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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요가언니 Sep 21. 2023

뉴욕에서 요가하기

Bryant Park Yoga

맨해튼의 EDGE전망대에서 하는 요가


Ticket open at EST 12PM


EST 12pm이면 몇 시이지? 한국이랑 14시간 차이이니까 새벽 2시라는 얘기네! 평소 11시면 잠이 드는 나이지만, 오늘만큼은 잘 수 없다. 바로 요가 수업을 신청하는 날이니까.


8월 26일 밤, 그러니까 뉴욕으로 떠나기 5일 전 나는 눈을 부릅뜨고 요가수업 티켓팅을 기다리고 있었다. 도대체 무슨 요가 수업이기에 새벽에 수강신청을 한다고 그러는 거냐고?


엣지 모양으로 튀어나온 전망대

뉴욕에 3대 전망대가 있다. 화려한 뉴욕 전경을 360도로 볼 수 있다는 전통적인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 전망대, 천장, 바닥이 거울로 되어있어 인증샷 찍기에 좋아 요즘 가장 핫 하다는 뉴욕 써밋 원 밴더빌트 전망대, 그리고 탁 트인 곳에서 석양을 볼 수 있는 록펠러센터의 탑 오브 더 락 전망대가 그것이다. 여기에 최근에 생긴 뉴욕 엣지 앳 허드슨 야드 New York EDGE at Hudson Yard라는 전망대가 있는데, 이곳은 가장 높은 전망대는 아니지만, 엣지 모양으로 툭 튀어나온 디자인 덕에 100층 높이의 하늘에 떠 있는 느낌이 든다고 한다. 그런데 그 100층 높이에 떠서 요가를 한다고 한다니 이건 꼭 가야 하지 않겠는가?


수업시간은 아침 6시 반부터 7시 15분까지, 고작 45분 수업인데 70달러, 그러니까 10만 원 정도이다. 그런데도 한 달에 한번 티켓오픈이 되면 순식간에 매진된다고 한다. EQUINOX라는 미국의 유명한 피트니스 체인에서 운영하는 수업이라 EQUINOX가 크게 쓰여 있는 요가매트를 제공해 주는데, 이게 비싼 수업료의 후광효과인지, 아니면 미국에서 가장 핫한 피트니스 체인이라 그런지 괜히 디자인도 멋있어 보이고 기능도 좋을 것만 같고 갖고 싶다. 요가 매트에 누워서 탁 트인 하늘과 구름을 느끼는 상상을 하며 로그인에 성공!


‘어라? 뭐지? 00분에 로그인했는데 남은 표가 없는 건 말이 안 되는데?’

‘한국이 얼마나 인터넷 강국인데! 내 로그인이 늦었을 리가 없는데? 자리가 왜 없다는 거지? ’

‘형식적으로 수강신청 오픈만 시켜놓고 진짜 자리는 다 따로 빼놓았나 보네. 치사하다. ’


혼자 씩씩 거리고 있을 때, 그제야 떠오르는 생각 하나. 서머타임.


서머타임 계산을 못한 나는 그렇게나 기대했던 전망대에서의 요가 수업을 들을 수 없었다.


신청해놓고 못 간 센트럴파크 요가

뉴욕에 도착하는 첫날 오후 6시에 신청해 놓은 센트럴파크 요가 수업도 듣지 못했다. 맨해튼에 낮에 도착하면 오후에는 센트럴파크를 슬슬 산책하다가 요가로 몸을 풀고 들어올 계획이었으나, 시차적응에 실패한 나와 친구는 맨해튼 도착 첫날 좀비가 되었다. 길을 걷고는 있었으나 아무 생각이 없었고 밥을 먹긴 했으나 대화를 이어가지 못했다. 호텔로 들어와 잠을 자는 것 이외에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작지만 알찬 브라이언트 파크. 점심시간이면 테이블이 꽉찬다.


결국 뉴욕에서 요가를 한 것은 도착한 지 일주일쯤 지났을 때, 브라이언트 파크에서였다. 브라이언트 파크는 센트럴파크에 비할 수 없을 정도로 작고 아담한 공원이지만 프로그램만은 정말 알차다. 일주일에 두 번 아침과 저녁에 무료 요가 수업이 있고 공원 잔디밭 큰 스크린에서 영화를 상영하는 무비나잇 Movie Night이나 피크닉 퍼포먼스 Picnic Performance 등의 프로그램도 있는데 그 수준이 상당하다. 오페라 라보엠, 재즈 오케스트라, 발레, 컨템퍼러리 댄스 등의 공연이 펼쳐지니 말이다. 요가 이외의 운동 프로그램으로는 복싱, 부트캠프, 그리고 댄스파티 등도 있다. 모두 무료로 제공되는 프로그램들이다.



무료 프로그램이라 해서 대충 하는 수업은 아니었다. 100여 명의 사람들이 각자의 요가매트를 둘러메고 줄을 맞춰 요가하는 모습이 장관이었다. 나는 잔디밭 요가를 기대했지만 연일 35도, 체감온도 38도를 육박하는 통에 잔디밭이 아닌 건물 앞 그늘에서 요가를 했다. 다행이었다.



요가매트가 없는 사람은 돗자리처럼 생긴 것을 들고 오기도 했고, 큰 배스타월을 깔기도 했다. 나도 무게 때문에 매트까지는 못 가져갔고 요가타월을 들고 갔다. 멋지게 요가복을 입은 요기니도 있었지만 지나가다가 들른 듯 일상복을 입고 있었던 사람도 있었다. 어떤 옷을 입었든, 수준이 어떻든 여기 모인 사람 모두는 각자의 요가에 진심이었다. 시작과 끝에 명상과 옴 챈팅도 했다. 그 한 시간의 움직임으로 일주일간 누적된 여행의 피로가 스르르 풀렸다. 역시 나는 요가를 해야 에너지를 얻는 사람이 맞다.


뉴욕에서 리스토러티브 요가 TTC를, 요가휠 TTC를 수료했다는 선생님들의 워크숍을 들으며 뉴욕에서 요가하는 것을 꿈꾸어왔었다. 이번 여행의 주제는 따로 있었기에 그렇게 하지 못했지만 요가를 콘셉트로 뉴욕 여행 계획을 짤 수 있을 정도로 매력적인 요가수업이 많다. 아, 그렇다면 다음 뉴욕 여행의 주제는 요가로?


브라이언트파크의 사바아사나 뷰. 매트에 누우면 이런 장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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