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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형준 변호사 Aug 18. 2019

뮤지컬 “지킬 앤 하이드”

영화 “8mm”

 초등학교(초등학교) 저학년이었을 때 토요일 밤에 TV에서 방영해 주는 영화를 몹시 기대했던 것 같습니다. 당시 칼라 텔레비전이 상당히 보급되었던 시절이었음에도 저희 집은 여전히 흑백텔레비전이었습니다. 비록 흑백텔레비전이었지만, 흑백텔레비전을 통해 보던 “스타워즈(스타워즈 4-새로운 희망)”는 우주에 대한 상상력을 키워주기에 충분했습니다. 스타워즈를 본 후, 길쭉하고 얇은 손전등을 들고 제다이 기사의 광선검을 한참 흉내 내며 놀았던 기억이 납니다. 그때의 감흥이 여전히 스타워즈 시리즈를 보게 하는 힘인 것 같습니다. 현란한 액션 장면이 없음에도 남자 꼬마의 주의를 끌던 뮤지컬 영화 “사운드 오브 뮤직”도 생각이 납니다. 아마, 영화 전편에 흐르는 노래들 때문이 아닌가 싶습니다. “사운드 오브 뮤직”은 마리아와 트랩 대령, 7남매가 자유를 찾아 산을 넘으면서 끝이 났기 때문에 어머니도 그 이후의 일은 모르실 텐데 “사운드 오브 뮤직”을 보고 난 후, 마리아와 트랩 대령, 7남매가 자유를 찾아 떠난 여정의 결말이 어떻게 되는지 어머니께 물어보았던 기억이 납니다.


 어렸을 적 보았던 뮤지컬 영화 “사운드 오브 뮤직” 덕에 뮤지컬에 대한 거부감은 없었음에도 뮤지컬을 실제로 관람해 볼 기회가 없었습니다. 그래도 영화가 더 친숙해서 뮤지컬을 보기 위한 시도를 해보지 않았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그러다가, 2013년 12월 경에 이르러서야 대학로에 있는 어느 소극장에서 “오! 당신이 잠든 사이”라는 뮤지컬을 보게 되었습니다. 처음으로 본 뮤지컬이었습니다. 크리스마스이브에 어느 자선 병원에서 벌어진 일에 관한 내용이었던 것으로 기억이 됩니다. 구체적인 내용은 흐릿하지만, 행복한 결말이어서 따뜻한 마음으로 소극장을 나섰던 감정의 흔적이 남아 있습니다.




 2019년 1월에 예매도 쉽지 않았던 뮤지컬 “지킬 앤 하이드”를 서울 잠실에 있는 샤롯데 극장에서 보게 되었습니다.

 


 “지킬 앤 하이드”를 읽어 본 적이 있었던 것 같기만 한데, 그 결말이 어떻게 되는지 기억이 나질 않았습니다. “지킬 앤 하이드”하면 떠오르는 영화 중 하나는 “젠틀맨 리그”(스티브 노링턴 감독, 숀 코너리 주연)입니다. 영화 “젠틀맨 리그”에서 지킬 박사와 하이드는 헐크와 비슷한 캐릭터로 등장합니다. “반 헬싱”(스티븐 소머즈 감독, 휴 잭맨 주연)이라는 영화에서 “하이드”가 잠시 등장하는데, 반 헬싱이 처치하는 악인 중 한 명일 뿐이었습니다. 지킬 박사와 하이드가 액션 또는 판타지 장르의 영화에서 등장하고, 이런 장르의 영화에 익숙해져 있기 때문에 원작에 나타나는 지킬 박사와 하이드의 세세한 줄거리와 결말이 무엇인지에 대한 생각이 들어설 자리가 없었던 것 같습니다.



 뮤지컬 “지킬 앤 하이드”하면 가장 먼저 떠오른 노래는 “지금 이 순간”입니다. 지킬 박사는 “지금 이 순간”이라는 노래를 자신이 개발하고 있는 약물의 실험을 자신에게 할지 말지의 선택의 기로에서 부릅니다. 자신에게 실험을 하기로 선택을 한 후, 펼쳐지는 이야기의 결말은 어둡기만 합니다. “지금 이 순간”이라는 노래의 돋보이는 멜로디와 가사에도 불구하고 “지킬 앤 하이드”의 전체 이야기 맥락에서 보면 어떠한 일을 축하해 주거나 격려해 주기 위해서 “지금 이 순간”을 선곡하는데 주저할 수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지킬 앤 하이드”의 근본적인 주제는 인간에게 공존하는 선과 악, 그 양면성에 관한 것인데, 뮤지컬 “지킬 앤 하이드”를 보고 나서 생각나던 영화는 조엘 슈마허 감독, 니콜라스 케이지 주연의 영화 “8미리(mm)”입니다. 사립탐정인 탐 웰즈(니콜라스 케이지)가 의뢰를 받아 잔인한 동영상이  담긴 “8미리(mm) 필름”의 진실을 파헤 칩니다. 8미리(mm) 필름의 진실을 찾아 헤매는 도중 탐 웰즈는 선과 악의 경계선에서 정체성이 모호해지기 시작하고, 선이라는 이름으로 그 잔인한 동영상을 만든 이들을 하나씩 처단해 나가기 시작합니다. 그 잔인한 동영상에서 실제 사람을 죽였던 가면을 쓴 범인과 맞닥뜨린 탐 웰즈는 가면을 벗은 범인의 실제 얼굴이 너무 평범해서 놀라게 됩니다. 그 범인은 탐 웰즈에게 괴물이라도 기대했냐고 반문하면서 자신을 조지라고 소개합니다. 자신이 성장할 때 아무런 문제도 없었고, 그 잔인한 동영상에서 사람을 죽인 것은 그렇게 하고 싶었기 때문이라고 읊조립니다. 8미리(mm) 필름의 진실을 밝혀내고 이에 관련된 사람들을 모두 죽인 후, 집에 돌아온 탐 웰즈는 자신의 부인을 붙잡고 자신을 구해달라며 절규합니다. 선이지만 악일 수 있고, 악이지만 평범하게 보일 수 있는 인간의 내면에 존재하는 양면성 또는 이중성.

https://movie.daum.net/moviedb/photoviewer?id=23834#77782


 어린 시절 흑백텔레비전으로 보던 스타워즈(스타워즈 4-새로운 희망)에 그토록 열광했던 이유 중 하나는 하얀색과 검은색으로 명확하게 구분해서 영상을 보여주던 텔레비전처럼 선과 악의 명쾌한 구분이 있었고, 결국 선이 승리했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뮤지컬 “지킬 앤 하이드”의 결말이 어두웠음에도 불구하고, 뮤지컬이 끝나고 마음이 무겁지 않았던 것은 배우들의 노래와 춤, 열연 때문이었습니다. 특히, 조승우 배우의 팬인 저는 조승우 배우의 얼굴이 또렷이 보이는 자리는 아니었지만 실제 조승우 배우의 “지금 이 순간”을 들었다는 사실 자체로 나름의 자부심이 생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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