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정해안도로에서 도시락을 꺼내 먹고 노을을 보러 갔다.나는 (일부러) 눈을 감고 걸었다. 다 왔다고 동생이 말해서눈을 떴는데, 노을의 굵고 붉은 빛이 화살로 변해 내 가슴을뚫는 것 같은 기분이었다.
나는 주위를 둘러보았다. 다 노을을 보고 있었다. 집에 갈 때 계속 노을이 생각났다. 오늘 강정해안도로에서 본 노을은 최고였다] Writen by 단비
딸의 일기를 읽으며 잠시 감상에 젖었다가 의아한 점을 발견했다. 단비의 그림은 일몰보다는 일출에 가까워 보였다.(나의 비판적 사고력은 딸의 그림 앞에서도 낄끼빠빠를 할 줄 모른다) 이상하다? 우린 그날 분명 일몰을 봤는데... 단비가 뜨는 해와 지는 해를 구분 못하는 걸까?
아니다. 우리는 같은 곳에서 같은 것을 봤지만 다른 걸 봤다.
일몰은,
내게는 끝이었지만 단비에게는 시작이었다. 서쪽 하늘 저 너머의 세상을 밝히는 '시작'.
일몰은,
내게는 잠시 후 어둠에 잡아먹힐 빛이었지만, 단비에게는 희미하나마 여전히 세상을 비추는 빛.
2020.4.14
지금 내 곁에 빛이 없다고 슬퍼하지 말자. 안보인다고 없는 건 아니니까. 아예 빛을 잃어버린 것은 아니니까. 지금 빛을 잃고 어둠 속에 있다면, 내일 아침이면 어김없이 날찾아올 해를 기다리면 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