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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끼 Jan 03. 2022

브랜드 마케터 면접 보기 전에 생각해볼 질문들

스타트업 브랜드 마케터 면접에서 탈탈 털린 후 회한의 기록

 퇴사 후 2개월 만에 잡힌 면접이었다. 리멤버 커리어에 공개해뒀던 이력서를 보고 먼저 제안이 와서 보게 되었는데 그간 봐왔던 채용 제안과는 다르게 대표님이 직접 컨택을 했던 게 인상 깊었고, 브랜드팀이라는 직무와 이런저런 처우가 맘에 들어 수락했던 면접 기회였다. 반려동물 관련 브랜드를 신규 런칭하기 위한 채용이었는데 마음에 걸리는 것이 하나 있었다면 '펫 산업'이라는 것이었다. 반려동물과 살아본 경험이 없어서 분야에 대한 정보가 현저히 부족했고, 그런 점을 면접에서 어떻게 만회할 지에 대한 고민이 가장 컸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 글은 성공담이 아니라 실수담이다. 면접 전 가장 걱정했던 산업군에 대한 이해도 문제지만 직무에 대한 이해가 떨어져 실수했던 경험. 받았던 질문들이 꽤나 딥하고 마음속 울림을 주었던 면이 있어서 혹여나 있을 다음번 면접을 위한 대비 겸 회고에 가까운 기록으로, 면접 당시 받았던 질문과 답을 곱씹어보고자 쓰는 글이다.


혹여나 브랜드 마케터로 취업을 원하는 분들이 있다면, 이 글을 읽고 조금이나마 도움을 얻으시기를!

*질문과 답은 기억에 의존해 적었기 때문에 정확하지 않습니다.



해당 분야에 얼마나 관심을 가지고 있나요?

Q. 반려동물을 키우시나요?

A. 키운 적은 없지만 좋아합니다!



Q.반려동물을 키우시는 분들은, 어떤 분들인 것 같나요?(고객에 대한 이해)

A. 요즘 '펫팸족'이라는 말도 있듯이 반려동물을 가족처럼, 혹은 가족 이상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인 것 같습니다. 



Q. 평소 좋아하는 반려동물 관련 브랜드가 있다면?

A. 펫프렌즈라는 커머스 브랜드를 알고 있는데 ....

Q.펫프렌즈는 커머스라 브랜드에서는 제외하고, 반려동물 사료 브랜드나 그런 것은 모르실까요?

A. 잘 모릅니다. 죄송합니다.



Q. 이 쪽 시장에 대해 잘 모르시는 것 같은데, 괜찮으실까요? 

A. 이전 직장에서도 전혀 생소한 이공계 분야에서도 직무를 수행했던 경험이 있기 때문에 해당 분야에 대해서도 열심히 공부한다면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이 질문 이후로 산업군에 대한 질문은 뚝 끊겼다. 관심이 없다는 것이 여실히 드러나는 대답들이어서 더 이상 볼 것도 없다 느끼셨을 것 같다. 반려동물을 키워보지 않은 사람과 키워본 사람의 차이는 육아를 해 본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만큼의 차이일 테니 관련 질문에 답을 못하는 것은 당연했다. 고객 경험을 전반적으로 설계하는 브랜딩 직무상 '고객이 되어보는 경험'이 필수적인데, 그런 부분에서도 마이너스 평가를 받았으리라 생각한다. 



여기서 얻은 교훈

관심 없는 분야에는 되도록 도전하지 않는 게 좋지만 도전하고 싶은 분야라면 관련 경험을 쌓으려고 노력하거나, 해당 산업 트렌드에 촉각을 세우고 지속적인 관심을 두는 게 중요하다고 느꼈다. 며칠 스터디한다고 채워질 수도 없을뿐더러 관심 없는 게 금방 티가 난다.





브랜딩 직무에 대해 얼마나 이해하고 있나요?


Q. 이전에 담당했던 브랜드는 어떤 브랜드였나요? 한마디로 정의한다면?


A. ~~ 하는 솔루션 브랜드였습니다. 라고 답을 했더니 

'그건 서비스고요, 어떤 '브랜드'였는지를 대답해 주세요.' 라고 말씀하셔서 다시 답을 했다.

--한 고객에게 새로운 일상을 전달하는 브랜드로, -한 분야에서 --한 고객을 위해 불편함을 해소하는 브랜드였습니다.라고 답했으나 무언가 찜찜한 표정을 지으셨던 게 기억난다. 


당연하지! 브랜드에 대해 물었는데 제품에 대한 이야기를 했으니. 면접이 끝나고도, 내가 맡았던 일에 대해 더 회고하고 정리해야 한다는 걸 여실히 느꼈다. 어디서 본 글 중에 콘텐츠는 뭐든 '한 문장'에서 시작한다는 말이 있었는데, 브랜딩도 마찬가지인 듯하다. 내가 맡은 브랜드나 스스로에 대해서 어떤 한 문장을 준비할 수 있을까? 브랜드에 대한 애정이 팍 식었을 때 이런 질문을 받으니 의표를 찔린 느낌이기도 했다. 



