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umbrella Feb 20. 2022

숙제.

어쩌면 영원한

그런 생각을 한다. 물건을 잃어버렸거나 의도치 않게 훼손했을 때, 딱 1초 전으로 1분 전으로 하루 전으로 돌아갔으면 하는 생각. 그 욕심은 커져서 한 달 전으로, 또 일 년 전으로 그리고 수년 전으로 돌아가고 싶게 만든다. 성실하고 예뻤던 나로, 젊고 어렸던 나로. 그렇게 내 현재는 끊임없이 부정당한다. 나는 날 인정하지 않는다.


어제는 의사 선생님과 수면장애에 대해 이야기했다. 나는 잠꼬대를 많이 한다. 엄마의 증언에 의하면 무서울 정도로 많이 한다. 약간의 몽유병도 있다. 그런데 의사 선생님이 수면장애가 있다고 진단하는 순간 고요하고, 또 공교로운 편안함이 찾아왔다.


난 아직도 내가 아픈 걸 인정받고 싶고, 또 그래야만 내가 힘들다는 걸 받아들인다. 타인의 인정 없이 내 감정은 존재할 수 없다.


그렇다면, 난 여전히 예전의 나다. 그런데도 나는 여전히 내 껍데기만 바라보고 예전의 나를 그리워한다. 그때의 나도, 지금의 나도 그냥 나일뿐인데 그걸 인정하는 게 참 쉽지 않다.


어쩌면 내 운명일지도. 끊임없이 인정의 문제와 싸우는 것, 씁쓸하지만 어쩔 수 없는 운명.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