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인터넷 커뮤니티를 돌아다니다가 연애에 대한 고민 글을 봤다. 이제 서로가 너무 편해져서 작은 설렘도 없다는 게 고민이라는 얘기였다. 많이 겪어보진 못했지만 이성에 대한 설렘이 어떤 것인지는 나도 잘 안다. 그 사람만 생각하면 어쩌구 신경 전달 물질이 분비되어 행복감에 도취되고 교감신경이 흥분되어 배도 안 고프고 잠도 안오는 그 감각을 아주 잘 알고 있다. 그 설렘이 주는 특별하고 행복한 자극에 이끌려 다들 저절로 타인에게 깊은 관심을 가지거나 연애를 시작하게 되는 거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누구나 다 알다시피 설렘은 오래가지 않는다. 상대방과 함께 하는 시간이 길어 질수록 정보가 많아지고, 정보가 많아 질수록 익숙해져 가고, 익숙해져 갈수록 설렘은 약해진다. 그 어떤 관계에서도 피해갈 수 없는 과정이다. 설렘이 사라지면 더 이상 어쩌구 신경 전달 물질도 분비되지 않고, 부교감신경이 활성화 되어 밥도 잘 먹고 잠도 잘 자게 된다. 설렘이 있을 때 처럼 들뜨지도 않고 즐겁지도 않은 상태가 된다. 이 일을 처음 겪으면 몹시 당혹스럽다. 두 번 째 겪어도 당황스럽다. 세 번째, 네 번째도 마찬가지다. 몇 번을 겪어도 익숙해지지 않는다. 이 문제는 실연을 포함한 수많은 관계 단절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하지만 사실 진정한 관계는 설렘이 사라질 때부터 시작된다. 새롭고 흥미로워 가슴이 떨리는 것은 반대로 말하면 그 대상에 대한 정보가 적다는 것을 의미한다. 잘 모르기 때문에 흥미롭고 가슴이 떨리는 것이다. 그래서 설렘이 존재하는 기간은 상대에 대해 잘 모르는 기간이기도 하다.
설렘이 사라질 만큼 상대방에 대한 정보가 충분히 쌓이면 그때부터 관계의 심화과정에 들어간다. 다른 사람들 앞에서 드러내지 않는 콤플렉스나 나쁜 습관, 특정한 주제에 대한 극단적인 가치관, 밝히고 싶지 않아 하는 성장과정, 궁지에 몰렸을 때 나타나는 거친 태도 등의 겉으로는 드러나지 않았던 것들을 점점 더 많이 알게된다. 대부분 그렇구나 하고 받아들이기 어려운 것들이라 삐끗하는 순간 관계가 끊어진다.
하지만 그 구간을 무사히 넘어가면 이해의 단계로 갈 수 있다. 그 모든 부정적인 요소들이 어째서 생겨났는지를 이해할 수 있게 되어 그럼에도 불구하고 포용할 수 있게 된다. 서로가 서로의 심화정보를 받아들일 수 있게 되면 그 순간 부터는 안정적이고 평안한 관계가 시작된다. 가슴 두근거리는 설렘은 없지만 자신을 포장하기 위해 애쓰지 않아도 되는 편안함을 얻을 수 있다. 대부분의 경우 심화과정에서 관계가 끊어지거나, 서로에게 안전한 적정 거리를 찾아서 간격을 두고 관계를 유지한다. 드물게 마지막 단계에 도달하게 되면 귀한 인연을 얻게된다.
이렇듯 상대방에 대한 더 깊은 이해는 설렘이 사라지는 순간부터 시작된다. 설렘은 그 순간까지 관계를 이끌어 주는 계기일 뿐이고 진정한 관계는 그 때부터 시작된다. 영원한 설렘은 없기 때문에 설렘은 당연히 사라지는 것이라고 상정해야 한다. 이 과정은 비단 사회적 관계에만 국한되는 이야기가 아니다. 직업도, 취미도, 자아실현도, 물질적인 것도, 정신적인 것도 모두 이 과정을 거친다. 언젠가는 필연적으로 설렘이 사라지는 길목에 도착하게 된다. 그러니 그 길목에 도착했을 때는 당황하거나 두려워하지 말고 이제부터 진짜 시작이구나 하는 마음 가짐으로 발을 내딛어 보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