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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저녁꽃 Apr 08. 2024

벚꽃수류탄

-정현우 바오로를 추모하며

벚꽃수류탄


하루쯤

봄 강변에 앉아

물 속으로 뻗친 수양버들 가지를 보자


서른 일곱 해 동안

묵언의 생을 살다 간

정현우 바오로처럼


나뭇가지 흔들리는 “삿삿” 소리를 내거나

물개박수를 치는 것이 유일한 언어


그러다 낯선 동물을 보듯

내 눈 속을 한참 바라보던

고요한 적요


그래, 오늘 같은 날은

벚꽃 구경이 제일이지


인파에 섞여

참 좋네 참 좋네

풍등처럼 붕붕 떠다니며

꽃사진 찍느라 바쁘다가도


연두가 좋아

벚꽃보다 연두가 더 좋아


꽃 다음 연두가 아니라

연두 먼저 보여주고

꽃은 가슴에 품고 간


버드나무의 후손이어서

그래서 좋아


저만치

아스팔트 둔덕 양 옆으로

박수처럼 툭툭 터지는 벚꽃수류탄


비바람 치면 사라질

말없음의 표식들

……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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