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냥한 고슴도치의 딜레마

by 홍환

상냥한 고슴도치는

통각이 예민하게 발달되어 있어서

상처를 입힐 때도 상처를 받을 때도

남들보다 몇 배나 더 심한

통증을 느끼며 괴로워한다.


그래서 일찍부터

자신이 타인에게 상처를 입힐 수 없고

타인도 자신에게 상처를 줄 수 없는

안전한 거리를 찾으려 애쓴다.


‘이 정도면 안전하겠거니’라고 생각했던

간격에서 찌르거나 찔리게 되면

다음번 안전거리를 계산할 때는

더욱 넉넉하게 간격을 둔다.


그렇게 점점 안전거리를 넓혀가다

마침내 누구도 상처 입히지 않고

누구에게도 상처받지 않을 수 있는

안전한 반경을 찾아낸다.


하지만 안전반경을 지키는 이상

그 누구와도 안전반경 이상 가까워질 수 없다.


상냥한 고슴도치는

그렇게 상처 없는 고독 속에서

외로움이라는 가장 뾰족한 가시에

결국 마음의 가장 아픈 곳을 찔리고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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