Q. 이전 직장에서 리브랜딩을 했다고 들었는데, 왜 리브랜딩이 필요하다 생각했는지?


A. 정확히 말하자면 리브랜딩을 했다기보다는 서비스 초기 단계에서 처음으로 브랜드 전략을 잡아가는 과정에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이후 답이 잘 기억나지 않는 걸 보니, 제대로 답하지 못했을 확률 다수.)


굳이 '리브랜딩'이 아녔다고 짚어내기보다는, 질문의 의도를 제대로 파악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질문을 곱씹다 보니 생각난 문장. 


"왜 브랜딩이 필요하다 생각했나요?"


회사는, 나는 브랜딩의 필요성을 언제 느낄까. 브랜딩으로 무엇을 해결할 수 있을까에 대해서 더 깊게 고민해봐야겠다.



Q. 브랜딩 업무를 하면서 어려웠던 점은?

A. 사내에서 브랜딩의 필요성을 설득하는 게 어려웠고, 일반적인 타깃은 아니다 보니 고객 인사이트를 얻는 게 가장 어려웠습니다. 때문에 설문이나 1:1 인터뷰로 고객의 니즈를 파악하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나의 문제 해결력을 물어보는 좋은 질문이었지만 역시나 두루뭉술하게 답하고 말았다. 저런! 일 하면서 얻은 살아있는 인사이트를 매일 기록했다면 좋으련만. 기록, 회고는 항상 중요하다는 걸 다시 깨닫는다.




Q. 브랜딩 직무 관련해, 스스로가 가진 '직무 전문성'은 어떤 것이 있는지?

A. 디자인을 전공했기 때문에 시각물 제작 관련 협업에 자신 있습니다. 


이 답에서도 반문이 나왔다. '그건 마케팅 직무 한정 아닌가요?' 맞다. 기획 직무에서 제작 전문성을 어필하는 게 무슨 소용... 내가 했던 답을 바꿔 본다면, 디자인을 전공해 기본적인 관찰력이 좋기 때문에 다른 브랜드의 좋은 점을 금방 캐치하고 내 것으로 적용하는 것이 빠르다.라는 답을 했을 것이다.




Q. 브랜딩과 마케팅의 차이점이 뭐라고 생각하는지?

A. 브랜딩은 브랜드가 가진 강점을 어떻게 포지셔닝할지 정하는 일이고, 마케팅은 그런 포지셔닝을 바탕으로 어떤 접점에서 고객을 만나는 것이 가장 효율적 일지 정하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Q. 그렇다면 브랜딩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뭘까요?

브랜드가 가진 '핵심 경험'을 고객에게 빠르게 경험해보게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생각합니다. 최대한 주변 경험을 걷어내는 것이 고객에게 브랜드를 그 자체로 느끼도록 설득하는 데 효과적이라고 생각합니다.



Q. '브랜딩이 잘 되었다'라고 생각하는 브랜드가 있다면?

A. '모베러웍스'라는 브랜드가 있습니다. 일하는 사람들을 위한 브랜드라는 것도 새로웠는데, 유튜브로 브랜드의 시작부터 구독자들과 과정을 함께 하면서 브랜드를 성장시키는 방식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반문. 소통하는 방식이 인상 깊다는 건 '마케팅' 방식에 대한 말이 아닌지? (아야.. 아파요.)


Q. 그렇다면 이 브랜드가 사람들에게 주는 가치는 무엇이 있었는지?

모베러웍스는 브랜드명처럼 더 좋은 일을 찾는 사람들을 '프리 워커'라고 정의하고 있습니다. 그들을 닮은 철새 캐릭터를 만들어 그들이 스스로를 더욱 긍정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중략.(모쨍이인 것만 한참 광고하고 온 듯한..)





결국 가장 중요한 것은 직무와 분야에 대한 열정

나를 향한 질문이 끝나고, 캐주얼하게 질문을 주고받는 시간에 이 회사에서 생각하는 '브랜딩과 마케팅의 차이점'이 뭔지 답을 알려 주셨다. 답은 '가치 전달'. 마케팅은 그 자체로는 가치를 전달할 수는 없다 생각한다던 담당자님의 말이 면접이 끝난 후에도 머릿속에 맴돌았다. 


면접 자리에서는 날카로운 질문에 당황하기도 하고 결과적으로는 팀에 합류하지 못한 것에 야속하게 느껴지기도 했지만 지원하는 직무에 진정성을 가지고 깊게 숙고해본 적이 있는지 되돌아볼 기회를 주었던 경험이었다. 그간 해왔던 일에 대해서도 차근차근 되짚어보며 나의 일을 더 가치 있게 만드는 것은 그 일을 왜 하는지에 대한 치열한 고찰과 '내 일'에 가지는 애정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연탄재 함부로 차지 마라

너는

누구에게 한 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느냐

-안도현, 〈너에게 묻는다〉


내 일을 사랑해줄 사람은 나밖에 없다는 걸, 마냥 지나치는 듯한 하루하루가 의미 있고 소중하다는 것도 이 경험으로 얻은 교훈. 면접 회고로 시작했지만 끝은 일에 대한 고찰로 끝나는 실수담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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