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in books
미술관 방문이 어렵게 느껴지셨나요?
‘아는 만큼 보인다’라는 명제 앞에 한없이 쭈그러드셨나요?
내가 그랬다. 그리고 이 책 ‘눈이 보이지 않는 친구와 예술을 보러 가다’를 통해 그 고정관념을 깰 수 있었다.
눈이 보이지 않는 친구와 예술을 보러 가다
(가와우치 아리오/김영현 옮김/다다 서재/2023)
우리가 생각하는 미술 감상은 어떤 활동일까? 나에게 미술 체험은 미술관에 가는 발걸음에서부터 시작한다. 전시 기획자에 의해 의도된 동선에 따라 작품을 쭉 흩어보면서 오디오 가이드를 듣거나 도슨트의 설명을 듣는다. 요즘은 미술관에서의 사진 촬영도 빼놓을 수 없다. 작품을 직접 찍지 못하더라도 입구에 꾸며 놓은 포토존에서 인스타그램용 사진도 찍는다. 누군가에게 증빙하기 위해 티켓을 흔드는 부메랑도 필수이다. 하지만 나의 미술관 기행의 백미는 에코백 쇼핑이다. 이건 쓸 만한 물건을 건지겠다는 다분히 아줌마적 마인드에서 온 것이다. 집에 쌓여가는 엽서나 공책, 비싼 도록보다 작품이 프린트된 에코백은 훨씬 실용적이니까.
이렇게 나름 체험 활동이라 생각했던 미술관 여행이 요즘 어쩐지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른 사람과 약속 맞춰 가기 귀찮다는 이유로 주로 혼자 다녔기 때문일까? 정말 좋은 이 활동을 다른 사람과 같이 나누고 이야기하면 더 풍족해질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두 달 전부터 작은 모임을 하나 기획했다. 미술 도슨트 일을 하시는 이웃 E님에게 조심스레 먼저 제안했다.
‘미술에 대한 박학다식을 저와 조금 나눠 주실 수 있을지, 부족하지만 제가 그나마 시간을 들이고 있는 책 읽기와 같이 병행하면 어떨지’라고 말이다.
안 그래도 그 분과 같이 하던 독서 모임이 최근 깨져서 자주 만나기 힘들어진 게 많이 아쉬웠던 참에 E님은 흔쾌히 수락해 주셨다. 그리고 모임이 시작도 되기 전 주변 친구들에 자랑을 좀 했더니, 다들 자신도 좀 끼워달라고 ‘청탁’을 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소수 정예 5명이 모였다.
첫 모임에서는 ‘스웨덴 국립미술관 컬렉션’ <새벽부터 황혼까지> 전시를 중심으로 ‘북유럽 인상주의’에 대한 E님의 꽉 찬 설명이 있었다.
(이미지 출처: 마이아트뮤지엄)
거기서 파생된 노르웨이에 대한 궁금증으로 노벨상 수상작가 욘 포세의 ‘아침, 그리고 저녁’을 읽으며, 때마침 전시 중인 노르웨이 화가 ‘뭉크’의 생애와 그림도 다뤘다. 이제 다음 모임은 같은 노르웨이 작가인 헨리 입센의 ‘인형의 집’을 읽기로 했다.
정해진 계획이 있는 건 아니지만, 미술과 책에 대한 대화를 통해 다음 달의 주제가 달처럼 자연스레 떠오른다. 이렇게 꼬리에 꼬리를 물고 나오는 대화를 통해 미술과 문학, 그 나라의 문화와 인물에 대한 이야기가 계속되는 것이다.
이렇게 알차게 이어져오던 미술 체험 활동 중, ‘눈이 보이지 않는 친구와 예술을 보러 가다’라는 가와우치 아리오의 책을 만났다. (To be continu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