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홍환 Oct 03. 2022

발밑만 보며 걷는다

누구나 살면서 목표를 세운다. 학교를 졸업하고, 직장을 구하고, 뭔가를 배우고, 집을 사고, 자아실현을 하는 등 크고 작은 목표들을 세우게 된다. 하지만 당연하게도 그 목표를 향해 일직선으로 달려갈 수 없다. 분야를 가리지 않고 예상하지 못했던 문제들이 사방에서 터지기 때문이다. 


돈 문제, 가족 문제, 직장 문제, 건강 문제, 능력 문제, 관계 문제 같은 것들은 하나만 터져도 힘겨운데 몇 가지가 동시에 중첩되면 숨 쉬는 것조차 힘들어진다. 어떻게든 이 문제들을 모두 해결하고 원하는 목표를 이루기 위한 계획을 세워보려 하지만 쉽지 않다. 


원래부터 먼 곳에 있는 목적지였는데 문제의 중첩으로 시야가 차단되자 도무지 길이 보이지 않는다. 가야 할 곳이 너무 먼데 어떻게 가야 할 지도 몰라 정신이 아득해진다. 멀리 보려 할수록 시야가 어두워져서 옴짝달싹할 수 없게 된다.


그럴 때는 멀리 보려는 의지를 내려놓는다. 고개를 숙여 발밑만 보고 걷는다. 일단 가까운 곳에 명확하게 보이는 위험들을 피하며 한 발 한 발 조심스럽게 내딛는다. 발밑만 보고 걸으니 내가 어디로 가고 있는 건지 알 수 없다. 하지만 몸과 마음이 마비되어 같은 자리에 멈춰 서 있는 쪽이 훨씬 더 위험하므로 어떻게든 걸어 나간다. 


그렇게 걷다가 어느 날 마음이 가벼워졌다 싶으면 다시 고개를 들어 먼 곳을 바라본다. 원하던 목표에 더 가까이 다가가 있을 수도 있고 완전히 다른 방향으로 멀어진 경우도 있다. 양쪽 다 항상 좋지도 않고 항상 나쁘지도 않다. 원하던 목표를 가까이서 바라보니 생각보다 마음에 들지 않을 수도 있고 완전히 다른 방향으로 와버렸지만 그 쪽 길이 의외로 마음에 들 수도 있다. 


그 시점에서 어느 방향으로 갈지 다시 마음을 정하고 걷는다. 그러다 또 문제들이 중첩되어 먼 곳을 보기 힘들어지면 다시 발밑만 보며 걷는다. 그렇게 먼 곳과 발밑을 번갈아 보며 걷다 보면 앞으로 장차 내가 어느 방향으로 나아가 어떻게 될지 예측할 수가 없다. 멀리 보고만 걸을 수 있다면 이렇게까지 예측하기 힘들 것 같지는 않은데 살다 보면 발밑만 보고 걸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 꼭 찾아온다. 


뭔가 조금 억울하기도 하고 분하기도 하다. 하지만 그런 마음들을 다 내려놓고 받아들이려고 노력하는 편이다. 아무래도 삶이라는 것이 원래 이런 식으로 작동되도록 만들어진 것 같아서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매거진의 이전글 어른이 되어서 친구 사귀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