라는 말이었고, 분명 그 말은 나를 회유하고, 다시금 일하게끔 하려는 말이었지만 상처가 됐다.

그 후 나는 '그럼 12월까지 할게요'라고 답했으며, '일단 알겠는데, 대표님이랑 잘 얘기해봐'라는 이상한 답변이 돌아왔다.

그리고 2023년 12월, 당근 퇴사를 생각하고 '들으셨죠?'를 시전했는데, 갑자기

'네가 너무 힘들어하는 것 같아서, 너의 업무를 대신해줄 프로그램을 개발중이야. 그거 개발될때까지만 기다려보지 않을래?'라는 말을 들었고,

얼척이 없었지만 대책없이 퇴사하는것보다야 머 이상한 프로그램이라도 완성될때까지 기다려보겠다고 했다.

그리고 2024년 2월, 진행상황을 물어본 연락에 '다른 급한거 먼저 처리하겠다'는 답변이 와서

일정을 대략 확인 후, 2024년 6월에 퇴사하겠노라고 이야기했다.

그리고 마지막 2024년 6월, 프로젝트 일정으로 조금만 더 일해달라는(그 외 실업급여 등의 이야기도 있었고) 요청으로 finally 10월까지로 이야기했다.

그러다가 2024년 8월 12일 즈음에 대표님과 소통 문제로 다툼이 있었고, 그 이전부터 업무 관련 소통이 어려웠던 나는 9월 12일자로 퇴사하겠노라고 통보했다.

결국 통보가 답이긴 했지만, 놀랍게도 9월 12일까지 나에게 '다시 생각해보라'고 했다.

마지막 인사를 할 때까지도 '아직 늦지 않았어'라고 말하던 부장님의 간절함이 아직도 기억난다.


퇴사할 때 모두에게 한 명, 한 명 작별 인사를 건넸는데

이노므 회사는 내가 '또' 붙잡힐 줄 알았는지 내가 퇴사하는 당일까지 아무한테도 내 퇴사를 언급하지 않았다.

무려 인수인계는 내가 자체적으로 문서를 거의 사용설명서처럼 작성해서 전달했으며,

나의 파트장을 이어 업무를 진행할 친구에게는 별도로 문서함을 따로 파서 필요한 문서 및 폴더링을 정리하여 전달했다.

그래서 나 내일부터 안나와, 라고 하는 순간 애들이 이렇게까지 서운해할줄은 몰랐다.

개중에는 우는 애들도 있어서 심하게 당황했는데, 내가 그들에게 큰 도움이 되었으며, 내가 없으면 회사 분위기가 안좋아질거라는 그런 겉치레섞인 말이라도 진짜 기분이 좋긴 했다.

걱정되는 몇몇 애들에게는 우려 섞인 충고도 해주었고, 결혼하면 청첩장 보내라는 말도 건넸다.


4년이나 근무한 회사라 굉장히 서운하고, 또 시원했지만

지금 또 이렇게 오후 1시에 도서관에서 글을 쓰는 내 곁에 있는 책 3권과 이따 카페에서 마시기 위해 챙긴 텀블러가 참 홀가분하고 기분 좋다.

아직도 회사 메일에 들어가보는 이상한 습관은 남았다.

조금씩 이 습관은 다른 습관으로 대체될 것 같다.

그리고 새로운 회사를 가면 새로운 습관을 들여 살아가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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