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수수 신도시
유월 옥수수아파트 공사가 한창이다
꽃샘추위 지나 터파기를 시작한 것이
동마다 8층짜리 근사한 마디집을 이루었다.
5개단지에 3동씩이니 총 15동
한 동 한 층에 2세대씩 8층 16세대
도합 240세대가 입주를 기다리고 있는 셈이다.
철근과 콘크리트 거푸집 대신 옥수수는
뿌리에서 줄기를 올리고 마디를 둥글게 친 다음
다시 뿌리의 힘으로 베란다 같은 껍질잎을 만든다.
꼭대기에는 이삭이 패어
설익은 빗자루로 하늘을 쓸고 있다
대나무가 선비의 지조라면
옥수수는 농부의 자지(子枝)나 마찬가지
강 건너 사람들이 아이도 없이
힐스테이트 래미안 자이 푸르지오 롯데캐슬
철콘 감옥에서 쓸쓸히 생을 마감할 때
그래도 옥수수는 아파트 준공도 하기 전에
겨드랑이에 미사일 모양의 자식들을 층마다 매달고
밤마다 긴 수염을 쓰다듬으며 발사버튼을 만지작거린다.
7월과 8월 입주시기
세대당 수백의 강냉이 알을 쏟아내는
옥수수 신도시로 당신을 초대하겠다.