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클랜드는 마지막 도시였다. 시드니와 비슷한데 시드니보다 조금 더 작은 도시 느낌이었다. 마지막 이틀을 알차게 쓰려고 근교의 와이헤케 섬으로 와이너리 투어를 가려고 생각했지만 막상 귀찮아져서 숙소 주변에만 머물렀다. 일단 숙소가 너무 마음에 들었고 바로 어제 와이너리투어에서 조금 실망한 뒤라 와이너리에 관심이 식은 상태였다. 오클랜드에서는 돌아가서 줄 선물과 와인을 샀는데 막상 남섬에 비해 와인이 너무 없어서 당황했다. 남섬은 리쿼샵뿐만 아니라 마트에도 와인 셀렉션이 엄청났는데, 오클랜드는 그 어디에도 그에 비할 셀렉션은 없었다. 오히려 오클랜드는 맥주를 아주 많이 마시고 위스키를 위주로 하는 리쿼샵이 많았다.
오클랜드는 젊은이들이 많은 반면 그동안 여행했던 남섬은 평균나이대가 높을 뿐만 아니라 와인생산지도 가까워서 그런 것 같다. 와인을 찾아서 리쿼샵을 몇 군데를 들렀는지 모른다. 결국 남섬보다 조금 더 비싼 돈으로 만족스럽지 못한 와인들을 샀다. 서양에서는 와인이 나이 든 세대의 전유물처럼 촌스러운 것이 되고 있다는 얘기를 들었는데, 확실히 젊은이들이 와인에 대한 관심이 훨씬 덜한 것을 느낄 수 있었다. 하나의 수확은 궁금했던 Felton Road의 피노누아를 살 수 있었다. 물론 Vivino에 나온 가격보다는 더 비싸게. 뉴질랜드에서 그 나라의 와인을 Vivino가격보다 더 비싸게 사다니, 자존심 상한다.
북섬에 비해 남섬은 여유롭고 시골 느낌이 아주 강했는데, 노년층의 백인이 주를 이루었다. 느낌 탓인지 은근히 알게 모르게 조금 차별의 느낌을 받을 때가 있었는데 오클랜드는 그런 느낌이 전혀 없었다. 아시안, 중동계 등 굉장히 다양한 인종들이 섞여 주류를 이루었고 나보다도 영어가 능숙하지 않음에도 그곳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을 쉽게 만날 수 있었다. 이곳은 그야말로 도시였다. 오클랜드에 도착하자마자 간 식당에 앉은 순간 느꼈다. 종업원들의 표정에서 여유를 찾기가 어렵다. 미소가 기계적이고 손동작이 빨랐다.
이곳에서는 도로에 차들이 많았고 지하철과 버스 노선이 발달해 있었다. 식당이 없어서 어디서 먹을지 고민하지 않아도 되었다. 그렇지만 그렇게 큰 도시는 또 아니었다. 적당히 작은 도시에 적당히 감당가능한 인구가 살고 있었다. 서울같이 도로가 막히지도 않았다. 만약 내가 뉴질랜드에서 산다면 이곳이나 크라이스트처치 정도가 되겠구나 싶었다.
마지막 도시여서 그럴 수도 있겠지만 오클랜드는 그리 인상적인 도시는 아니었다. 솔직히 오클랜드에서 느낀 모든 것은 시드니와 비교되었다. 거리들이, 식당들이, 건물들이 시드니의 아류 같은 느낌이 있었다. 이 도시만의 매력이 분명 있겠지만 여행 막바지라 나는 이 도시의 매력을 찾는데 조금 어려움을 겪었다. 내가 신행을 시작한 도시가 시드니가 아니라 오클랜드였다면 또 다른 느낌일 테라 아쉽기도 했다.
호주의 굴이 대부분 뉴질랜드에서 수입되는 거라 뉴질랜드 굴을 굉장히 기대했는데 오히려 호주에서 먹은 굴들이 더 맛이 좋았다. 유명한 파스타바를 들렀는데 겨요 바자리에 앉을 수 있었지만, 오히려 시드니의 파스타바에 대한 향수를 불러일으켰다. 식료품을 파는 곳에서 “Export quality”라는 단어를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었는데, 좋은 원물은 수출 위주로 진행하나 보다 하는 것을 느낄 수 있게 하는 단어였다. 아쉬웠다. 뉴질랜드의 이렇게 질 좋은 원물들을 옆나라 호주에서 더 잘 느낄 수가 있는 것이었다.
뉴질랜드의 능력 있는 젊은이들은 호주로 간다는 사실이 이해가 되었다. 가장 큰 도시조차 호주의 작은 도시 같은 느낌이라 호주 시민권까지 주어지는 야망 있는 젊은이들이라면 굳이 뉴질랜드를 택하기가 쉽지 않았겠다. 질 좋은 원물들도 호주로 가는데 젊은이들이야 오죽할까. 마치 부산에서 서울로 상경하는 느낌이지 않을까. 그랬다가 나이가 들면 다시 고향으로 돌아와서 와인과 자연을 즐기며 사는 그들의 모습을 어렵지 않게 상상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