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있어 투자 관련한 가장 많이 정보를 얻는 채널은 '유튜브'다. 특히, 촌각을 다투는 최신 뉴스의 경우 유튜브만큼 빠르고 자세한 채널은 없다고 본다. 특히 무료인 점이 가장 마음에 든다. 하지만, 시장 혹은 특정 종목의 급등락 자체에 집중하여 자극적인 문구로 인해 마음이 어지러워지기도 한다. 때문에 마음이 무거워질 때면 투자의 거장들의 저서를 읽어본다. 같은 책인데도 읽을 때마다 투자에 대한 철학이 다시 세워지는 느낌이 들고, 치열한 증시에서 한 발짝 떨어져서 마음을 가다듬을 수 있다.
올해 가장 기억에 남는 두 가지 책은 켄 피셔의 『슈퍼 스톡스』과 피터 린치의 『전설로 떠나는 월가의 영웅』이다. 『슈퍼 스톡스』를 지은 켄 피셔는 그 어떤 투자의 거장보다 긍정적인 시각을 제시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특히 올해 조정장에서도 켄 피셔는 주식 시장에 대한 일관적인 낙관론을 펼쳤다.
《슈퍼 스톡스》, 켄 피셔
켄 피셔는 슈퍼 스톡이란 3~5년 동안 3~10배 상승하는 종목이라고 말한다. 그는 슈퍼 스톡이 탄생하는 과정을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① 뛰어난 성장세를 구가하던 슈퍼 컴퍼니였지만, ② 누가 봐도 심상치 않은 결함으로 문제가 발생하였다. ③ 이에 많은 투자자들의 우려로 큰 폭의 가격 조정을 겪게 되면 슈퍼 스톡이 될 수 있다고 한다.
위 과정에서 가장 핵심이 되는 단어는 '심상치 않은 결함'으로 보인다. 그는 기업이 난관에 닥치면 실력 차이가 드러난다고 말한다. 특히 피셔는 난관을 극복하는데 경영진의 능력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이 문장을 읽자, 마이크로소프트가 생각이 났다. 스티브 발머 CEO 체제인 2000~2014년을 MS의 잃어버린 15년이라고 부른다. 주가는 닷컴 버블 주가를 회복하지 못했고, 사내정치와 관료주의적인 조직문화로 기업문화가 병들어 있었다. 3대 CEO인 사티아 나델라는 MS의 문제점은 모바일 시대에 뒤떨어져 신제품을 내지 못하는 것이나 클라우드 시장에 뒤처지는 것이 아닌 '상대평가 중심의 기업문화'로 보았다. 그가 CEO로 취임하고 즉각 상대평가 시스템이 폐지되고 자율평가로 인사 시스템을 개편하였다. 그 결과, 자신의 고과가 낮아질까 두려워 부서 간의 비협조적이었던 기업문화가 개방적으로 점차 바뀌었다. 현재 MS는 화려하게 부활하여 시가 총액 1,2위를 다투는 글로벌 기업으로 다시 한번 도약하였다. 뛰어난 경영진이 '결함'을 극복하는 과정에 적절한 예가 아닐까.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서, 켄 피셔가 매수를 할 기업의 조건은 다음과 같다.
① 약 15~20%의 장기 평균 성장률
② 5%가 넘는 장기 평균 세후 순이익률
③ PSR 0.75 이하에서 매수할 것
+ PRR(Price to Research Ratio, 주가 연구 개발비 비율)이 5~10일 것
↓
① 꾸준히 매출과 이익이 상승할 것
② 사업을 지속할 수 있는 현금창출 능력이 있을 것
③ 저평가가 되어 있는 기업일 것
+ 새로운 제품 혹은 기술에 투자를 많이 하는 기업일 것
2009년에 이 책이 저술되었고, 현재 증시와 10년 이상의 차이가 있고, 제가 주로 투자하는 기업은 기술주가 많기 때문에 이 조건을 그대로 적용하기는 힘들다. 예를 들면 PSR 0.75 이하인 기술주는 찾기 정말 힘들다. 다만, 위 조건을 수치적으로 보지 않고 본질적인 면을 보게 되면 다음과 같지 않을까? 켄 피셔의 밸류에이션 원칙을 현재 제가 투자하는 기업에 맞게 잘 적용해서 활용해 보자.
마지막으로, 책의 전반의 내용을 관통하는 문장으로 『슈퍼 스톡스』의 내용을 마무리해 보고자 한다.
"내가 기회다"라고 선전하는 기회는 없다.
《월가의 영웅》, 피터 린치
켄 피셔가 좋은 기업을 저평가된 가격에 사는 법에 집중했다면, 피터 린치는 투자자의 마음가짐에 대해 서술하였다. 켄 피셔가 PSR이 낮은 기업을 중심으로 스크리닝 하여 종목을 발굴했다면, 피터 린치는 우리 생활 주위에서 투자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다고 말한다. 때문에 피터 린치는 월가의 펀드매니저보다 아마추어 투자자가 더 유리하다고 서술하고 있다.
