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동나무 관악대
예전 같으면
자식 두엇 낳았을 딸이
아빠는 우리가 결혼하면 기분이 어떨 거 같아
자꾸 묻는다.
답은 못하고
호젓한 숲길을 걷는데
연보라 오동나무꽃이 자꾸 발에 밟힌다.
어떤 꽃은 호른
어떤 꽃은 트럼펫
또 어떤 꽃은 바순 소리를 내며
오동나무 주위를 맴돌다 가고
떠나지 못한 것들이
클라리넷 클라리넷
종일 웃고 떠든다.
그 소리 모으면
어엿한 장롱 하나 만들 수 있으려나
오동나무 관악대 속에 숨어
꽃 떨어지는 소리 들으며 지낸 날들이
며칠 꿈 같은 농성이었다
말 해 줄 수 있으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