사실은 우리가 쉽게 알아볼 수 있는 회사 가운데도 10루타 종목이 수없이 많다. 예를 들면 던킨 도너츠, 월마트, 토이저러스, 스톱 앤 숍, 스바루 등이 있다. 사람들은 이런 회사의 제품을 높이 평가하고 좋아한다. 그러나 스바루 자동차를 살 때 스바루 주식도 함께 샀다면, 오늘날 백만장자가 되었다는 사실을 누가 알았겠는가? … 1982년에 아이들이 성적을 올려 대학에 진학하도록 2,000달러를 주고 애플 컴퓨터를 구입하면서 2,000달러를 애플 주식에 투자했다면, 1987년에는 이 주식이 1만 1,950달러가 되어 대학 1년 학자금을 충당했을 것이다.
게다가 개인투자자는 기관처럼 특정 종목에 집중 투자할 수 없고, 전반적으로 시장이 하락할 때 투자자들의 원성을 들을 필요도 없다고 한다. 좋은 공이 올 때까지 기다릴 수 없는 기관투자자와는 달리 개인투자자는 공을 계속 거르며 기다릴 수 있기에 유리하다. 또 그는 주식 시장을 '스터드 포커'에 비유하며 주식 시장은 '해 볼만한 도박장'으로 표현하고 있다.
투자는 승률을 우리에게 유리하게 이끌어가는 도박에 비유할 수 있다. … 카드 관리하는 법을 제대로 터득한 사람은 세븐 카드에 돈을 걸어 장기적으로 매우 일관되게 돈을 딸 수 있다. … 분명히 주식시장은 늘 도전해 볼 만한 도박이었다. 게임하는 법을 제대로 알고 있다면 말이다. 그리고 우리가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 한, 새로운 카드가 계속해서 펼쳐진다.
또, 피터 린치는 '시장'과 '투자'를 분리하라고 말한다. 그는 시장이 어떤 분위기인지, 시장이 어떻게 변할지에 대해서 예측하는 것보다 '투자할 종목' 자체에 대한 분석이 더 중요하다 한다.
시장은 투자와 아무 상관이 없다. 이 한 가지만 당신에게 이해시키더라도, 이 책은 제값을 다한 셈이다. … 다음 달이나, 내년이나, 3년 뒤 어느 날 시장이 가파르게 하락할 것이다.
최근 들어 우리는 북소리 효과에 맞서 싸워야만 한다. 특히 불길한 메시지가 수없이 되풀이되고 있어서, 도무지 메시지에서 벗어나기가 불가능할 정도다. … 나는 특정 사업이 특정 방법으로 명백하게 영향을 받는 몇몇 경우가 아니라면, 외부 경제 여건에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다. 유가가 하락하면 오일 서비스 회사는 분명히 영향을 받지만, 전문의약품 회사는 영향을 받지 않는다.
그는 투자 종목을 분석하는 효과적인 방법 중 하나로 '2분 스피치'를 제시하고 있다. '2분 스피치'를 통해 투자한 기업에 대해서 설명할 수 있는지 당장 해보았는데, 1분을 채 넘기지 못했다. 투자에 대한 아이디어를 점검할 수 있는 좋은 습관이 될 것 같아 나에게도 적용할 생각이다.
주식을 매수하기 전에 나는 주식에 흥미를 느끼는 이유, 회사가 성공하려면 무엇이 필요한가, 앞길에 놓인 함정은 무엇인가에 대해서 2분 동안 혼잣말하기를 좋아한다. …단, 주식의 스토리를 가족, 친구, 개에게 어린애도 이해할 정도로 쉽게 설명할 수 있다면, 당신은 상황을 적절하게 파악한 셈이다.
투자할 종목을 고르고 나면 언제 사야 할지, 언제 팔아야 할지 고민하기 마련입니다. 모두가 그렇듯 쌀 때 사서, 비쌀 때 팔고 싶다. 피터 린치가 말하는 최적의 매수 시점은 다음과 같다.
주식 매수의 최적 시점은 백화점에서와 마찬가지로 좋은 물건이 좋은 가격에 나왔다고 당신이 확신하는 날이다. 하지만 주식을 엄청나게 헐값에 살 수 있는 두 종류의 기간이 있다. … ① 기관투자자들도 다가오는 평가에 대비해서 포트폴리오를 정리하려고, 손해 본 종목들을 연말에 던져버린다. 이런 매도가 매도를 불러오고 정말 좋은 종목들조차 터무니없는 수준으로 주가가 내려간다. 연말이야말로 고대하던 종목을 싸게 살 수 있는 시점이다. ② 두 번째는 몇 년마다 주식시장에서 발상하는 붕괴, 폭락, 거품 붕괴, 일시적 하락, 대폭락 기간이다. '매도'하려는 본능을 억누르고 용기를 발휘하여 무서운 상황에서 주식을 매수한다면, 다시는 보지 못할 기막힌 기회를 잡을 것이다.
매수에 좋은 2가지 시점이 있다는 것은 알겠는데, 그렇다면 도대체 어디까지 떨어졌을 때 매수하기 좋은 시점일까? -10%? 아니면 -20%? 피터 린치는 떨어지는 주식을 급하게 잡지 말고 충분히 기다릴 필요가 있다고 한다. 즉, 하락세가 멎고 공포가 잦아들 때 해당 기업을 합리적인 시각으로 바라볼 때가 매수 시점이 아닐까?
저점 매수는 투자자에게 인기가 높지만, 대개 낚이는 것은 주식이 아니라 투자자다. 떨어지는 주식을 바닥에서 잡으려는 시도는 떨어지는 칼을 잡으려는 행동과 마찬가지다. 칼이 땅에 꽂혀 잠시 부르르 떨다가 멈춘 다음 잡는 편이 낫다. 빠르게 떨어지는 주식을 잡으려다 보면 필연적으로 칼날을 잡게 되므로, 그 결과 뜻밖의 고통을 당하게 된다.
갑자기 포트폴리오를 열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스냅(SNAP)과 펠로톤(PTON).
두 기업 모두 3분기 매출 성장률 혹은 4분기 가이던스가 예상보다 낮다는 이유로 어닝 발표 이후 각각 -26%, -35% 급락했던 종목이다. 둘 다 매력적인 기업이라고 생각하고 있었으나 밸류에이션이 높아 보여 매수를 주저하고 있었는데, 급락 이후 매수를 시작하였다. 하지만 이후에도 하락세를 유지하고 있어 손해를 보고 결국 매도를 하였다. 피터 린치의 말처럼, 단기간의 급락 이후에는 천천히 시장의 분위기를 보고 분할 매수에 들어가는 것이 좋겠다는 것을 깨달았다.
나름 좋은 매수 시점을 골랐다고 하더라도 시장은 변덕스럽기에 투자 종목이 하락할 수도 있다. 뜻하지 않는 하락에 대처는 어떻게 해야 할까? 그는 손해율보다는 당신이 투자한 이유에 대한 확신이 흔들렸는지에 집중하라고 한다. 주가가 힘 없이 떨어졌을 때 기분 좋게 매수할 수 있을 만큼 강한 확신이 있어야 한다.
"25% 손해 보면 팔아야겠어."라는 치명적인 생각을 버리고 "25% 손해 보면 사겠어."라고 확신하지 못한다면, 그런 투자자는 주식에서 큰돈을 절대로 벌지 못한다.
기업이 주가가 지난 1년간 100% 상승했다고 하면, 우리는 그 기업의 주식을 쉽사리 매수하기 힘들 것이다. 하지만 여전히 100% 상승한 그 가격조차 기업의 가치에 비해서 저평가라면 우리는 기꺼이 매수를 할 수 있어야 하고 그에 대한 대가로 충분한 보상이 주어질 것이다.
만일 내가 '더는 못 올라'라고 생각했다면, 스바루가 이미 20배 오른 뒤 이 주식을 절대 사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나는 스바루의 기본을 점검했고, 여전히 싸다고 실감했으며 주식을 매수했고, 그 뒤 7배를 벌었다. 요점은 인위적으로 주식의 상승 한계점을 설정할 수 없다는 말이다.
흔히 우리가 말하는 '껄무새'가 1980년대 미국에서도 있었나 보다. 저 또한 머릿속에서 '아 고점에서 팔 걸'이라고 생각한 적이 많았다. 아무리 그런 생각을 하지 말자고 해서 생각이 든다. 그럴 때마다 이렇게 되뇐다. '네가 과연 다시 그때로 되돌려 준다고 하여도 팔 수 있을까?'라고 말이다. 그때로 돌려놔도 나는 나다. 결국 같은 선택을 하게 될 것이고 같은 결과를 낳을 것이라고 생각하면 어느 정도 마음이 편안해진다. 다음에는 좀 더 나은 선택을 하도록 도움을 주는 지표를 엑셀에 하나 추가하는 게 더 건설적인 방향이 아닐까?
내 친구들은 매일 '뉴욕 증권거래소의 10루타 종목들'을 살펴보면서, 이런 종목들을 사지 않아서 엄청난 손해를 보았다며 자학하고 있다. 야구카드, 보석, 가구, 집에 대해서도 이런 식으로 자학한다. 다른 사람이 얻은 이익을 자신의 손실로 여기는 태도는 주식투자에 생산적인 태도가 아니다. … 이런 사고방식이 가장 나쁜 점은 사람들이 손해를 만회하려고 사지 말아야 하는 주식을 사게 된다는 점이다. 실제로는 한 푼도 손해 보지 않았는데도 말이다.
유튜브 알고리즘을 타고 콘텐츠를 소비하다 보면 어느 순간 비슷한 사람, 비슷한 얘기, 비슷한 예측을 보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든다. 혹시 독자 여러분 중에서 이런 고민을 한 번쯤 해보셨다면, 투자의 거장이라고 불리는 사람들이 쓴 저서를 한 번쯤은 꼭 읽어보시기 바란다. 넘치는 정보 속에서 방향을 잃었을 때 길라잡이가 되어줄 거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